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에 시작된 속초의 서점. 아버지의 업을 이어서 한다는 것. 좋은 책을 고르고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는 것. 그리고 이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만들어 간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참 멋진 일이다.
베틀로 짠 삼베처럼 잘 엉기어 있는 큐레이션이 서가 곳곳에서 발목을 잡는 곳. 멀리서 찾아온 어쩌면 이 도시의 이방인에게도 곁을 내어주는 따듯한 곳.
서점 한편에 꽤 오래된 책들이 꽂혀있다. 아마도 판매는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앞에는 지금 이 곳 속초, 그리고 동아서점의 색이 가득한 책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지금껏 살아오며 언제가 좋았냐고, 아버지에게 물었던 적이 있어요. 대답은 이랬어요. 좋았던 게 뭐 있겠냐고, 늘 힘들기만 했던 것 같다고. 그 말이 백 퍼센트의 진실은 아니길 바랬지만, 한편으론 그 말에 담긴 외로움의 무게가 밤늦도록 가슴을 짓누르는 듯했습니다. - 어제 방영된 '길길이 다시 산다' 촬영 당시, 아버지, 어머니부터 제 아내와 딸까지, 온 가족이 서점에 있었는데요. 저희와의 촬영이 끝난 뒤 김한길 선생님께서 잠시 머뭇거리시다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괜찮게 사시는 것 같아요." '괜찮게 산다', '괜찮은 삶이다', '괜찮다...' 평소라면 그저 평범하게 지나칠 말이었겠지만, 그날의 '괜찮다'는 제게 신비로운 울림을 주었어요. -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게 살아온 누군가가, 또한 절반을 훌쩍 넘은 누군가에게, 타인의 삶을 속단하거나 얄팍히 바라보는 뜻에서가 아니라, 그의 삶을 존중하고, 수긍하고, 나아가 부러움을 조금 담아, 입가에 미소를 어렴풋이 머금고 '괜찮은 삶'이라고 말해주는 것. 그때의 '괜찮다'는 제가 살아오면서 들어본 '괜찮다' 중 손에 꼽을 만큼 근사한 표현이었어요. 그리고 그 말은 당사자인 아버지보다도 제게 더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1055888464436976/posts/4032819960077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