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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미 Oct 20. 2020

해녀의부엌_제주 구좌 종달리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제주의 바닷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주 만날 수 있는 해녀.

.

 '물숨'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하루 7~8시간 물질을 하는 해녀의 삶에는 그 무엇보다 삶과 죽의의 경계에서 자신의 숨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강인함과 애환이 서려있었다.


2016년 12월, 제주 해녀가 유테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사회적 약자', '양성평등', '자연과의 조화', '사회공헌' 이라는 주요 키워드를 갖추고 있는 해녀는 제주에서 해녀박물관과 한수풀해녀학교 등을 통해 그 문화를 잃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숨비소리란 해녀들이 물 밑에서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는 소리다. 본인의 숨의 길이에 따라 바다 깊은 곳에 있는 전복을 얼마나 더 딸 수 있느냐가 달라진다. 조금만 숨을 더 참고 더 깊은 곳의 전복을, 더 많은 전복을 따겠다고 욕심을 앞세우면 본인의 마지막 숨을 넘어선다. 이 때 먹는 것이 바로 '물숨'. 물속에서 쉬는 숨이다.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해녀의 이 숨비소리는 오래된 제주의 삶뿐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을 비추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이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겠다고 버티는 현대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가진 숨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받기도 하고, 내가 가진 숨을 살피지 않고 그저 다른 사람의 성과를 바라보기만 한다. 어느 때에는 '물숨'을 코앞에 두고도 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같은 숨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숨의 길이가 시간과 노력을 통해 훈련이 될수는 있지만, 한 숨에 해결하려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자신의 숨 길이에 따라 나만의 물질을 하는 법을 만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필요한 일이다.


제주의 구좌 종달리 해변에 가면, 20여년 전 생선을 경매하는 활선어 위판장이 판매 비활성화로 어둡고 인적이 드문 창고로 변해버린 공간을 '제주 해녀 다이닝'으로 재탄생 시킨 곳이 있다. 제주 해녀가 채취한 해산물을 너릴 알려 해산물을 브랜드화 고령화되는 해녀들의 소득 창출을 위해 종달어촌계 해녀들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청년 예술인이 펼쳐나가는 신선한 이야기, 새로운 생명이 불어넣어진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제주 해산물의 이야기와 해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극장식 레스토랑 '해녀의 부엌'이다.


잊혀지는 해녀문화를 살리기 위한 이 복합문화공간은 새로운 세대가 지난 세대의 삶을 그들만의 방법으로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이 가진 숨으로 새로운 물질을 해나가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친구들이 화려하고 눈에보이는 것만을 쫓기보다는 나와 주변을 잘 살피어 '나'를 통해 '나'를 만들어가는 삶을 되새겨보았으면 한다.



해녀촌에서의 파인다이닝을 제공하는 해녀의 부엌은 다양한 구성(해녀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연극, 제주 해녀분의 해산물 소개(그리고 시식), 제주 해산물로 구성된 식사, 마지막으로 제주 해녀와의 이야기)으로 러닝타임이 2시간이 넘지만, 그만큼 제주 해녀들의 삶과 제주 해산물에 깊숙히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주해산물, 해녀들의 체취한 해산물의 유통구조의 개선과 해녀문화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다음 세대들의 노력이 건강한 방법으로 지역사회와 소비문화에 선순환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해녀는 예전에 비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산업구조이겠지만, 우리 지난 역사의 한 부분인 만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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