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기자 Nov 16. 2017

'대통령과의 산행후기' 어떻게 수백번 공유됐을까

 

만 5년이 넘는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던 글은 사실 기사가 아니었다. SNS상 '공유'수가 300이 넘고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었던 글은 브런치에 올렸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산행 후기였다.


5월 9일 대통령 당선, 10일 취임에 이어 불과 3일 후에 청와대기자단과 문 신임 대통령과의 청와대 뒷산행이 이루어졌다.


 토요일 오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청와대로 향했고 그곳에서 문 대통령, 청와대 참모들과 산행을 했다.  산행을 하며 주고받았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과의 대화는 철저히 오프더레코드였다.  그랬기에 자유로운 대화가 오고 갈 수 있었다.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한 산행이었기에 관련 기사는 사진들과 짧은 사진설명에 머물렀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민끝에 오프더레코드를 깨지 않는 선에서 산행을 통해 느낀점을 브런치에 가볍게 써서 올렸다. 그 결과는? 5년간의 기자생활 동안 썼던 그 어떤 기사보다 뜨거운 반응이 일어났다.  


브런치의 글은 카카오톡 채널과 포털 다음 메인에 노출됐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글을 읽었고 자신들의 SNS에 공유했다. 카톡으로는 '글 잘 읽었다'는 톡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이틀 정도를 구름에 뜬 상태로 보냈다. 큰 고민 없이, 커피 홀짝거리면서 썼던 글이 5년간 썼던 그 어떤 기사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한편으론 기분이 좋다가도 허탈한 느낌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론 권력의 추가 완전히 SNS 플랫폼으로 넘어갔구나

브런치는 카카오 다음이 운영하는 블로그형 플랫폼이다. 카카오다음 소속이므로 눈에 띄는 글은 곧바로 운영자에 의해 포털 다음 메인이나 카카오톡 채널에 실린다.  한국인 대부분이스마트폰을 쓰고,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은 카카오톡을 쓴다.


그리고 카카오톡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카톡채널로 화면을 넘겨 시시콜콜한 기사와 '짤'들을 읽는다.  하루 조회자 수치를 가늠하기도 힘든 그 카톡채널에 '대통령과의 산행'글이 소개됐으니, 그 전파력의 속도와 방향은 빠르고 넓을 수밖에 없었다.


"뉴스를 소비하는 행동양식이 '대통령과의 산행' 글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으로 설명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이 좋아하고 신뢰하는 언론사의 사이트에 가서 뉴스를 읽지 않는다. 네이버, 다음, 혹은 카카오채널들을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에 올려놓고 드래깅 하다가 눈길 가는 제목을 누르는 식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기사가 재밌거나 유익하면 자신의 페북, 카톡에 공유를 한다. 이 모든 행위를 함에 있어서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의 사이트에 갈 필요와 이유는? 없다.


내가 쓴 '대통령과의 산행 후기'가 언론사 사이트에 올라간 글이 아니었음에도 300번 넘게 공유가 된 것은 굳이 기존 언론사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흥미를 끄는 콘텐츠는 이제 강력한 유통플랫폼을 가진 카카오를 통해 어떻게든 유통되고 방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만약 카톡이나 네이버가  자체 언론사를 꾸리면 어떻게 될까?"란 생각이 들었다. 압도적인 뉴스유통플랫폼을 구축한 카톡과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기자를 뽑고 고품질의 뉴스를 생산하고 그것을 자사 플랫폼에 유통시킨다면?


전혀 가능성 없는 이야기일까? 정보 포털의 언론사 창립을 금지하는 국내 관련법 유무 여부는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미국의 경우 한때 포털 검색 최강자였던 Yahoo가 Yahoo News라는 온라인 뉴스사를 실제로 운영하고 있다.


Yahoo News 기자들이 송고한 기사는 당연히 Yahoo News섹션의 탑에 걸린다.


Yahoo의 행보를 카카오나 네이버가 하지 말란 법이 있을까? 네이버나 카카오가 자체 네이버 뉴스 카카오 뉴스를 설립하고 카카오 뉴스 기자를 뽑는다면? 그 기자들이 쓴 기사들을 카톡 뉴스 섹션으로 올린다면?


Yahoo News소속 백악관 출입기자가 보인다.  출처: 뉴욕타임스


카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 호랑이 등에 탄 덕분에 산행후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기자들로부터 읽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그 글이 조금이나마 담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말을 내입으로 하자니 참 쑥스럽다...)


우선 그 후기는 기자라는 타이틀이 가진 무게를 빼고, 마치 친구에게 말하듯 쓴 글이었다. 산행이 있었던 그 5월의 두 번째 주가 왜 기자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한 주였는지 하소연하듯 써 내려갔다. 무게를 빼고, 마치 수다 떨듯 쓴 글이기에 좀 더  술술 읽히지 않았을까?


 문장이 수려하지는 않았지만 생생한 사진들과 동영상이 있었다. 우선 문 대통령이 취임식 참석을 하기 위해 국회 본관 계단을 올라가는 동영상은 내가 찍었지만 타이밍을 잘 잡은 동영상이었다.


신임 대통령이 영부인과 취임식장을 향해 계단을 밝고 올라가는 모습과 그들을 맞이하는 취임식 연주는 한 시대가 저물고 다른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듯 했다. (아 내가 찍은 동영상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도 참 쑥스럽다...)


5월10일 대통령 취임식장을 향해 가는길...



그 외에 산행을 하며 순간적으로 찍었던 사진들이 여러 장 올렸다. 한 장의 사진이 100마디 단어보다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준 사진들이었다. 기자들에 둘러싸여 편안하게 대화를 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그가 어떤 대통령이 될 것 같다는 가늠을 할 수 있는 사진도 있었다.



사람들은 친근한 말투가 녹아져 있는 글과,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과 동영상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기자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기억할 깨달음이다.


굳이 언론사 사이트를 가지 않아도 뉴스소비가 가능한 시대에서  언론사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사람들이 '굳이 발품을 팔아' 언론사 사이트를 들어와 뉴스를 읽게하는 강력한 동인이 있어야한다. 강력한 동인을 위해서는 강력한 컨텐츠를 갖춰야한다.


뉴욕타임스는 그 깨달음에 자사 기사에 온갖 그래픽과 사진, 동영상 컨텐츠를 주입했고 디지털콘텐츠 유료회원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는? 200만명이 넘는 디지털유료회원 가입자 수다.







매거진의 이전글 트럼프가 정말 문재인에게 "거지 같다"고 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