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먹이가 되지 말아요. 부디.

자신을 지키세요. 자신이 가장 먼저예요.

나는 자존감이 낮다.

이렇게 말하면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못 믿을 수 있겠지만, 유난히 금전적인 부분이 끼어들게 되면 똑 부러지지 못하고

자존감이 아주 많이 낮. 아. 진. 다.

그래서... 탈이 자주 난다.

정신과를 다니는 일 년 동안, 두 번째 돈(고료)을

떼이고 꽤 많은 날들이 지나고서야 찾아간 날이었다.

(첫 번째 돈을 떼이고 난 후 얼마나 지났다고...)

당시 선생님에게 대응방법을 배웠으면서

또 바보짓을 하고 나타난 나.

첫 번째 돈을 떼인 경우는 이렇다.

단발성으로 어느 게임 회사의 추리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일을 시작했었고,

그곳은 지방에 위치한 아주 작은 제작사라

어떤 곳인지 정보가 많이 없던 터였다.

당시 담당자는 늘 자신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유난히 강조했더랬다. 그렇게 계약서 작성이 미뤄지더니 한 두 달간 일이 진행되고 1차 시나리오까지 마쳤을 때쯤 회사가 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스스로를 착하다고 강조해대던 그 담당자는  

계약서 작성과 고료를 어떻게든 챙겨주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때 내가 연락이 안 되었다고 했다.

분명 문자로 이 상황을 남겼어도 될 뻔했는데 말이다. 

여기서 나의 큰 실수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오로지 담당자

한 명만 믿고 나의 안전장치는 제대로 갖추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해댔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치명적인 나의 실수는.

Q. 선생님! 저는 그 사람 말에 놀아나서, 결국 제 입으로 돈을 안 받겠다고 했어요.  저는 그 담당자라는 사람이 일을 하는 동안 너무 싫었어요. 어차피 제작사는 망했고 제가 돈을 안 받겠다고 하면 더 이상 연락 안 해도 되잖아요. 일을 진행하는 동안도 너무 싫었는데

구구절절 돈을 못 주게 되었다는 말을 자기 위신은 다 세워가면서 하는 짓거리가 너무 싫었어요.

그 사람이 너무 싫었어요.

저는 돈이 너무 필요하지만 그 사람과 다시는 연락 안 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어요.

그래서 돈 안 받겠다고 제가 먼저 그랬어요.

A. 사람이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일을 겪게 되면서 어떤 일들은 상처로 남고, 어떤 일들은 별 탈없이 그냥 잊어지기도  하죠.

분명 더 큰 일인데도 잊히고, 작은 일이 잊히지도 않는 그런 아이러니한 일!

그 차이가 뭘까요?

그 기준은 그 당시 자신의 행동과 말에 달려있어요.

어떻게 대응했는지! 타이밍이에요.

적절한 타이밍에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면

그건 트라우마가 되어서 언젠가는 곪아 터져요.

상황이 아니라 나의 행동과 말에 후회가 남으면 그게 트라우마가 되는 거예요.

Q. 그럼 지금이라도  고료는 못 받더라도, 사비로 답사 다니느라 썼던 비용도 달라고 하고 일 처리 과정에서의 부당했던 점을 따지면 안 될까요?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A. 이제 와서 그런다면 이상한 사람이 되겠죠.

이게 참 어려워요. 적절한 타이밍에 자기주장을 말한다는 것.

이것만 잘해도 사회생활하는데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

명심해요. 앞으로는 절대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자신의 가치를 자꾸 스스로 낮추지 말아요...

일을 겪었을 때 바로,

자기주장을 확실히 할 줄 알아야 해요.

그러고 나서 몇 달 후,

두 번째 돈을 또 떼인 곳은 한 영화사였고

의사 선생님은 내가 얘기를 시작하자마자

어떤 한 부분에서 내가 또 돈을 떼인 얘기를 할 거라는 걸 짐작했다고 하셨다.

Q. 선생님 제가 최근에 한 영화에 참여해서 일을 했었다고 한 거 기억하실 거예요.

근데 어느 날 급하게 웹드라마를 쓸 수 있겠냐고 또 연락이 왔고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이틀 만에 전체 줄거리를 완성해서 넘겼어요.

당시 고료는 얼마든지 주겠다고 했고

저는 웹드라마는 처음이라 일단 제가 쓰는 스타일이 찾고 있는 작가가 맞는지 보시고

고료 얘기를 하자고 했었어요.

그리곤 그 영화제작사에서 보고는 같이 일을 하자고 했어요.

그리고 원래 틀이 나와 있는 주제와 줄거리였지만 제가 습작해둔 드라마 아이템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을 했어요.

그런데 그다음 날 그 아이템들을 넘기고 난 후

연락이 와서는 저는 이 프로젝트에서 빠지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은 제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정신이 번쩍 들어서 돈은 그렇다 치고 아이템을 뺏겨선 안 되겠단 생각에  법적 책임을 따질 준비를 하고 영화제작사에 알렸고 다행히 아이템은 지킬 수 있었어요. 사과도 받았고요.

아직 끝난 싸움은 아니지만,

저의 대처방식이 너무 바보 같아서 화가 나요.

A. 하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정말 OO 씨가 너무 안타까워요.

왜 자신의 가치를 자꾸 떨어뜨리죠?

제가 또 돈 떼인 얘기일 거라 짐작했었다고 했죠?

찾는 스타일의 작가가 맞는지 보시고 나서 고료 얘기를 하잔 얘기는 왜 해요? 그 부분에서 바로 캐치가 되네요.

거기서 OO 씨는 스스로 자신은 만만하게 봐도 된다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낮춰버렸어요.

나는 약한 사람입니다. 를 알려준 거죠.

세상은, 서로 잡아먹히는 곳이에요.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것처럼요.

Q. 선생님. 세상은 좋은 곳인가요?

나쁜 곳인가요?

왜 선의를 이렇게 악용하는 건가요?

A. 지극히 그런 섭리는 자연의 일부인 거예요.

인간의 본능은 그렇게 타고났으니까요.

잡아먹으려는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그건 자연의 일부란 말이죠.

그렇다면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죠.

왜 자꾸 먹이가 되려고 하나요?

뿔을 달고 살아요.

그리고 공격하려들면 자신을 지키세요. 부디.

잘 살아가려면 그게 먼저예요.

그래야 세상에서 좋은 사람도 될 수 있는 거예요.

먹이가 되지 말아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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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세상은 좋은 곳인지 나쁜 곳인지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는 것은

지극히 작은 자연의 한 일부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유연하지만,

강한 뿔을 가지기 위해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