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정과 절제 사이 Mar 17. 2020

나를 위한 상대방과의 적절한 엔딩은.

인간관계에 대하여.

가까웠던 사람과 작별을 고하고 난 직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때쯤  정신과를 찾은 어느 날이었다.


앞서  사회생활의 삶을 돌이켜보자면 나는 오만하게도 인간관계만큼은 신경 쓰지 않는 냉정한 사람이었 거 같다.

대략 어느 정도냐면,

인간관계란 살다 보면 약간의 상처 정도 주고받는 것쯤은  양방 간 무언 하에 허용되는 것이 

거기서 남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각자 알아서 할 일라고 여겼던 오만하고도 부끄러운 기억들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회피형 인간이기도 하다.

인연을 끊을 때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서도

상대방에게 무엇잘못했고 서운했는지

아무 말없이 연락을 단절시켰고 

내 싸늘한 태도에 대한 이유를 말해 준 적이 없다.

그렇게 나는 매몰차게 사람들을 떠나보냈 

반대로 누군가들이 먼저 연락을 끊더라도

이유를 물어본 적도 궁금한 적도 없었다.


그 여름, 나는 평소와 다른 무거운 마음으로  상담실 어섰고 앉자마자 선생님에게 부탁을 드렸다.


Q. 선생님! 제가 오늘은 한 번도 얘기드린 적 없는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해요.

그전에 부탁이 있는데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제 정신과 상담기록에 남기지 않으셨으면 해요.

왜냐면 제가 정신과를 다니게 된 이유와

지금부터 얘기드릴 사람과는 상관없는 거니까요.

(참고로 상담 초반 나는 정신과 상담기록이 신경 쓰였다.

마음속에서 형체 없이 떠돌아다니던 그 조각난 고통들을 끄집어내고 그것이  따닥따닥 키보드 자판에서 타이핑되 즉시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되는 것 같아서 싫기도 고 그 날은 상담실에 앉은 순간에도 그 사람이 소중했기에 나의 좋지 않은 상담기록에 그 사람의 존재를 남긴다는 것조차 미안스러웠다)

그래도 한편으론 내가 죽게 된다면 그 명백한 이유에 대해 상담기록이 미리 준비해놓는 유서를 대신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위안이 되기도 했다.

러자 선생님은 아무 말씀 없이 조용히 키보드 자판에서 두 손을 내려놓으시고는 포개어 책상 위에 올려두셨다. 


Q. 지금부터 얘기하려는 사람은 남자예요. 제가 이성 얘기는 처음하죠?!

 제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얘기해 본 적 없는 시람.

일로 인해 알고 지낸 지는 꽤나 되었는데 저는 그저께 그 남자에게 처음으로 그동안 제가 느꼈던 속마음을 얘기했어요.

러이러한 이유(선생님께 여러 가지 있었던 상황을  말씀드렸다)너는 내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거 같다.라고요.

그렇게 우리는 인연을 끊었어요.


A. 잘했어요.

그리고 다신 그 사람하고는 연락하지 말아요.

남을 이용하고 피를 빨아먹은 사람 같으니라고.



이런 게 말로만 듣던 기를 빨아먹는 멘탈 뱀파이어란 건가...

나는 유난히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 중 그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겼 그 사람이 나를 이용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었다.

조건 없는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건 없는 배려.

그것이 내가 지향해 온 그 사람의 관계다.

그간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놓쳐버린 치명적 나의 실수. 그것은 나는 나 스스로보다 무조건 그 사람이 우선이었다. 이처럼 조건 없는 배려라는 잘못된 관념은 좋지 않은 결과가 되어버렸다.

조건 없는 사랑이란, 상대가 아무리 멋대로 굴고 다 받아줘야 한다고 받아주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나를 이용하거나 학대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러한 사람과 관계를 끊을 정도로 자신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
<책/아니타 무르자니 지음/나로 살아가는 기쁨 중에서>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

나는 그 사람에게 차마 자존심이 상해서 존중이라는 단어를 쓰는 대신 네가 나한테 저지른 것은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라고 표현을 했다.

그렇게 나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내 인생의 주도권을 넘겨주었다는 것을 관계를 끝내고서 너무나 뒤늦게 깨우치고 있었다.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기대를 떨쳐 낼 용기는 필요하다.
상대가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헤어짐은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다.
<책/양지아림 지음/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버리기로 했다 중에서>


A. 인간관계란 거래나 다름없어요.

사랑하는 남녀 사이가 헤어졌다고 칩시다. 그것도 하나의 거래가 끝난 겁니다.

'실연'이 아니라 거래 종료.

나에게 물질적이든 감정적이든 이익될 것이 없다면, 끊어지는 것.

그것이 인간관계예요.

자신을  먼저 지키세요.

(정신과 기록에 그 사람 얘기는 쓰지 말라고 부탁을 할 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건 끝을 맺는 방법이에요. 마무리가 중요해요.

안녕을 고할 때는 그 이유를 차분하게 분명히 밝혀야 해요. 그고 그 사람을 마음속에서 용서해주세요.

그래야 깨끗이 떠나보낼 수 있어요.

그 원망하는 마음조차 그 사람을 자신의 마음 안에

두게 되어 트라우마를 남기는 거니까요.

그 또한 자신을 위해서죠.


Q. 그렇다면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상대방을  용서한 다음의 상황은 뭔가요?

그 사람을 길에서 마주치기라도 한다면요?

모른 척해야 하는 건가요?


A. 그 사람을 원망하나요?


Q. 아니요. 힘들기도 했지만 고마웠던 기억도 많으니까 그렇지는 않을 거 같아요.


A. 그럼 마주치게 되면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 갈 길을 가면 되는 거죠. 가볍게.


그렇다. 가까웠다가 멀어지는 것.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것.

그 사이에는 같은 단어이지만 다른 뜻을 가진 "안녕"이라는 두 글자가 존재한다.


돌고 돌아서 또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순환을 한다.

그래서 어떤 헤어짐이 적당할지 정답은 없다.

다만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인연을 끊고 맺을 지의 기준에,

자기 자신이 중심이어야 한다.

무조건 내가 우선! 자기 사랑진리이다.

그리고 그다음에 상대방이 있고, 그 인연을 끊을지 이어갈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며,

누군가에게 아웃을 당했다면 그 결정을 존중하면 되는 것이다.

결코 내가 하자 있는 인간이어서가 아닌, 인간관계라는 거래가 종료된 것이므로.










매거진의 이전글 남들만큼만 애쓰지 않고 살기 위한 첫 단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