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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 Mar 17. 2023

[오늘의 발견00]

발견하고 싶은 마음을 발견함

이 글을 쓰기 시작하기까지  3일이 걸렸다. 아니 글을 쓰다가 하루가 지났으므로 이제 4일째이다.


지난 3일간 글의 내용을 숙고하거나 단어를 고른 것이 아니라 그냥 막연하게 '발견한 것을 글로 써둬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어영부영 3일 동안 미룬 결과이다. 이렇게 붙잡지 못하고 그냥 흘려버린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이제 모르겠다.

나를 위해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몇 번이나 다이어리를 샀던 적이 있다. 그러나 2월이 지나면 빈 날짜가 채워진 날짜보다 많아지다가 포기하고 마는 횟수가 늘어나기를 몇 년 간 반복했다. 매일 정신 없이 일하고 돌아오면 일 생각만 남았기에 다이어리에 일 이야기를 적고 싶지도 않았다. 이젠 학습된 무기력으로 다이어리를 사지도 않는다. 친구가 탁상형 달력에 그날 먹었던 것이랑 누구와 먹었는 지만이라도 적어두면 좋다는 아이디어를 주었지만 그 마저도 1~2년 하고 말았다.


포기하고 나니 몸이 편했지만 3년이 1년같이 지나갔다. 그러다 이번 주에 '나는 반복보다 새로운 걸 배우기를 즐기는 사람이지 않았었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루에 하나씩만 배워도 1년에 365개를 새롭게 배울텐데, 지난 3년간 일에만 매몰되어 직장이 소모하는 기자재로 전락한 채 도태되는 기분을 견뎌야했다.


다이어리는 커녕 달력의 작은 칸도 적지 않으면서 발견한 것을 글로 쓰겠다니 치기어린 도전일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젊었을 때의 배움은 늘 치기어린 곳이 있었지 않나. 단지 두려운 것은 쓰지 않는 날이 느는 것이 아니라 매일 써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발견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이 기록은 이런 우발적인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이 기록에 담길 발견들은 누군가와 나눌만한 노하우가 담긴 게 아닌 지극히 사적인 발견이고,

일상의 대부분이 직장에 있기에 직업과 관련된 특정한 발견일 때도 있으며,

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하게 알려진 직업이기 때문에 대체로 보편적인 발견일 수도 있고,

발견의 크기에 중점을 두지 않기 때문에 이 글을 읽은 누군가에겐 발견이 아닌 발견이기도 할 것이다.


혹시나 이 글을 보게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발견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것을 나누어 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그 나눔 안에서 다른 발견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202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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