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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두달살기] 조호바루, 낯선 아침의 발견

by 크림치즈

아내와 나의 여행 컨셉은 언제나 식도락이었다.


말레이시아 요리는 어떤 맛일까?
나시고렝, 미고렝 같은 동남아 국민 요리 덕분에 큰 걱정은 없었지만, 과거 홍콩에서 딤섬을 맛보고 “지금껏 먹었던 딤섬은 모두 거짓이었다”라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이번에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요리가 우리를 기다리길 기대했다.


구글 리뷰 덕분에 갈 만한 레스토랑을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한국의 아침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열렸다.


첫 번째로 마주한 건 나시 르막이었다.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 위에 매콤한 삼발, 멸치튀김, 땅콩, 삶은 달걀과 오이가 얹혀 있었다.


한 숟갈 먹는 순간 고소함과 매콤함이 동시에 올라왔다.
아이들은 삼발은 빼고 멸치와 계란만 골라 먹으며 “이거 맛있다”며 웃었다.
아침부터 밥을 이렇게 든든하게 먹는 문화가 신기하면서도, 하루를 힘 있게 시작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인도 식당에서 만난 로띠 차나이.
얇고 바삭한 빵을 손으로 찢어 달 카레에 찍어 먹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했다.


가격은 고작 2링깃, 한국 돈으로 700원이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저렴하고 맛있으니, 현지인들이 아침마다 마막(인도계 로컬 식당)에 들르는 게 당연했다.
아이들은 손으로 찢어 먹는 재미에 푹 빠져서 어느새 접시가 비어 있었다.


마지막은 카야 토스트 세트.
카야잼과 버터가 발린 토스트와 진한 코피(커피)가 세트로 나온다.


연유가 들어간 코피는 아메리카노에 익숙한 내겐 다소 과하게 달았지만,

그 단맛 덕분에 왜 현지인들의 하루가 이 음료로 시작되는지 알 것 같았다.
흥미로웠던 건, 아이스로 마실 때보다 뜨겁게 마실 때 훨씬 맛이 잘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한겨울에도 벌벌 떨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던 내가,
이곳에서는 뜨거운 코피만 찾고 있다.



한 겨울에도 벌벌 떨면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고집한 내가 여기서는 뜨거운 코피만 마시고 있다.


이곳에서의 아침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민족마다 다른 음식이 공존하는 말레이시아 그 자체였다.

한국에서라면 평생 먹지 않았을 메뉴들이,
여기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


아이들과 함께한 이 특별한 아침은,
조호바루 두 달 살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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