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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Jul 10. 2019

여기 진짜 재미있는 로코 하나 보고 가세요! <롱샷>

브런치 무비 패스#12

*스포일러와 영화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의 후원을 받아 관람한 후기입니다.




회사를 관두고 백수가 된 기념으로 파티에 갔는데 그곳에서 무려 20년 전 첫사랑 누나를 만났다. 심지어 그냥 누나도 아니고 최연소 미국 국무 장관이다. 근데 러브레터도 아니고 연설문을 쓰라고 한다.

왠지 일생일대 최고의 순간이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한바탕 크게 웃겨주는 B급 로맨틱 코미디


오래간만에 정말 크게 웃었다. 그게 이 영화를 말해주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롱샷>은 B급 감성의 코미디와 관객들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로맨스로 완전무장한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 었다.


좋은 메시지와 감동 가득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영화도 물론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현실의 번뇌를 잊기 딱 좋은 영화가 어쩌면 최고의 영화일 수도 있다.

삶이 퍽퍽할수록 더욱 로맨틱 코미디가 끌리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롱샷>은 별 기대 없던 나에게 최고의 웃음과 유쾌함을 선사해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뻔한 로맨스 코미디가 아니다


사실 로맨틱 코미디는 뻔하다. 유치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설정을 넘어선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 뻔함을 펀(fun)함으로 바꾸려면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좋은 시나리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그리고 정말 웃긴 대사와 장면. <롱샷>은 이 모든 것을 고루 갖추고 있다.

결정적으로 흔히 생각하는 로맨스 코미디의 법칙인 가난한 여자와 재벌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지 않는다. 백수 연하 남성과 고위급 연상 여성의 러브 스토리로 기존의 로코 형식을 뒤집었다.

또한 특유의 미국식 B급 감성과 유머, 그리고 뼈를 때리는 대사는 관객들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빵빵 터지게 해 준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 주인공 프레드 플라스키(세스 로건)는 이미 할리우드에서 자타공인 코미디 제왕으로 입소문이 난 배우이다. 그가 <롱샷>에서도 그만의 능청스러움과 엉뚱함, 그러면서도 재치 있고 유쾌한 매력을 과감 없이 뽐내고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이번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샤를리즈 테론은 최연소 미국 국무 장관인 샬롯 필드를 연기했다.

미국 국무 장관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가기까지 그녀가 보여준 우아하면서도 당찬 모습은 '과연 코미디에 어울릴까?'라고 의심했던 모두의 걱정을 날려버렸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그녀의 코미디는 세스 로건과 함께 엄청난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며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 속 포스터만 봐도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그 둘이 펼치는 로맨스는 뻔함을 넘어서 펀(fun)함을 주기 매우 충분했다.



최연소 미국 국무 장관 더하기 최초 여성 대통령


이 영화는 로맨스 코미디를 넘어서 '편견에 맞서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기존의 로코 형식을 뒤집은 캐릭터 설정이 돋보인다. <프리티 우먼>처럼 가난한 여자가 재벌의 남자를 만나 신분상승을 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신데렐라와 같은 이야기를 전면으로 거부한다.

오히려 <롱샷>은 반대로 여자가 뛰어난 능력과 외모, 이성과 권력을 소유한 연상의 모습으로 나온다. 그리고 감성적인 플라스키에 반해 모든 면에서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감성적인 남성과 이성적인 여성의 만남.


여러모로 기존의 로코 형식이라는 편견에 맞서는 현대 사회의 흐름에 준하는 로코의 모습이었다.  



그 외에도 이 영화는 곳곳에서 편견에 대항한다. 결국 샬롯이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서 최연소 여성 국무 장관 출신의 미국 대통령과 최초의 남자 영부인을 그린다. 여전히 남성에 비해 여성의 지도자 수가 현저히 낮은 현실을 직시하고 비판하며 샬롯이 어떻게 그 위치에 올라갔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이상이 되는지 보여준다.

주인공들의 설정을 감성적인 남성과 이성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내며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또한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과연 정말 가치 있는 잣대는 무엇인지, 그로 인해 볼 수 없었던 진정한 가치에 대한 반성 또한 유머와 함께 잘 담아냈다고 본다.

특히 마지막에 플라스키의 흑인 절친이 외친 '와칸다 포에버'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와칸다 포에버 : 할리우드의 흑인 유명인들이 인종차별에 유쾌하게 저항하는 최신 유행구이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에서 감독의 이러한 성차별적 편견과 많은 비판적인 메시지들은 두각을 드러내진 못한다. 다소 황당한 설정과 뜻밖의 전개에 묻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왜냐하면 <롱샷>은 정치극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로맨틱 코미디이다. 그 점에서 이미 <롱샷>은 웃음은 보장되었고 사회를 향한 비판과 풍자도 적절하게 잘 곁들여 놓았다고 본다.



웃음으로 무장한 승률 좋은 도박, <롱샷>


요즘 극장가는 액션, 스릴러 그리고 영웅 시리즈로 활기를 띠고 있다. 점점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를 찾는 것도 꽤나 어려워졌다. 한물간 장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롱샷>은 다르다. 오랜만에 만난 신선하고 유쾌하며 때론 풍자적이고 허를 찌르는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전직 기자인 다혈질 백수 남성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환경 및 국가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국무 장관 여성이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 포스터 속 옷차림만 봐도 전혀 다른 그들이 만나 벌어지는 일들은 꽤나 황당하지만 꽤나 로맨틱하다.


이들이 펼치는 유쾌한 판타지에 빠져 올여름 더위를 잊어보는 것도 좋은 피서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현실의 고단함까지 날려주니 감히 최고의 영화 피서로 추천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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