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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은퇴 후 생소한 분야 창업하고 얻은 성공 지혜는

[퇴직 후 새 인생 개척 소시민 이야기] 청소업체 ㈜지오투 조광웅 대표

by 김부규


✔ 2022년 12월 말 공ㄹ기업 38년 근무 정년퇴직
✔ 2023년 10월 16일 주식회사 지오투 창업(건물 위생관리, 소독•방역, 폐기물 수집•처리)



건물 위생관리업계에만 1만7787개 업체가 있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하다. 2024년 기준 서울에서만 신규 영업 신고 257개, 폐업 신고 312개다. 경기 부진 영향으로 폐업 수가 더 많은 상황에 창업하여 예상보다 빨리 흑자 전환한 주식회사 지오투 조광웅 대표(63)를 지난 5월 말 만났다. 2년여 창업 기간 어렵게 얻은 성공에 이르는 지혜가 있다고 한다. 그게 뭘까?



조광웅 대표 1280 외곽선.jpg ▲(주)지오투 조광웅 대표.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은퇴 후 소감 한 말씀.


"큰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열심히는 하지만 매달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고, 또 인사 발령이 있으면 다른 데로 갔다가 또 오고, 때가 되면 진급도 하고 해서 지사장까지 38년 근무하고 퇴직했어요.


은퇴 후에 뭘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어요. 퇴직하기 전 한 3년 정도 남으니까 퇴직한 선배들이 눈에 보이는 거예요. 은퇴 선배들을 만나봐도 특별하게 뭘 해야겠다는 답을 찾을 수 없었어요. 개중에 자영업자로 장사하는 사람이 몇 있었고, 부인이 식당을 하면 거기 가서 일을 도와주거나 아니면 경비 업종에 종사한다든가 하는 정도였어요. 특별히 내가 뭘 해봐야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하는 선배들이 없었어요. 마음이 항상 무거웠어요. 나는 과연 3년 후에 퇴직하면 뭘 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할 게 없었어요.


그때 머리가 하얘지는 거예요. 3년 후에 내 모습이 보일까 과연 저렇게 우리 선배들하고 같은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없는 길을 개척해서 한번 해볼까? 퇴직 2년 넘겨놓고 뭘 해볼까 하고 연구를 해봤죠. 아는 고향 선배나 후배를 자주 만났어요. 뭘 하니까 좋더라 일단은 돈을 잘 버니까 나도 저거 하면 잘 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은퇴 전 3년 동안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퇴직 1년 6개월 남겨 놓고 생각해 보니까 사실 돈이 많이 드는 거는 위험하잖아요. 돈이 많이 들수록 돈을 많이 벌 수도 있겠지만, 위험 부담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면 투자금이 많이 안 들고 우리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 보니까 청소업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지인이 청소업에 종사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를 만나봤어요. 청소업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줬어요. 개인 사업자로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


현장에 답이 있으니까, 제가 퇴직하기 전에 한 번 가봤어요. 실제 아주머니들이 와서 약품 혼합해서 창문도 닦고 바닥 청소도 하는데 냄새가 많이 나더라고요. 몸 괜찮으냐고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청소 도구가 꽤 많았어요. 퇴직하기 전에는 현장만 한 번 갔다 왔지, 실제 체험은 안 했어요. 퇴직하고 나서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계획을 세웠죠. 청소업체를 창업하기 전에 현장에 가서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함께 일할 사람, 퇴직한 동료 2명과 같이 갔어요. 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 최소한의 필수 인력을 꾸렸어요. 어떻게 청소하는지를 배우고 청소 도구는 뭐가 있으며, 실제 입주 청소도 같이 가서 해보며 한 일주일 했죠. 같이 체험한 동료들에게 우리 한번 해보자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했어요. 대표인 제가 1억 가까이 투자하고, 한 사람은 회사 관리를 맡고, 한 사람은 외부 현장 관리를 책임지는 걸로 하고 청소업체를 창업했어요."



IE003481667_STD.jpg ▲(주) 지오투 사무실 전경과 조광우 대표. 테크노파크라고 부르는 지식산업센터 건물 2층 소재 꽤 넓은 사무실을 임차해서 쓰고 있다.


