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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자 Oct 08. 2017


세종시에 한달간 살아보니....

젊은이들은 서울을 찾고 지방도시들은 활력을 잃어간다 


평소 지방분권에 대해 큰 믿음과 지지를 가지고 있었다. 수도권에 너무 많은 인구가 집중돼 있으며 이에 야기되는 많은 문제점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퇴근시간 올림픽대로에 잘못 걸리면 무시무시한 헬 게이트가 열리는 것에 잘 드러나듯)


이런 이유에 저번 달 세종시 발령이 났을 때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서울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하며. 아랫글은 지난 한 달여 동안 청주-세종-대전에서 시간을 보낸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들이다.


 잠시 미국의 경우를 들자면,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지만 그곳에 인구가 집중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워싱턴은 미국의 젊은 인재들은 sucking up/흡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달리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혹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이 워싱턴으로 가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미국의 각 대도시들이 각각 가진 특색과 매력, 각 산업에 맞는 특성들이 워낙 방대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금융권에 꿈을 가진,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이들은 뉴욕을 가면 된다. 정치권이나 공공서비스, 정부/외교직에 꿈이 있는 이들은 워싱턴으로 가면 된다. IT쪽 인재들은 캘리포니아에 가면 된다.


미국 사회의 중심이 워싱턴 한곳에 집중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기적으로 젊은 피들이 수혈되므로 각 대도시들은 각각이 가진 특색과 개성을 이어나간다. 그 특색과 개성 덕분에 젊은이들은 계속 모여든다.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의 경우 모든 산업, 행정, 정치, 금융 산업이 서울에 '초집중'돼있다. 이로 인해 지방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서울로 오려고 한다. 공부 좀 하는 고등학생은 인서울 진입을 최소 목표로 삼는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의 중심이 서울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서울은 항상 활력을 충전해나간다. 상식선 밖의 인구밀도를 가지고 있지만, 젊은 피의 주기적인 수혈 덕분에 '젊음'들이 서울의 다양한 곳을 메꾸고 '활력'을 이어나가고 강화시킨다. 연남동, 상수, 합정, 대학로 등... 그 예는 끝이 없다. 끊임없이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반대 작용으로 지방은 젊은이들을 매 해 서울에 빼앗긴다. 그 결과는? 썰렁해지고 어두워진 거리다. 7시를 갓 넘긴 시간임에도 지방도시들의 거리는 썰렁하다 못해 황량하다.


서울의 복잡함에 나는 내가 지쳐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여유로움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이 곧 활력의 부재임을 깨닫는 데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젊은이들의 유출로 인한 문제는 청주/세종을 비롯함 충청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세종시의 경우 서울의 행정권을 분리시켜 만든 인위적 도시지만, 젊은 인구의 지속적이고 큰 폭의 유입 없이는, 지금의 썰렁한 느낌을 지우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관건은, 세종시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되고 환경을 만드는 것에, 세종시 젊은이들이 굳이 서울을 가지 않고도 세종시와 그 주변 도시에서 질 높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달려있다.


만약 그것에 실패한다면, 세종시 또한 도시 인구의 대부분이 중장년층으로 이루어진, 활력 없는 회색도시로 남겨질 수밖에 없을 거다.


미국처럼 각 도시가 각 산업에 맞는 경쟁력과 개성을 가져야 한다. 하버드는 보스턴에, 컬럼비아는 뉴욕에, 스탠퍼드는 캘리포니아에 있듯- 우리의 대학들도 지방으로 퍼져야 한다. 그리고 각 대학이 가지는 강점에 맞추는 산업군이 각 지방에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서울의 인재 흡입과 그 부작용을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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