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욱 Sep 04. 2023

적어도 속이진 않았다

프로가 되기 위해 반드시 던져야 하는 질문

어느 날 쇼츠에 한 영상이 떴다. '프로가 되기 위해 반드시 던져야 하는 질문'이라는 내용의 영상(12년 2월 6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 중 일부)이었다.


이 영상에서 최민식은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외면적인 것에 더욱 치중하면서 식스팩과 S라인에 몰두하는 일부 배우들이 있지만 세상에는 배 나온 배우도 있어야 하며 식스팩과 S라인보다는 정서부터 릴랙스 될 필요가 있다'며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배우들을 말한다. 외면적인 것에 집중하는 일부 배우들은 신체 훈련을 아무리 해봤자 무대에 올라가면 통나무처럼 딱딱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연기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한다.


음식을 맛있게 끓여야 다른 사람도 맛보라고 할 거 아니에요.

내가 맛없게 끓여놓고 먹어보라고 하는 건.
그건 사기잖아요.

내가 미쳐서
진짜 맛있게 먹고
'이거 진짜 맛있어요!' (해야죠)
가져다줬는데 별로 맛없어요?

그건 소바자의 몫이죠.
관객의 몫이에요.

별로 맛없을 수도 있어요.

근데 적어도 속이진 않았다고요!


적어도 속이진 않았다고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살다 보면 무엇이 맞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어차피 디테일한 연기보다 세상 사람들은 식스팩, S라인을 좋아하니 그럴싸한 외형만 보여주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일부 배우들처럼,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도 트렌디한 디자인이나 막대한 자본력으로 인플루언서의 샤라웃만 동원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게는 꽤나 오래 묵은 숙제였지만 쉬이 답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연기의 대가에게서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는 2차적인 문제예요

내가 이 작업을 어떻게 대하느냐.
정말 솔직하게 하고 있느냐.


나는 과연 솔직하게 이 작업을 대하고 있었는가. 나의 의사결정은 그럴싸함을 위한 결정이었을까. 나 스스로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결정이었을까.


내 자신이 설득이 안 되면, 관객들은 절대로 설득 못 시켜요

그리고 최근 이병헌 배우의 연기지론도 유퀴즈를 통해 공개됐다. 연기로는 비난받지 않는다는 그의 연기지론도 최민식 배우와 매우 닮아있다 느꼈다.


먼저 내가 그 캐릭터에 설득을 당해야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는 거니까

내 자신을 설득시키는데까지 고민과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내 자신이 설득이 안 되면, 관객들은 절대로 설득을 못 시켜요


세상에 나름의 '진리'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 진리는 겉모습을 조금씩 달리할지라도, 그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오랜 세월 '연기자'로서 살아온 대배우 최민식, 이병헌이 말하는 '본인이 생각하는 진짜 연기'에 대해 말하는 내용은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내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내가 이 작업을 충분히 솔직하게 대하고 있느냐, 고객에게 제안하는 나의 브랜드가 나 스스로도 '미쳤다'라고 확신할 정도로 좋으냐. 언제나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 있고, 아쉽게도 나의 에너지마저 한정적이다.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진짜'를 만들어 낼 것인가.


브랜드를 만들어 가다 보면 수많은 의사결정에 맞닥뜨리고 적당한 타협에 유혹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이 설득이 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내가 자신 있게 '이거 진짜 맛있어요!'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묻기로 했다.


시장의 선택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최소한 나에게 후회를 남기진 않을 테니까.

적어도 나는 속이지 않았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눈이 빛나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