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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Jul 03. 2019

‘그’ 어벤져스 말고, ‘수영장’ 어벤져스!

브런치 무비 패스#11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스포일러와 영화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의 후원을 받아 관람한 후기입니다.




인생의 전반전을 날려버린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멋진 후반전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 아주 흔한 위기의 중년 남자들, 그들이 다름 아닌 수중발레를 하기 위해 수영장으로 모였다. 어쩌다 보니 수영장으로 간 그들. 근데 목표가 참가상이 아니라 금메달이라고? 정말 죽기 아님 까무러치기다.



내가 루저라고? 그럴지도?


주인공들은 모두 가정, 직장, 미래 등 각양각색의 걱정을 안고 있다. 얼핏 보면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걱정들이지만 이들에게는 마치 삶이 끝날 것 같은 고통이다.

2년 차 백수인 베르트랑(마티유 아말릭), 파산 직전의 사장님 마퀴스(브누와 뽀엘부르드), 예민한 이혼남 로랑(기욤 까네) 그리고 히트곡 전무한 로커 시몽(장 위그 앙글라드) 등 듣기만 해도 갑갑하다.


자신들 스스로 인생의 패배자인 '루저'라고 생각하는 7명의 중년 남성들이 다름 아닌 수영장에서 만난다. 그리고 홀린 듯이 수중 발레라는 종목으로 자기들끼리 프랑스 대표팀을 꾸린다. 심지어 자신들을 가르쳐주는 코치까지 알콜 중독 치료 중이다. 과연 무사히 출전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인생 전반전을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과연 후반전에선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sink or swim, 죽기 아님 까무러치기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이들은 인생을 헤엄치고 있다. 어떻게든 빠져 죽지 않으려고 아주 발버둥을 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렇게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제각각 삶에서 실패를 겪고 무너진 사람들을 하나씩 재조명하고 있다. 수중 발레라는 동기로 sink or swim처럼 죽기 아님 까무러치기인 그들이 어떻게 실패를 극복해 나가는지 말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생소한 수중발레를 도전한다는 것부터가 사실 무한도전이자 모험이다. 삶에 무언가 빠진 부분들을 수중발레를 통해 메꿔가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얻는다. 더 나아가 그들의 상처까지 메꿔가며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뻔한 이야기 속에 뻔한 감동과 웃음만 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틀렸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각양각색의 흔한 사람들과 흔하지 않은 수중 발레라는 종목의 만남으로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비튼다. 그리고 진짜 실패가 무엇인지, 진짜 루저가 누구인지 보여준다. 차마 도전하지 못하고 뒤에서 비웃고 손가락질하는 것. 그게 진짜 루저고 실패한 인생임을 통렬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시원하게 말해준다.



네모도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시퀀스가 절반은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시퀀스에서 내레이터가 네모는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 네모는 네모고 동그라미는 동그라미라고. 절대 둘은 어울릴 수도, 일치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렇게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모두 맞춰 살아가고 있다. '안정적인 가정'과 '정해진 성역할', '일반적인 직장 생활' 등 인간이라면 순리대로 따라야 할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손가락질하며 비난한다. 그래서일까 2년 차 백수인 베르트랑이 아빠와 남편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더 한심해 보였던 이유가. 중년의 남성들이 수중발레를 한다고 했을 때 말도 안 된다고 비웃음을 샀던 이유가.



일단 이 영화는 수중발레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자들의 종목이라는 고정관념부터 비튼다. 남성의 수중발레도 얼마나 기품 있고 아름다운지 보여주며 그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사회의 기준을 벗어나 루저라고 생각하는 그들을 절대 비난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 한 가정의 가장이 2년째 백수여도, 히트곡 전무한 로커가 계속해서 앨범을 내도 그들을 온전히 따뜻한 시선으로 앵글에 가득히 담아둔다. 


네모로 가득 찬 각진 세상에 조금 둥글고 모자란 사람들, 그들이 세상의 기준과 상식에서 과감히 벗어난다. 그런 그들의 얼굴로 화면을 꽉 채우고 방황하고 흔들리는 눈동자도 빠짐없이 담아낸다. 마치 관객들이 그들을 한심하게 보는 대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응원을 보내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도가 맞았다면 나는 손가락질 대신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사회가 정해 놓은 네모와 동그라미의 틀을 완벽히 벗어난 그들이 보인 놀라운 행적들은 영화 같지만 영화 속 일만은 아니길 바라기 때문이다.



상처는 보듬어야 제맛이다.


모난 사람들이 만나 처음에는 서로 모나게 할퀴기도 하고 물고 뜯기도 했다. 마치 상처는 물어뜯어야 제맛인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런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순간, 상처는 보듬어야 제맛인걸 깨닫는다. 

경기에서도, 인생에서도 금메달이 목표였던 7명의 중년의 아저씨들과 코치는 그렇게 세상을 향해 반기를 든다. 그것도 아주 아름답고 발칙하게 말이다. 비록 배는 나오고 머리는 빠지고 얼굴은 못생겨도 뭐 어떤가. 수중발레가 물속에서 헤엄만 잘 치고 발레만 잘하면 되지. 


그렇게 서로를 향한 위로와 공감의 힘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경기에 출전하고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과연 그들은 경기와 인생에서도 금메달이 목표였던 것처럼 우승을 할 수 있었을까?



사실 영화에서 결말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금메달이 꼭 의미가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들이 모여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냈고, 인생의 후반전을 너무나도 멋지게 보냈기 때문이다. 뭐 어찌 됐든 해피엔딩이라 다행인데 문득 수영장 생각이 난다. 

올여름, 수영장에 가서 수영이나 배워볼까? 그러다가 내 인생이 좀 바뀔지 누가 알겠나. 인생은 저 아저씨들처럼 예기치 못한 곳에서 충분히 바뀔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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