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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가르타 Apr 11. 2016

추억의 일격에 아프다

이별 병의 처방전은 시간뿐이라는 진리

이별 후 3개월이 지났다.

특별히 그 사람과 관련된 꿈을 꾸지 않아도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동적으로 이별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간 만큼, 이별 초반 아침마다 겪어야 했던 헤어졌다는 낯선 사실이 심장 위로 쿵 떨어지는 충격과는 다르게 이제는 막 정신을 깬 아침에도 헤어졌다는 것이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낯설던 이별의 상태는 내 시간 속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이상할 만큼 아침잠이 없어진 것도, 더 잠들어 있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다.


이별 초반에는 이별했다는 사실보다 그 사람과 함께였던 날들이 더 익숙해서 아팠다면 3개월이 흐른 지금은 그 사람과 함께였던 날들이 너무 멀게 느껴져서 조금 슬프고, 그럭저럭 혼자가 익숙해져 가던 중 느닷없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추억의 일격이 가끔씩 나를 아프게 한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난데없이 떠오른 것은 ‘쪽’이다. 유치하지만 그 사람과 하루치의 연락을 마치고 카카오톡 대화를 마무리할 때에 했던 굿나잇 인사 ‘쪽’이 이제는 받침만 바뀐 ‘쫑’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관계는 쫑 났다. 그리고 ‘쪽’이든 뭐든 우리끼리만 사용하던 은어들도 공중분해됐다. 단지 그 시간만을 위해 존재했던 은어들인 셈이다.



처음 헤어짐을 결심했을 때만 해도 내가 올해 상반기를 몽땅 이별 후유증으로 가슴앓이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할 수 없었다.

‘미래에 만날 그 사람보다 더 괜찮은 나의 짝’과 같은 가정들은 그 시간들을 위로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미래에 만날 그 사람의 생김새도, 체취도, 말투도, 피부의 촉감도,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아무런 추억도 익숙함도 없다. 그래서 헤어진 그 사람과는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막 이별을 겪는 사람에게 ‘세상에 남자는 많아’, ‘더 좋은 남자 만날 거야’하는 등의 위로는 와 닿지도 않는 것이다. 부질없는 것을 알지만 최근 나와 긴밀한 관계를 가졌던 그 사람만이 아직은 내 마음 안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 남자가 많다’라는 것 정도는, 그 사람이 내 인생에서 다신 없을 최고의 남자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쯤은 누군가 상기시켜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이별의 기간 동안 그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 필연적인 병을 겪고 있는 것이다. 처방전은 시간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약발을 받고 있다. 그 사람만을 돌려달라고 기도하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새로운 설렘에 대한 어렴풋한 기대도 생기는 걸 보니. 내게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다시 따스한 날들이 올 것이다.




2016. 4. 3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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