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쓰망고X창덕여중 | 리얼 월드 연계 수업 참여 학생 인터뷰
유쓰망고가 두 번째 러닝랩 펠로우십을 진행합니다. 온라인 수업 환경을 적극 활용하며, 배움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리얼 월드 러닝(Real-world Learning)’을 키워드로 꼽고 2020년 하반기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학습자들이 실제 세상에 적용되는 주제를 가지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경험을 할 때, 그들의 배움은 교실을 넘어 실제 삶에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유쓰망고는 창덕여중과 함께 중 1 대상 자유 학년제 리얼 월드 러닝 프로젝트 모형을 개발하고 2학기 수업으로 진행합니다. 리얼 월드 러닝이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데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공교육 현장에서 리얼 월드 러닝의 구조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등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배움을 매달 한 편의 글로 공유합니다.
글. 유쓰망고 대표 김하늬
편집. 씨프로그램 러닝펀드 매니저 문숙희
창덕여중과 함께한 전문가 연계 리얼 월드 러닝 프로젝트는 두 번의 등교 수업을 제외하고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발표회는 학교에 모여서 할 수 있을 줄 알고 친구들에게 보여줄 팸플릿이나 전시의 형태로 준비하려는 팀도 있었지만, 결국 온라인 발표 형식에 맞게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25개 팀은 자신이 한 학기 동안 탐구한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유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을 중학교 1학년에게 스스로 탐구 주제를 정하고 학교 안팎의 전문가(제3의 어른)에게 직접 이메일을 써 본 짝토론 수업에서의 경험은 더욱 새로웠을 것이다. 이들이 경험하고, 느끼고, 성장한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올해 2학년으로 올라가는 김수아, 김혜령, 옥정진 학생을 각각 인터뷰한 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김수아(아), 김혜령(령), 옥정진(진)으로 표현.
교사 인터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 클릭
학생의 상상력에 자유를 더하는 연결 with 강은하, 김성수 선생님
지난 학기 짝토론 수업은 어땠어요? 한 학기 동안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발견하고, 비슷한 주제를 고른 친구들끼리 한 팀을 이뤄서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여러분은 어떤 주제를 정하게 됐나요?
진: 관심 있는 주제를 탐구해서 끝까지 완성시키고, 그 주제에 대해서 발표까지 하게 되니 완성한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주제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서 연관 있는 다른 많은 정보들을 알 수 있었고요. 저희는 ‘사춘기 청소년에게 음악 가사가 영향을 줄 수 있을까?’를 주제로 잡았는데요. 음악 치료를 전공한 작곡가와 연결이 됐는데 관련된 논문도 알려주셔서 참고를 하기도 했어요.
아: 주제 선정할 때, 자신이 평소에 궁금했던 점이나 관심 있던걸 많이 생각했어야 됐어요.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이 많았고 탐구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아갈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저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편집, 포토샵에 관심이 있었고 브이로그를 직접 찍고 유튜버한테 피드백을 받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처음에는 주제 범위가 너무 넓어서 친구들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떤 걸 탐구해야 할지 막막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죠. 힘들기도 했는데 이렇게 깊이 고민해 본 경험이 처음이라 새로운 걸 경험한다고 생각하니 재미있었어요.
령: 저희 팀은 자기 주도 학습에 대해 탐구해 보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주제를 정할 때도, 연결하고 싶은 전문가를 정할 때도 우리가 궁금한 분야를 정해야 했거든요. 평소에는 해야 되는 걸 하면 됐었는데,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게 뭐였는지 찾는 게 진짜 힘들었어요. 수업 자체가 좀 낯설었어요. 하나가 잘못되면 그다음이 어려워지고. 그런 과정 자체가 낯설어서 더 어려웠던 거 같아요. 계획서를 처음 작성할 때도 추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먼저 계획을 하라고 하는 게 어려웠어요.
구체적인 세부 주제를 정해간 과정이 궁금해요.
진: 저희 팀은 음악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모였는데, K팝 같은 대중음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궁금해했어요. 그래서 “음악이 어떻게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칠까?”라는 주제로 시작하다가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좁아졌고, 우리가 청소년이니까 “사춘기 청소년에게 음악 가사가 영향을 줄 수 있을까?”가 최종 탐구 질문이 됐어요.
다 끝나고 보니 너무 답을 정해놓고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K팝으로 시작했다가 결국 음악치료로 간 건데, 그래도 주제를 일단 정해서 하다 보니 관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음악치료의 원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어요. 앞으로는 음악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요.
