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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바람 Dec 14. 2021

새로운 세상

엄마가 되는 중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아이를 낳았다. 긴 시간 노력과 공을 들여 임신을 하고, 유난스럽던 입덧을 지나, 한 두 차례 고비를 겪고, 적잖은 마음고생을 하며 나는 막달에 무사히 안착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알려준 예정일보다 한주 빨리 수술실에 누웠다. 36주 2일, 내 안에 자라고 있던 두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어지러운 마취약과 처음 겪는 긴장감 사이로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작고 작은 얼굴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어쩐지 현실 같지 않은 꿈같은 만남이었다.      


첫 만남 후 42일이 지났다. 아이들이 세상에 온 지 한 달여가 지났고, 나는 숨 가쁘게 ‘엄마’라는 이름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곱씹을 겨를도 없이, 내일은 어떨지 기대할 새도 없이 나의 시간은 속도를 높여 지나가고 있다. 늘 나를 우선으로 돌아가던 시간이 두 아이에게 온전히 맞춰져 흘러가는 중이다. 잠을 이어 자지 못 하고, 걸려온 전화는 놓치기 일쑤고, 밥을 먹다마는 일이 잦고, 즐겨보는 드라마는 어쩌다 볼까 말 까며, 그토록 좋아하던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을 갖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된 일상. 하루하루가 절대 내 의지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는 요즘이다.

     

말로만 듣던 육아는 정말이지 낯설고 새로운 세상이다. 그동안 주변에서 보던 귀여운 아이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부모의 수없이 많은 손길이 닿아 이루어진 사랑스러운 결정체였다. 친구들이 풀어놓던 육아 이야기가 이제야 내 현실이 됐다. 아이의 먹고 자는 일을 돌보느라 부모의 먹고 자는 일상을 반쯤은 포기해야 한다는 그때 그 이야기들을 이제야 실감하는 중이다. 아이는 2,3시간에 한 번씩 먹고 깨고 때로는 보채는 일을 반복한다. 나와 남편 역시 2,3시간에 한 번씩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달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 사이사이 기저귀를 갈고, 젖병을 세척하고, 소독하고, 분유 포트에 물을 채우고, 옷을 갈아입히고, 아이 옷과 손수건을 세탁하고, 그리고 또 그 사이사이 급하게 끼니를 챙겨 먹고 집안을 정돈하고 눈을 붙이곤 한다. 어느 날은 할 만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비몽사몽 쪽잠을 자는 일상을 내 체력이 버텨줄까 덜컥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 사이 아이들은 날마다 자라고 있다. 눈을 감고 싱긋 웃는 배냇짓을 하고, 손과 발을 바둥거리며 크느라 애쓰기도 하고, 냠냠 촙촙 열심히 분유를 먹고, 작고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세상을 탐방하고, 알 수 없는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부모를 궁금하게 하며, 품에 쏙 안겨 새근새근 잠을 자기도 한다. 아이가 자랄수록 엄마가 된 나도 천천히 익숙해져 가겠지. 아직은 뜻 모를 아이의 울음도 조금씩 알아차릴 수 있겠지. 아이가 있는 지금의 일상이 곧 완전한 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겠지... 하는 바람들을 마음에 담아본다.  

    

온통 아이에게 맞춰진 일상 가운데서도 어쩌다 고요한 시간이 찾아온다.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시간이면 멍하니 앉아있을 수도 있고,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다. 짧은 이 글을 쓰다가도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몇 차례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했지만 이런 뜻밖의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오늘도 캄캄한 어둠이 옅어지는 풍경을 마주한다. 아침잠이 많아 나에겐 늘 없는 순간이었던 해가 뜨는 순간을 요즘은 매일 만나고 있다. 오늘도 아이들이 내게 주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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