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의 변비와 유산균 작전
우리 딸이 변비에 걸렸다.
자꾸 토끼 똥만 한 변만 보니, 본인도 답답한지 변을 볼 때마다 이렇게 물어본다.
"나 또 토끼 똥 싸면 어떡해? 나 또 똥 못 싸면 어떡해?"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여러 번 겪었지만, 매번 유산균이 맛없다며 거부하는 딸 때문에 자연적으로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이번엔 마음을 굳게 먹고 극약처방을 하기로 했다.
등원과 하원길에 마시는 물병에 유산균을 몰래 타주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눈치 못 챌 거라고 생각했는데, 첫 모금을 마시자마자 딸이 말했다.
"어? 물맛이 좀 이상한 것 같아."
그러더니 옆에 있던 아들에게 물병을 건네며 말했다.
"너도 한 번 마셔봐."
아들도 한 모금 마시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거 평소 물맛이 아닌데? 물이 상한 거 아니야?"
둘이 나름 논리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물 색깔도 이상하다며 아빠에게도 맛보라고 권유하는 모습에 결국 빵 터지고 말았다.
주차 후 물병을 확인해 보니, 유산균이 아직 덜 녹아서 알갱이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물 색깔도 혼탁해져 있었다. 유산균 몰래 타 먹이기가 실패한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액체형 무향 유산균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