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라던 산행은 2시간으로 늘어나고....
"토요일 아침 등산???"
문재인 대통령과의 산행 공지를 하루 전날 받았을 때 든 첫 생각이었다. 나뿐 아니라 청와대를 출입하는 다른 기자들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으리라.
사실 이번 주가 굉장히 길고 힘들게 느껴졌다. 여느 때라면 대선 후 첫 주 당선인의 행보에 대한 스트레이트 기사와 곧 출범될 인수위에 대한 예측 기사를 준비하며 당선인 캠프와 함께 기자들도 숨고르기에 들어갔겠지만 이번 해는 상황이 완전 달랐다.
화요일 대선을 통해 문재인 후보가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은 어느새 저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치부 기자들에게 지난 며칠은 그 수많은 일들을 지면에 담아내기 위해 보냈던 바쁘디 바쁜 시간이었다.
내 경우를 보면- 대선 다음날인 10일 새벽 2시에 "대통령 당선 확정"을 제목으로 한 기사를 문 대통령 인생사 스토리와 함께 올렸고,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에 개표율 100%에 바탕한 정식당선기사를 올렸다.
그리고 카페인을 들이부으며 국회로 달려가 12시에 열린 그의 취임식을 취재했고 곧 그의 취임사를 바탕으로 한 기사를 올렸다. 그리고 또 다른 그의 정식당선기사를 좀 더 세밀한 개인사 스토리를 덧붙여 송고했다. 하루 동안 기사 4개를 말 그대로 '휘갈겨' 쓴 날이었다.
(카페인만취 상태에서 찍었다는...국회 취임식장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기자생활을 올해로 만 5년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활인데- 저번 주 수요일만큼 정신없었던 날도 흔치 않았다. 그런데 그런 날들이 이번 주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주말!"을 외칠 즈음에 대통령과의 산행이 공지되었던 것이다.
"토요일 아침 등산???"의 당황스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또 한편으론 "언제 또 이런 자리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이 생각은 다시 "아 이번 정부 확실히 다르긴 하구나"란 생각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4년 시절엔 생각할 수 없었고, 실제로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는 일을- 취임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된 정부가 시행한 것이다.
그렇게 토요일 오전 10:30 대통령과의 산행이 시작됐다.
혼자 보기 아쉬운 사진 몇 장을 공개한다.
2시간여의 산행 동안 느낀 점은 문 대통령은 역시 경청을 잘 한다는 사실이었다. 유시민 작가가 이번 주 썰전에서 말했듯- 문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데 장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문 대통령에겐 말하는 이가 듣는 이의 지위나 권력 때문에 위축되거나 불안해하지 않게 하는 특유의 능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오랜 시간을 같이한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느낌을 대화 속에서 느꼈고 그 느낌 아래서 자유롭게 대화가 오고 갔다.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앞으로의 5년- (개헌을 한다면 이 숫자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또 어떤 일들이 기자들과 국민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많이 바쁘고 정신없겠지만-한편으로는 기자로서- 설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