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기자 May 14. 2017

대통령과 산을 같이 오르다

30분이라던 산행은 2시간으로 늘어나고....

"토요일 아침 등산???"


문재인 대통령과의 산행 공지를  하루 전날 받았을 때 든 첫 생각이었다. 나뿐 아니라 청와대를 출입하는 다른 기자들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으리라.


사실 이번 주가 굉장히 길고 힘들게 느껴졌다. 여느 때라면 대선 후 첫 주 당선인의 행보에 대한 스트레이트 기사와 곧 출범될 인수위에 대한 예측 기사를 준비하며 당선인 캠프와 함께 기자들도 숨고르기에 들어갔겠지만 이번 해는 상황이 완전 달랐다.


화요일 대선을 통해 문재인 후보가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은 어느새 저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치부 기자들에게 지난 며칠은 그 수많은 일들을 지면에 담아내기 위해 보냈던 바쁘디 바쁜 시간이었다.


내 경우를 보면- 대선 다음날인 10일 새벽 2시에 "대통령 당선 확정"을 제목으로 한 기사를 문 대통령 인생사 스토리와 함께 올렸고,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에 개표율 100%에 바탕한 정식당선기사를 올렸다.


그리고 카페인을 들이부으며 국회로 달려가 12시에 열린 그의 취임식을 취재했고 곧 그의 취임사를 바탕으로 한 기사를 올렸다.  그리고 또 다른 그의 정식당선기사를 좀 더 세밀한 개인사 스토리를 덧붙여 송고했다. 하루 동안 기사 4개를 말 그대로 '휘갈겨' 쓴 날이었다.


(카페인만취 상태에서 찍었다는...국회 취임식장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기자생활을 올해로 만 5년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활인데- 저번 주 수요일만큼 정신없었던 날도 흔치 않았다. 그런데 그런 날들이 이번 주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주말!"을 외칠 즈음에 대통령과의 산행이 공지되었던 것이다.


"토요일 아침 등산???"의 당황스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또 한편으론 "언제 또 이런 자리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이 생각은 다시 "아 이번 정부 확실히 다르긴 하구나"란 생각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4년 시절엔 생각할 수 없었고, 실제로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는 일을- 취임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된 정부가 시행한 것이다.


그렇게 토요일 오전 10:30 대통령과의 산행이 시작됐다.


혼자 보기 아쉬운 사진 몇 장을 공개한다.



토요일 아침이라 눈에 붓기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갔다.



등산객들로 둘러싸인 문재인 대통령




내려오는 길



2시간여의 산행 동안 느낀 점은 문 대통령은 역시 경청을 잘 한다는 사실이었다. 유시민 작가가 이번 주 썰전에서 말했듯- 문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데 장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문 대통령에겐 말하는 이가 듣는 이의 지위나 권력 때문에 위축되거나 불안해하지 않게 하는 특유의 능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오랜 시간을 같이한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느낌을 대화 속에서 느꼈고 그 느낌 아래서 자유롭게 대화가 오고 갔다.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앞으로의 5년- (개헌을 한다면 이 숫자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또 어떤 일들이 기자들과 국민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많이 바쁘고 정신없겠지만-한편으로는 기자로서- 설레는 이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