아: 주제를 간추리고 또 간추리는 게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유튜버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는데, 이건 사람들이 이미 많이 탐구했고 너무 결과가 뻔하니까 흥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찾다가 “어떻게 하면 인기 있는 유튜버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로 좁혀졌어요. 최종 발표는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노력에는 뭐가 있을까?”로 진행했어요.
령: 저는 딱히 관심 있는 주제가 없어서 오히려 저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주제를 정하게 됐는데요. 중학교에 올라오니 초등학교 때보다 해야 하는 일도 많아지고, 주변에서 이제 공부를 해야 된다고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1학기 때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자기 주도 학습’이었어요. 막상 1학년 수업을 하다 보니까 정말 자기 주도 학습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주제로 정하게 됐어요.
전체 팀 중에 자기 주도 학습 팀이 전문가 섭외를 가장 많이 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연락하게 됐어요? 6명에게 연락했는데, 결정의 기준이 궁금해요.
령: 유쓰망고에서 준 ‘망고 자원 카드’에 저희 주제랑 딱 맞는 사람은 없었어요.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해야 하나 엄청 고민을 했었는데, 선생님이 꼭 한 명일 필요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 분야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어떻게 했는지 골고루 들으면 그걸 통해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짝토론 수업이 학생들의 관심 주제별 네 개의 그룹으로 나눠져 있어서, 각 그룹이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의 분야 전문가를 선정했어요. 다른 친구들에게도 자기 주도 학습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저희 팀은 5명이었는데, 모둠 내에서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맡았어요. 예술 쪽 맡은 친구들이 웹툰 전문가와 공연 칼럼니스트를 인터뷰하기도 하고요. 저는 동물을 좋아해서 과학과 관련된 분에게 연락을 드렸죠.
망고 자원 카드는 도움이 됐나요? 어떻게 사용했어요?
령: 정말 도움이 됐어요.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멘토님이 예전에 했던 일이나 현재 관심 있는 분야도 같이 쓰여있어서 물어볼 수 있는 주제를 다양하게 찾을 수 있었어요. 제가 연락드렸던 분은 현재 동아사이언스에서 교육 기획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이전에 개구리 연구를 하셨더라고요. 제가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이 분을 섭외한 거라 개구리 연구를 했을 때 좋았던 점, 어려웠던 점도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연구도 자기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탐구를 했던 거니까 그때 자기 주도 학습을 어떻게 했는지도 들을 수 있었어요.
한 사람을 만나지만
이 사람이 과거에 했던 일
지금 하고 있는 일
관심 있는 것들.
이렇게 세 가지에 대해
다 알 수 있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멘토님의 직업만 보면 저와 멀어 보이지만, 관심 있는 것들 중에는 공통점이 있어서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스케이트보드, 식물 가꾸기처럼 평범한 주제 덕분에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어요.
망고 자원 카드에 있는 멘토풀 이외에도 우리 팀이 필요한 전문가는 직접 찾아서 연락을 하기도 했는데요. 유튜브 팀은 어떻게 전문가를 연결하게 됐나요? 유튜버를 섭외했다니!
아: 처음에는 저희 세 명이 원하는 유튜버가 있어서 채널에 나와있는 주소로 이메일을 드렸는데 확인을 안 하더라고요. 며칠 기다리다가 워낙 인기가 많은 유튜버니 답장을 안 해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다시 이메일을 보내지는 않았어요. 프로젝트를 기간 내에 마치려면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어서 다른 분을 찾자고 판단을 했어요.
이은주 선생님이 예전에 친구 중에 체육 교사였는데 유튜버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기억나서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선생님의 지인이니까 쉽게 화상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고, 바로 연결을 해주셨죠. 피드백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잘 몰랐는데, 실제 유튜버에게 저희가 찍은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니 차이점이 확실히 보이더라고요.
첫 번째 영상은 피드백을 안 받고 저희 채널에 올렸고, 두 번째 영상은 피드백을 적용해서 올렸더니 조회수가 두 배가 늘어난 거예요. 저희가 보기에도 편집 자체가 다르고, 썸네일 자체에서도 차이가 느껴지다 보니까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어떤 피드백을 어떻게 받았나요? 직접 만난 건가요?
아: 연결이 되고 나서 처음에는 화상으로 만나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계획을 짜는 회의를 했어요. 그 후 피드백은 이메일로 주고받았고요. 영상 촬영과 편집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촬영을 할 때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이 영상 깔끔하다, 구도가 좋다’고 느끼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요. 저희는 팀원들이 각자 촬영한 브이로그를 하나의 영상으로 편집하는 거여서 장면 전환을 어떻게 하는지도 새로 배웠어요. 여러 명의 영상을 합칠 때 각 사람의 개성이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됐고요. 영상 썸네일도 저희는 그냥 만들었는데 채도를 높이고 밝기를 조절해서 밝은 느낌을 줘야 하더라고요.