- 은퇴 후 전혀 다른 업종을 선택해서 창업한 특별한 이유는?


"청소업은 사실 3D업종(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직업이에요.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선뜻 손대기가 어렵죠. 그러나 해보면 매력이 있어요. 청소가 더럽다고 하잖아요. 화장실 막히고 넘친 거 뚫어서 청소해 주고, 또 큰 행사가 끝나면 쓰레기와 음식물 분리수거 안 된 거 알맞게 처리하지만 어떻게 보면 지저분한 것 같아도 지저분하지도 않아요.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그래서 이게 소액으로 창업할 수 있고, 또 돈이 되는 거더라고요. 그러나 쉬운 게 없어요. 2023년도 10월 16일 개업했는데 2024년 상반기까지는 한 달에 20~30만 원 벌 때도 있었어요. 적자로 건물 임대료도 못 냈죠. 2024년도 여름방학 때 학교 방학 청소를 몇 개 하니까 좋아졌어요. 한 1년 동안 힘들었어요."


- 지금 하시는 일 소개 부탁합니다.


"저희 일은 세 가지예요. 첫째는 건물 위생관리(청소), 둘째, 소독•방역, 세 번째는 폐기물 수집 및 처리입니다. 건물 위생관리는 학교, 관공서, 운동장, 체육관 청소를 주로 해요. 우리 회사 업무 중 80%가 건물 위생관리 쪽 일이에요. 소독•방역이 15%, 폐기물이 5% 정도 차지하고 있어요. 폐기물의 경우 업무량은 적지만 단가가 훨씬 높아요. 작은 거는 몇 백만 원, 큰 거는 1500만 원 하는 것도 있어요.


건물 위생관리에 투입되는 기계, 장비로는 바닥에 때를 벗겨 내는 흔히 돌돌이라고 부르는 마루 광택기, 그리고 습식 청소기, 고압 세척기 등이 있어요. 또 약품이 많아요. 청소 약품이 없으면 청소 자체가 안 돼요. 청소에 있어서 우리 회사만이 하는 차별화로 인해 재계약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요. 영업비밀이라 공개하기는 어렵고 일단 한번 불러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IE003481680_STD.jpg ▲학교 계단 청소. 정말 지저분한 곳에 사람이 몇 명 들어가서 땀 흘리면서 일하고 나면 새집처럼, 새 사무실처럼 깨끗해진다. 그걸 고객이 보면 깜짝 놀란다.


소독 방역에는 살충이냐, 살균이냐에 따라 약품을 맞춰서 섞어야 해요. 코로나는 살균이에요. 연막으로 뿌려서 위에서부터 밑으로 쫙 가라앉게 해서 균을 죽이는 거죠. 살충은 바닥에 있는 바퀴벌레 같은 거를 제거하기 위해 쭉 뿌려서 죽이는 거죠.


폐기물은 작년에 인천체육회 문학 경기장 4층 옥상에서 의자를 내리고 2층 3층에서 의자, 소파, 집기들 다 내리고 차에 실어서 지정 장소에 폐기하는 거예요. 규모가 꽤 컸어요. 하루에 끝내달라고 해서 인력이 많이 들어갔어요."



IE003481679_STD.jpg ▲학교 청소하는 직원들과 조광웅 대표가 돌돌이로 청소하는 모습. 대표라고 해서 뒤에서 어영부영하고 있으면 일이 안 된다고 한다.


- 이 일을 하시는 동안 특별히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우리 일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줄 수밖에 없어요. 베테랑 일꾼을 쓰려면 일정이 맞아야 하는데 못 맞추고, 개업 일정을 도저히 맞춰 줄 수 없다든지 낮에 일을 못 한다거나 해버리면 난감하죠. 진짜 일할 만한 사람들이 와서 일해야지 아무나 데려다 일하면 일을 망칠 수가 있어요. 그다음엔 미래가 없게 되죠. 일정 맞추기 힘든 고객은 설득하고 설득해서 저녁에 가서 새벽 3시까지 일하고 온 적도 있어요. 모두가 녹초가 됐죠. 너무 힘들었어요."



IE003481681_STD.jpg ▲시의회 본회의장 소독과 학교 교실 청소. 조광웅 대표가 솔선수범해서 직접 소독하고 있다. 또 직원들이 학교 청소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 이 일을 하면서 크게 보람을 느낀 사례가 있나요?


