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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seul Kim Apr 21. 2016

그립다 분나.

당신이 몰랐던 에티오피아 커피이야기

에티오피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를 연상할 만큼 에티오피아는 커피로 명성이 높다. 방문객 대부분이 기념품으로 원두를 사가고,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커피를 마셔보는 게 소원인 바리스타 이야기도 한 간에 떠도니 커피 맛에 대한 보증은 충분하지 않나 싶다.


그 명성에 걸맞게 대부분의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식사 후 후식으로, 피곤할 때 에너지 드링크로, 손님 대접용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커피를 즐긴다. 그 덕에 에티오피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커피를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커피가 유명하다는 건 알아도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어떤 커피를 마시는, 그 맛이 어떨지는 비교적 덜 알려져있다. 나부터도 에티오피아에 오기 전엔 에티오피아식 커피가 있을 줄 생각도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 지내며 현지식 커피, ‘예 제베나 분나’(암하릭으로 ‘제베나에서 만들어진 커피’)의 맛과 향에 빠져버려 식후 땡처럼 하루 3번 분나를 찾는 중독자가 돼버렸.


커피노점. 자고로 분나는 컵에 그득하게 채워줘야 제맛!


'제베나'는 암하릭으로 커피 주전자를 일컫는데, 그 모양이 아주 독특하다. 짧고 뭉툭한 주둥이에 받침대 없인 혼자 설 수 없는 동그란 바닥, 형형색색 예쁜 모양까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주전자와는 거리가 멀다. 제베나의 짝꿍은 '시니'라는 컵으로, 손잡이가 없고 입구가 넓은 게 특징이다.


제베나

에스프레소 정도의 진함에, 설탕을 어마어마하게 넣은, 말 그대로 커피 반 설탕 반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제베나 분나. 묘한 매력의 씁쓸 달콤한 맛이 심하게 중독성 있다. 내 경우에도 처음 맛봤을 때는 '?'이었는데 두번먹었을 땐 '!', 그 이후부턴 '♡'가 되버려 매일 아침을 분나로 시작하곤 했다. 더불어 에티만의 특이한 커피문화를 말하자면, 커피에 팝콘을 곁들여 먹는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이 생뚱맞은 조합이 의아하기도 했지만, 짭조름한 팝콘과 달콤 씁쓸한 분나의 케미가 생각보다 좋았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본 고장인만큼 '분나 마프라트'라고 불리는 커피 세리머니가 있다. 보통 손님을 대접할 때 이 의식을 진행하는데, 생두를 씻어 볶는 것부터 커피를 끓여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말한다(물론 에티오피아 스타일로). 보통 세 번 커피를 우려내 손님에게 세 잔의 커피를 대접하는데 첫 번째 잔은 우정을, 두 번째 잔은 평화를, 마지막 잔은 축복을 의미한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 'Ethiopia Coffee Ceremony'를 검색하면 엄청스레 나올 테니, 가뿐히 생략하도록 하고.

커피 세레모니

커피를 우려낼수록 커피가 연해지고 맛도 덜해져 개인적으론 처음 끓여낸 커피를 선호한다. 커피를 사 마실 때도 맛이 아쉽다 싶어 물어보면 여지없이 두 번 이상 끓인 커피였다. 내가 예민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마셔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에티오피아 대부분의 가정에서도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데, 나도 종종 같이 사는 짜이나에게 부탁해 커피를 만들어 마시곤 했다. 한국에 올 날을 대비해 만드는 법을 전수받기도 했는데, 귀국 후 가족들 대접한답시고 만들었다가 맛없다고 욕만 먹었던 기억도 있다(내공 부족 탓일까..)

분나 비법 전수중!
커피 장인 짜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를 돕고자 분나 만드는 과정을 잠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생두를 물로 깨끗이 씻어 팬에서 약한 불로 은은하게 볶는다. 이때 포인트는 갈색 빛이 아닌 까만 빛이 날 때까지 볶아 주는 것! 커피가 어느 정도 이상 볶아지면 까맣더라도 반짝반짝 빛을 낸다.
2. 볶아진 원두 위에 물을 살짝 뿌리고 가루가 될 때까지 곱게 빻아준다.
3. 제베나 안에 물을 넣고 팔팔 끓여낸다. (4인 기준으로 시니에 물을 가득 채워 다섯 번 정도 부으면 됨)
4. 물이 끓으면 커피가루를 넣고 4-5분 정도 더 끓인다. (밥숟가락으로 4스푼 정도)
5. 다 끓으면 불을 끄고 커피 가루가 가라앉길 잠시 기다린다.  
6. 예쁜 시니에 커피를 따라내면 제베나 분나 완성!


글로 보는 분나 만들기는 참 간단하고 쉬운데, 왜 현실은 탄내 나는 검은 국물인 건지.....  분나 얘기를 하다 보니 분나가 너무너무 땡기는데, 현지에선 150원이면 떡을 치게 마실 분나가 한국에선 3,000원은 족히 된다는 사실에 현기증이 일어날 뿐이고.



아.... 그립다 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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