세 팀 모두 기존에 존재하는 자료 조사로 끝난 게 아니라 전문가를 통해 살아있는 정보를 얻게 된 건데, 실제 전문가 연결을 해보니 좋았던 점은 뭐였어요?
진: 처음에 자료조사를 했었을 때는 어떻게 검색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서 조사를 해야 할지 사실 막막했어요. 전문가를 통해서 전문적인 논문을 추천받거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던 거 같아요.
령: 전문가들이 직접 실행했던 방법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알고 싶었던 부분, 혹은 알고는 있었는데 실천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전문가들로부터 직접 들으니까 이건 진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긴다고 해야 하나?
다른 과목은 배우고 시험 보고
다시 배우고의 반복인데
이 수업은 몰랐던 걸 깨닫고
행동해 볼 수 있다는 게
다른 거 같아요.
아: 이런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외부 자원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저희가 직접 찾은 분들한테는 연락을 못 받아서 연결에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서 연락했는 데 성공했거든요. 전문가에게 도움받기를 요청하고, 또 도움을 받는 과정 그 자체에서 배운 게 많았다고 생각해요.
외부 전문가한테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 배웠는데, 중요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이메일을 써야 예의를 갖출 수 있는지를 알게 됐어요. 다른 수업을 할 때 외부 자원 연결이 필요할 때나 나중에 커서 연구를 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하면 되는 거니까.
지금 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하나 얻은 것 같아서 좋아요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도 처음이셨을 텐데 어렵진 않았어요? 연락하는 과정에서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령: 첫 번째 분한테 이메일을 잘못 보낸 일이 있었어요. 원래 담당 선생님한테 먼저 이메일 내용을 검토받고 보내는 거였는데 저희는 이미 물어보고 싶은 질문 리스트가 다 있어서 그냥 보냈거든요. 다시 보니 제대로 팀 소개를 안 한 거예요. 근데 이메일은 발송 취소가 안되더라고요. 죄송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담임선생님한테 이메일을 보낼 때도 정말 많이 생각하고 보내는데, 외부 전문가한테 보내는 거니 뭘 알고 싶은지 정확하게 보내야 되고, 계획서도 자세히 써야 하더라고요. 이메일에 구체적으로 잘 쓰기 위해 깊이 고민했던 거 같아요.
벌써 2학년이 되어 1학년 후배가 생겼는데요! 마지막으로, 짝토론 수업을 들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 ‘짝토론’ 수업의 이름답게 협력을 하면서 친구를 배려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혼자서 탐구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친구들 의견도 들으면서 더 커갈 수 있더라고요. 팀 활동을 하다 보면 맡은 일을 안 해오는 팀원을 만날 때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울 수 있어요.
령: 저희 학교에 오는 친구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랑 연결이 많이 되면 좋을 거 같아요. 저는 전문가들한테 이야기를 들은 내용을 통해 진짜 자기 주도 학습을 실천해 보게 됐거든요. 짝토론이란 과목이 처음인 것처럼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시도를 해보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에는 하고 싶은 주제가 없었는데 하다 보니 정말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됐거든요. 꼭 진로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주제를 정하면 재미있게 활동을 할 수 있거든요. 좋아하는 게 없다면, 고민되는 부분을 찾아보세요. 수업이나 공부 안에서도 정할 수 있는 주제가 많잖아요.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보면 다양한 세부 주제가 나올 거예요. 혹은, 선생님이 평소에 해주시는 얘기를 잘 들어보면, 그중에 기억에 남는 말들이 하나씩은 다 있을 거예요. 그런 걸 참고로 나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간다면 성취도 높고 만족감도 높아질 것 같아요.
아: 관심 있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들을 남들에게 공유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무언가 항상 배우기만 했던 학생이
반대로 여러 명에게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는 경험을 하기 어려운데
1학년 전체 학생에게 할 수 있어서
좋았거든요.
발표 연습을 하면서 말로 내 생각을 잘 전달하는 데도 도움이 됐고요. 발표까지 잘 준비해서 해보세요!
리얼 월드 러닝 컨퍼런스를 신청해 주세요! 교사 패널 시간에 소개 드립니다.
http://bit.ly/RWLConference2021
창덕여중 '전문가 연계 리얼 월드 러닝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살펴보고 싶다면
https://brunch.co.kr/@ontherecord/244
리얼 월드 러닝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에 학생들과 연결될 수 있는 어른으로서 참여하고 싶다면
유쓰망고의 소식을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다면
- 유쓰망고 공식 블로그
- 유쓰망고 뉴스레터 [망고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