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부규 Aug 21. 2024

고교 중퇴한 은퇴 공무원, 대학 강단 서다

[퇴직 후 새 인생 개척 소시민 이야기] 부천대학교 경영학과 오영승 교수

✔ 2007년~2023년  부천대학교 경영학과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 2019년 8월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박사 학위 취득

✔ 2023년 6월 말 정년퇴직 - 부천시청 기획조정실장(지방서기관)

✔ 2023년 8월  부천대학교 경영학과 특임교수 임용

✔ 특이사항

  - 7남매(남 6, 여 1) 중 5번째. 가정형편이 어려워 재수 후 중학교 입학

  - 대도시 고등학교 유학 중 지방으로 전학 후 2학년 때 중퇴 

  - 공무원 시험 합격(18세) 후 재직 중 대입 검정고시 합격

  - 가톨릭대학교 야간 학사, 석사 및 일반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은퇴자가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박사학위 취득은 필수이고, 지도교수와의 관계도 돈독히 해야 하고, 자타가 공인할 만한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자격이 충분하다고 대학에서 불러주는 것도 아니다. 그 어려운 자리를 각고의 노력으로 헤쳐 온 은퇴자가 있다. 고교 중퇴 후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공부가 하고 싶은 마음에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내친김에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대학교 특임교수가 되신 오영승(61세) 씨를 지난 4월 초에 만났다. 인생 후배들에게 주는 피와 살이 되는 현실 조언을 하나하나 새겨서 들어보자.


             

▲  인터뷰하는 오영승 교수


◈ 퇴직 소감 한 말씀해 주세요.


"민간인이 된다는 측면에서 신분상 제약에서 벗어나니 시원하기도 하고, 41년 정든 직장을 떠나니 섭섭하기도 해요. 조금만 잘못해도 형법상 형벌과 행정법상의 벌칙, 두 가지로 함께 처벌하니까 그에 대한 해방감도 있었죠. 


공직에서 벗어나 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또 자기 계발을 위해 자격증 공부한다고 학원에도 다니면서 바쁘게 지냈는데 한 석 달쯤 지나니까 무기력증이 왔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계속 바쁘게 일하다가 어느 순간 놓아버리니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 거죠. 대학 강의도 야간에 있고, 강의하는 거 외에는 시간이 전부 남거든요. 정신적으로 풀어지는 게 있더라고요. 상당히 큰 스트레스였죠. 현직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심적으로 여유롭게 못 놀아요. 은퇴 후 3개월이라는 어떤 경계선에 이르면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라며 자괴감이 밀려오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한 6개월 지난 시점인 작년 1월에 학교에서 특임교수 추천이 있어서 '야! 이제 살았다'라며 탄성을 질렀죠. 지금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좋아요."


◈ 대학 교수에 관한 꿈은 언제 키우셨나요?


"제가 공직 11년 차에 시청 기획예산과에서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과 투·융자심사 업무를 접할 때 회계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석사학위 취득 후에 부천대학교 지도 교수님께 석사학위 논문을 드리려고 가지고 갔다가 강의 한번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강의를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공부한 게 아니었어요. 고교 중퇴의 한을 풀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것이 좋은 기회가 된 거예요. 제가 야간 대학 다닐 때 새벽 4시에 출근했어요. 시청 건물 6층 복도에서 '나는 부천시에서 최고가 되겠다'라며 큰 소리로 매일 외쳤어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매사에 도전하고 또 도전했어요.

             

▲  부천대학교에서 ‘회계원리’ 과목 강의를 마치고 종강 기념 촬영


◈ 특임교수의 길을 선택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목표를 설정해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와요. 제가 살아보니까 운이 많이 좌우하더라고요. 근데 나에게 오는 그 운을 받아먹으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거든요. 놀고 있으면 운이 왔다가 도망가요.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운이 왔을 때 받아먹을 수 있거든요. 


저의 부천시 기획조정실장(서기관) 발령도 박사학위 논문 책자를 시장님께 직접 전해드리면서 저를 알린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런 작은 노력도 큰 힘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관련해서 조언드릴 것은 자신을 겸허하게 해부를 한번 해보세요. 종이를 하나 꺼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거를 좌측에 쭉 적어보세요. 그다음에 내가 가장 잘하는 거를 오른쪽에 쭉 적어보세요. 그러면 양쪽에서 교집합이 되는 부분이 나올 거예요. 이 교집합은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걸 죽을 힘을 다해서 후벼 파는 겁니다. 현직에 있으면서 취미로 만들거나 제2 인생으로 발전시키라는 거예요.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어요.


한 20년 봐야 돼요. 현직에 있을 때 젊은 직원들 보고 '너희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금 이 직장은 너희들 밥 먹고 사는 곳이고 제2의 인생을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라. 20~30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가가 된다'라고 많이 조언했어요."


◈ 특임교수 재직 중 힘드신 일이 있었다면?


"힘들다기보다는 교수 생활이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41년 동안 통제된 직장에서 바쁘게 생활하다가 은퇴 후 작년 8월에 임용됐는데 한 석 달 동안 교수연구실에 혼자 있었어요. 외로웠죠. 출퇴근 체크 등 아무도 나를 통제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니까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어요. 


특임 교수의 경우 학교에서 1년 계약 기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면 재임용이 안 돼요. 성과가 있으면 3년에서 5년까지 재임용될 수 있어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은 있지요."

             

▲  가톨릭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 수여식



◈ 보람 있었던 일은?


"제가 가르친 학생을 대학원에 추천한다거나 박사 과정을 연결해 준다든지 하는 가교 역할은 교수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거기에 큰 보람이 있어요. 그리고 정식 연봉을 받고 교수 직함으로 생활을 하니까 스스로에게 큰 자부심이죠. 공직 선배들이 '부천시 생기고 공무원 중에 너처럼 대학교 특임교수 하는 사람은 처음이다'라며 굉장히 인정해 줘요. 그게 보람이죠."


◈ 은퇴 후 부부 기초생활비는 얼마쯤 되나요?


"우리 부부 둘이 통상적으로 한 300만 원 정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보험료만 월 100만 원 이상 들어가요. 해외여행 한 번 가거나 괜찮은 문화생활까지 하면 한 450만 원은 들어간다고 봐요."


◈ 전망은 어떤가요? 


"특임교수는 1년마다 계약 갱신을 해야 해요. 같이 일하는 특임교수 중에 67세 교수님도 계시고, 다른 학교에는 75세도 있어요. 능력이 되고, 건강하고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으면 얼마든지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부천대학교 교정에서



◈ 인생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은?


"장기적으로 한 20년 정도 멀리 내다보고 제2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는 거예요. 직장에 새내기로 들어가서 적응하고부터 시작해야 해요. 직장 생활 충실히 하고 나름대로 시간 쪼개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잘할 수 있는 거를 발굴해서 목표를 세우고 밀고 나가라는 거예요. 먹고 사는 문제는 직장이 있으니까 해결되는 거고 은퇴 후의 제2 인생을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라는 말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