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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린 Jun 18. 2019

'중독성 끝판왕' 싱가포르식 돼지갈비탕

#싱가포르 #돼지갈비탕 #송파바쿠테 #singapore #food

 애국심이 엄청 강하다거나 해외에서 향수병을 앓는 편도 아니지만 해외만 나오면 이상하게 한국 음식이 엄청 그리웠다. 평소엔 어쩌다 한 번 먹는 불닭볶음면도 해외 마트만 오면 사재기를 하지 않나, 떡볶이 먹는 데 3만 원이 나와도 '괜찮아, 맛있었어'를 외쳤다. 기내식에서 나온 고추장도 야무지게(혹은 촌스럽게) 챙겼다. 먹는 것마다 '아 이거 찜닭 같은 건가?' '여기 약간 홍대 같은 곳이구나!' 라며 여행의 낯선 기운을 없애려고 노력했던 나는 드디어 익숙한 그 맛을 찾았다.


큰 사이즈로 주문한 갈비탕. 공깃밥은 따로 시켜야 한다.

  한국음식에 대한 향수를 달래준 건 싱가포르 대표 돼지갈비탕집 '송파 바쿠테(song fa bak kut teh)'가 거의 유일했던 것 같다. 딱 9천 원 정도 내고 먹는 한국식 갈비탕이랑 상당히 비슷한데 거기에 좀 더 감칠맛이 돌아 중독성까지 강했다. 뼈에 붙은 살은 갈비탕보다 더 부드럽고 푸짐한 느낌인 데다 여기만의 간장 소스를 곁들이면 진짜 천국의 맛이다. 국물도 알아서 계속 리필해 주는 데다 '한국만큼이나' 음식 나오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가격은 작은 그릇이 7~8천 원, 큰 그릇이 1만 원 정도. 성인 한 명이 딱 기분 좋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왼쪽부터 채소볶음과 돼지고기요리, 갈비탕 그리고 두부요리 (=추천 사이드메뉴)


 몇 번 가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사이드 메뉴가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곁들여 먹는 채소볶음은 일본의 나리김치와 비슷한 맛이다. 적당히 뻣뻣한 채소줄기에 기름기와 간장소스 향이 같이 돌아 맛있다. 돼지고기에 소스가 뿌려진 요리는 고기의 부드러움을 극대화 한 맛으로 먹자마자 녹는 맛이고 익힌 두부 반찬도 고소하고 독특한 향에 도전해볼 만하다. 하지만, 곱창볶음 요리는 식감이 너무 낯설어 호불호가 갈릴 맛이다. 또 우리 옆에서 말을 걸던 싱가포리안 부부가 국물에 찍어먹는 밀가루 튀김 사이드 메뉴를 추천해줬는데, 이것 역시 호불호가 강할 것 같다. 분모자 당면을 튀긴 것처럼 생겼는데 특별한 맛은 없다(=밀가루 맛).


 어쨌든 돼지갈비탕 하나는 최고다. 겉으로는 향수병 따위 없다고 우쭐대놓고 정작 얼큰한 국물음식만 찾는 사람에겐 딱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한국 식당만 찾을 순 없는 노릇.

 

송파바쿠테만의 귀여운 굿즈들_차이나타운 지점

이곳 싱가포르의 자극적이고 이국적인 음식에 질렸다면 마지막 날 찾기 딱 좋은 식당으로 추천한다. 지점이 워낙 많은 곳이라 금방 찾을 수 있고 인기가 많은데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다. 먼나라 싱가포르에서 한국이 그립거나 푸짐한 갈비탕을 먹고 싶다면 가장 가까운 송파 바쿠테(song fa bak kut teh)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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