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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Oct 18. 2024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리뷰

샛별BOOK연구소 


오월의 아픔


『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 창비, 2014.


‘씨팔, 존나 영화 같지 않냐(p133)’. 군화발로 김진수의 등을 밟고 흥분한 장교의 대사다. 그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는 아이들을 향해 M16을 조준하며 총을 갈긴다. 차례로 죽은 아이들을 보며 영화같다고 말하는 저 사람의 내면은 무엇일까. 영화는 연출이라지만 소설은 허구라지만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영화와 소설과 현실 안에서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소설에 등장하는 장면들마다 저자는 어떤 의도로 그렇게 그리고 설명했는지 난감하다. 우리가 어떤 설명을 해야 한단 말인가! 


『소년이 온다』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1970년 생으로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단편소설「붉은 닻」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희랍어 시간>등의 소설과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는 맨부커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문단에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소년이 온다』은 ‘1980년 5월 광주’를 리얼하게 그렸다. 분명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참혹한 장면들과 상황들이 앞다투어 마음과 머리를 사정없이 훑고 지나간다. 한강의 문체는 잔인하리만치 섬세하다. 예를 들면, ‘발가락은 외상이 없어 깨끗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생강 덩어리들처럼 굵고 거무스레해(p.12)’진다는 묘사들,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반투명한 창자들을 뱃속에 집어넣다 말고(p.20)’ 뛰쳐나가는 상무관의 현장 상황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적거리는(p.45)’ 노인의 두 눈을 섬뜩하게 그렸다. 또한 여름의 조사실에서 검은색 모나미 볼펜으로 겪었던 고문(p126), 식판에 담긴 밥과 김치를 2인 1조로 먹어야 되는 모습들은 좌절스럽다. 아직 죗값을 치르지 못한 가해자들과 같은 하늘 아래 공기를 마신다는 현실이 분노를 넘어 무력해진다.


저자는 곳곳에서 물음을 던지다. 몸이 죽으면 혼은 어디로 갈까? 친구 정대를 남기고 목숨을 유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동호, 결국, 상무관의 시체를 수습하다 죽게 되는 동호의 혼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있다. 겹겹이 쌓인 몸들 위에 분리된 자신의 육체를 보고 자신을 쏜 사람을 찾아 나서는 열여섯 살의 정대. 왜 죽였는지 묻고 있다. 어린 영혼. 정대와 동호는 못다 한 生을 넘어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그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저자는 계속 묻고 있다. 김진수는 도청 밖까지 나갔다가 돌아온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p114)’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양심을 가진 자와 양심이 없는 자의 대결이었고 처참한 상흔을 남기고 열흘 만에 끝난 전쟁이었다.


저자는 이 소설을 쓰면서 쓸 때마다 울었다고 전한다. 이젠, 분수대의 물을 펑펑 틀지 말자. 약자에게만 양심이 있다고 부르지 말자. 상무관을 빠져나간 영혼들이 새처럼 날고 있다고 말하지 말자. 수파여고 은숙 누나를, 전파사를 돕는 진수를, 그들을, 광주를 안다고 말하지 말자.  『소년이 온다』가 소설이라고 내뱉지 말자. 광주에서 일어난 열흘. 참혹한 야만의 얼굴을 기억하자. 그것만이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다. 잊지 말자. 무고하게 희생된 꽃다운 청춘들을.


2016.8.16. 작성 



(2016년도에 읽고 쓴 리뷰입니다. 재독하면 힘든 책이라 덮어뒀던 책.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을 받고 곳곳에서 부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5·18을 알리게 되었네요. 감격입니다. 다시 꼼꼼하게 읽고 새로운 리뷰를 써야겠습니다.)


2016년. 도라지 흰색이 좋았나 보다. 




https://blog.naver.com/bhhmother/222736724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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