"한 번은 아파트 입주 청소를 했는데 붙박이장 위에 가방이 하나 있었어요. 가방을 열어보니까 1만 원권, 5만 원권으로 1500만 원이 있는 거예요. 경찰에 신고했죠. 1달 후 그 집 전 주인의 아버지 가방이었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분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현금을 보관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아들분이 감사 인사로 사례금을 주겠다고 해서 한사코 거절했는데 간절하게 부탁해서 받았어요.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 월 평균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중소기업 과장 벌이 정도 돼요. 5명 직원에게는 정상적으로 봉급을 주고 저는 조금만 가져가요. 작년 적자 본 기간까지 포함하면 더 적어지죠. 올해는 흑자 전환했으니까, 앞으로 더 좋아지겠죠."


- 현재 두 분 월평균 생활비는 얼마인가요?



"둘이서 한 300만 원 정도 쓰는 것 같아요. 아내가 직장 생활을 해서 자기가 벌고 쓰는 게 있어서 그것까지 고려하면 더 들어갈 수도 있어요. 아내가 올해 연말 퇴직하고 나면 내년부터는 생활비가 300만 원쯤이 될 것 같아요."


- 이 직종의 전망과 앞으로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계획인가요?


"AI 로봇 시대가 되더라도 로봇이 다 청소할 수는 없을 거예요. 청소가 간단하다 하더라도 로봇이 인간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려면 10~20년 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런 환경이 빨리 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지금부터 10~20년 동안은 충분히 청소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고 봐요. 제 몸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도 80~90세까지는 못 하겠지요. 저는 73세까지는 해볼 생각이에요."



IE003481682_STD.jpg ▲건물 위생관리업 현황 전국에 17,787개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경기, 서울, 인천에 절반 가까이 집중되어 있다. (출처 : 행정안전부, 한국지역정보개발원)

-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


"이 일은 3D업종이고 현장을 알아야 하기에 현장에서 부지런히 일을 배워야 해요.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느냐는 현장에 가서 실제 해보고 그것도 하루가 아니고 한 일주일에서 2주일 정도 해본 다음 결정하세요.


이 일은 일 잘하는 사람 네트워크를 개척해야 하는 일이 중요해요. 저희는 지인을 통해서 기술자들을 섭외해서 서로 일감을 공유했어요. 몇 번 이렇게 하다 보면 일 잘하는 사람이 보이거든요. 그 사람들하고 관계를 잘 맺었죠. 고생한 만큼 좀 더 챙겨주니까 관계가 유지되는 거예요. 원인 없는 결과는 없어요.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주말에 가서 한 번씩 체험해 보는 것도 좋아요."


- 은퇴 후 평소 인생 후배들에게 이 얘기는 꼭 해주고 싶다고 하는 현실 조언?


"퇴직하면 사실 뭐든 순조롭게 되는 게 없어요. 지금도 만나는 후배들한테 그래요. "퇴직하면 너희들 알다시피 서울대학교 나온 사람하고 시골에서 초등학교 나와서 풀 뜯다가 나온 사람하고 대우는 다 똑같다."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하라고는 해요. 한 3년 전부터 준비해야 해요.


자기가 하는 일에 행복감을 못 느끼면 힘들어요. 오죽하면 자다가도 청소하는 꿈 꾼다니까요? 한번은 시흥시 소재 학교 한 곳을 올 2월에 3일간 청소했어요. 청소가 잘 끝났는데 3일 후에,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요. 처음엔 무슨 하자가 있나 했는데 학교 행정실장님이 "아유! 대표님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깨끗하게 해주셔서 제가 선생님들한테서 칭찬을 들었어요."라고 하면서 기분이 좋다고, 감사하다는 전화를 한 거예요. 제가 깜짝 놀랐어요. 그 후 바로 학교 소독하는 일 1년 계약했어요.


저는 이 사례에서 큰 지혜를 얻었어요. 이 사업의 성패는 내가 조금 적게 벌고 더 빛나게 만들어주면 되는 거였어요. '덜 벌고 더 빛나게 해줘라.'"





I 덧붙이는 글 I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58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999879)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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