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최적화와 UX 최적화에 대하여
서비스의 성장을 가속하는 방법을 말하려면, 우선 우리는 여기에 담긴 ‘성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단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가속화하려는 대상과 방향, 정체성 등이 모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성장’이란 해당 서비스의 목적 또는 비즈니스 모델과 긴밀히 연결됩니다.
가령, 쇼핑 관련 서비스는 상품의 구매 행위가 늘어나는 것이 성장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쇼핑 서비스는 고객의 쇼핑이라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콘텐츠 서비스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보다 많이 소비되도록 만드는 것이 성장의 기준이라 할 수 있으며, SNS는 사용자 사이의 활발한 소통이 성장을 정의하는 요소에 해당할 겁니다. 물론 이 둘의 경우에는 서비스의 목적과 비즈니스 모델의 상관 관계를 잘 접목시키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에 해당하겠지만 말이죠.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서비스의 ‘성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해당 서비스의 총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이죠. (상품의 구매 행위를 늘리거나, 콘텐츠가 더 많이 소비되거나, 사용자 간의 활발한 소통이 일어나는 등) 서비스가 지향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고객이 이를 만족하게 함으로써, (무언가를 구매하거나 광고를 시청하는 등) 사용자가 끊임없이 비즈니스 모델에 접근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지속되는 이유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사용자에게 하도록 기대되는 행동을 우리는 ‘Conversion’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단위 시간당 Conversion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우리는 서비스의 성장이라고 규정할 수 있죠..
그런데 이 Conversion의 양을 늘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뿐입니다.
첫 번째는 Conversion의 모수(유입량)를 늘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Conversion Rate(CR)를 늘리는 것이며, 세 번째는 고객 가치(조금 저렴한 표현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객단가’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좀 더 빠르실 것 같네요^^;)를 높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죠.
이를 우리는 구멍 난 수조에 깨끗한 물을 채우는 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구멍 난 수조에 깨끗한 물을 최대한 많이 채우기 위해선 세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최대한 많은 양을 물을 부어야 하고(모수 늘리기), 둘째, 수조의 구멍을 줄여 새는 물의 비율을 줄여야 하며(CR 늘리기), 셋째, 모인 물을 최대한 깨끗하게 정화해 나가야 하는(고객 가치 높이기) 것이죠.
여기서 첫 번째 방법인 ‘유입량 늘리기’와 관계되는 키워드는 ‘마케팅’입니다.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서비스 밖에 존재하는 잠재 고객을 끌어오는 것이 마케팅의 목적에 해당하니 말이죠. (물론 마케팅은 유입의 질을 높여 CR에도 기여하기도 합니다. 마치 오염된 물에 다량의 깨끗한 물을 부으면 희석 효과로 수질이 다소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방법과 관련된 키워드는 ‘UX(User Experience)’입니다. 서비스에 들어온 사용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잡아 두고, 수익과 직결되는 활동으로 이끄는 것은 결국 사용자의 ‘만족스러운 경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죠. 즉, 서비스 성장을 가속화하는 것은 ‘마케팅’과 ‘UX’의 최적화에 그 답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선 첫 번째 엔진인 ‘마케팅 최적화’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그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습니다. 최적화를 위한 솔루션도 많으며, 여기에 대한 업체들의 이해도도 상당합니다. 가장 유명한 분석 솔루션 중 하나인 GA(Google Analytics)에서도 구글 애드워즈를 연계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최적화가 가능합니다. 또한, Tune, Kochava, Appsflyer 등 마케팅 캠페인 최적화에 특화된 솔루션도 존재하며, Adbrix라는 국내 솔루션도 출시되어 있죠. 이는 이른바 애드테크(AD Tech)로 연결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비스 유입량을 극단적으로 늘린다고 해서 앱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시 초기, 리워드를 제공하거나 엄청난 규모의 마케팅비를 쏟아 부어 해당 카테고리에 '반짝 1등'을 한 뒤 사라지는 앱들이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예이죠. 다시 말해, 단순히 서비스 유입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Conversion의 실질적인 향상을 이룰 수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 방면의 경우, 방법론이나 성공방식 등이 어느 정도 정량화되어 그 이상 성과를 얻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도 존재하죠.
반면, 두 번째 엔진인 ‘UX 최적화’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부족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UX의 효과는 마케팅의 효과보다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마케팅의 ROI가 5배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하는 의견(What Is A Good Marketing ROI?)이 있는 데 반해, UX의 ROI는 100배까지도 언급(ROI & UX: How to Calcultate and Prove the Value of User Experience Design, How to Make $100 for Every Dollar You Invest in UX)되는 것을 보면 UX의 효과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또한 UX의 효과는 중첩되며, 지속성을 가진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죠.
이렇듯 ‘UX 최적화’가 지니는 가치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노력이나 수단과 방법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 십 년 전부터 사용해온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FGI를 하는 것이 얼마나 귀찮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FGI로부터 얻는 데이터는 실사용 상황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며, 전체 사용자를 대표하기에는 데이터 수가 너무 적습니다. 더불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인식할 때, 관찰 대상이 본래 의도나 천성과 다르게 행동하는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 개인들이 자신의 행동이 관찰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될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자신들의 행동들을 조정, 순화시키는 현상) 등을 염두에 두면 이러한 방법론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데이터'에 있습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T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UX 최적화 분야에서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쉽고 빠르게 직접 모든 실사용자의 행동을 보고, 데이터화 해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죠. Appsee, UXCam 등이 대표적이며, 유저해빗과 뷰저블 등 국내산 툴도 당당히 해당 분야에서 경쟁 중이죠.
깨어 있는 기업들은 이미 UX의 중요성을 느끼고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실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특히 해당 산업에서 성장세가 빠른 기업일수록 마케팅 최적화를 통한 ROI의 한계를 절감하고 UX 최적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 ‘사용자의 행동을 봐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고 말이죠.
어쩌면 서비스 가속화를 위해 두 가지 엔진, 즉 ‘마케팅’과 ‘UX’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미 모든 분들이 잘 알고 계신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말로만 UX가 중요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 투자하는 만큼 UX에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서 유입량을 늘리더라도, UX 최적화를 통해 CR을 높이는 노력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에 불과한 대응이며, 성장 속도는 결코 성장 잠재력에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중심에 ‘사용자 행동 데이터 분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