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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자 May 18. 2017

제37주년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취재 후기

"세상이 바뀌었네 바뀌었어"


문재인 대통령을  5.18 국립묘지 앞에서 기다리던 한 광주 시민은 이렇게 읊조렸다.  올해는 지난 9년 간의 기념식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을까- 문 대통령을 기다리는 광주 시민들의 줄은 길게 늘어져 있었다. 10시가 다가오자 웅성거림이 시작되었고- 그 웅성거림은 대통령을 향한 환호로 바뀌었다.



5.18은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선 시민들의 항쟁이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이 한마디로 문 대통령은 5.18에 대한 논란에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 가족들과 기념식 참가자들은 중간중간 환와 박수로 답했다.


문 대통령은 5.18 이후에도 5.18의 진실을 알리려 목숨을 바쳤던 1980년대 젊은이들을 잊지 말자고 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던졌던  젊은이 4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했다.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 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도 함께 기리고 싶습니다.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 진상규명을 위해 40일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 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네 살,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 수많은 젊음들이 5월 영령의 넋을 위로하며 자신을 던졌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 화면에 강기정 전 의원의 모습이 비쳤다. 그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고 있었다.


기사는 대략 두가지 종류로 정의된다. 기사를 다 썼을때 멘탈이 탈탈 털려 머리가 지끈지끈한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로. 오늘 쓴 기사는 완벽히 전자의 경우다.


오늘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쓰고 싶었다. 적어도 하얀 한복을 어여쁘게 입으신 유가족 어머님들을 바라보며 더욱 그런 마음이 생겼다.


인터뷰를 허락해주신 인금담 (86) 어머님은 1980년 5월 19일 당시 29살이던 맏아들 김경철 씨를 총탄에 잃었다.  고 김경철 씨는 당시 백일잔치를 앞둔 딸을 보기 위해 회사가 있던 대전에서 집이 있던 광주로 내려왔는데, 광주 버스터미널에서 계엄군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서른을 한해 앞둔 그는 자신의 딸이 100일 잔치를 하기 직전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고 김경철 씨의  어머니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대통령 말을 듣고 마음이 너무 감격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이런 날이 있다는 게... 지금까지 너무 고통받고 살았는데 너무 감격스럽고... 우리 자식들 한을 풀고 그 피가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국립묘지에 안장된 김경철 씨 묘 앞 비석엔 인금담 어머님의 편지와 5.18 당시 갓난아기였던 그의 딸의 편지가 새겨져 있었다. 그의 비석 앞 20대 청춘이었을 그의 흑백 사진이 놓여 있었다. 당시 한 살도 안 되었던 그의 딸은 그 해 29살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 딸로, 유치원 딸을 둔 딸로 성장했다.



고 김경철 씨의 비석 뒷면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엄마와 못다 한 정에 울고 있을 나의 아들아! 안보다 더 깊게 새겨진 그리움을 뉘게 말할쏘냐! 내 생이 끝나는 그날, 자랑스러운 네 모습 볼 수 있을 날 기다린다.
-에미가-


아빠! 늘 어디서든 저와 함께 계신다는 믿음은 있지만 가슴 저리게 뵙고 싶을 때가 많아요. 단 한 번이라도 아빠 얼굴 보고 아빠를 불러보고 싶은 이 소망 아실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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