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거지 같다"고 표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언론이 다시 한번 혼란에 빠졌다.
혼란은 지난 7일 일본 후지TV의 보도로 인해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아베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문 대통령에 대해 “거지같이 대화를 구걸한다”고 비판했다고 후지TV가 보도했던 것이다.
이 내용은 곧바로 국내 언론에 인용됐다. 한겨레신문의 경우 “트럼프가 문 대통령을 두고 ‘거지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주일대사관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해당 보도는 오보라고 밝히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문제가 된 후지TV의 보도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物乞いのようだ” (거지같이 구걸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지TV는 해당 발언을 일본어로 인용하며 영문 원문, 취재 출처, 근거는 밝히지 않은 채 자사 취재 결과라고만 했다.
정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거지같다”고 조롱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어의 특징과 맥락 차이를 간과한 오역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가 된 일본어 단어는 “物乞い” (모노고이)다. 이 단어는 '구걸하다'(동사)와 '거지 같은'(형용사)이라는 뜻으로 모두 사용된다.
이광욱 미국 변호사 (미시간 주)는 “아무리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다른 나라 정상에 대해서 ‘거지같다’란 표현을 했을지 의문스럽다. 'Moon is begging for the dialogue with North Korea'라고 했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데, 일본 언론이 'begging'이란 단어를 거지로 착각해서 보도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Moon is begging for dialogue"라고 했다면, 후지TV는 왜 “거지같은”이라는 뜻이 있는 단어 모노고이를 썼을까?
Begging의 동사형인 'beg'의 뜻은 '간절히 애청하다, 구걸하다, 요청하다'이다.
'Begging for mercy'라고 쓰이면 '자비를 요청하다'란 뜻이 된다. 거지 같다는 단어의 뜻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begging for money'라고 쓸 때는 '(거지가) 돈을 구걸하다'란 뜻으로 쓰일 수도 있다.
Begging의 명사형은 Beggar로 '거지'라는 뜻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Moon is begging for dialogue with North Korea"라고 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구걸/요청하고 있다”의 란 메시지를 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가 “begging"이란 단어에서 ‘거지’란 뜻을 유추하여 ”거지같다“란 뜻이 담긴”모노고이“를 썼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 유력 언론사의 서울 특파원은 “후지TV의 인용문은 '마치 物乞い(모노고이) 같다'인데 모노고이에는 ‘거지같이 구걸한다’란 동사, 형용사적 의미가 둘 다 담겨있다. 후지TV가 트럼프의 Begging란 단어를 物乞い (모노고이) 로 번역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영문 원본이 없기 때문에 예측에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오보라고 확인했지만 후지TV보도대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향해 “거지같다”라고 했다면 “Moon is asking for dialogue with North Korea like a begger"라고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