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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과 절제 사이 Dec 04. 2016

엄마에게 가장 아픈 요일

당신에게 가슴 아린 딸


엄마는, 매주 토요일이 되면 잊지 않고 전화를 하신다. 처음 몇 년간은 알람처럼 오후 7시가 '땡' 하면 전화를 하셨지만 언젠가부터 그 시간은 당겨지기도 하고 늦춰지기도 해서 요즘은 일정치가 않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이라는 것은 몇 년째 변함이 없다.

용건이 있을 때는 언제든 전화를 하시더라도 토요일을 거르는 일은 결코 없는.


몇 년 전에 엄마는 출가(시집을 가거나, 돈벌이를 위해 집을 떠나간)를 한 자식 넷에게 요일을 정해놓고 전화를 하신다는 것을 여동생과 얘기를 하다가 알게 되었다.


"언니한텐 토요일에 전화 해?
나한텐 수요일. 큰언니한텐  월요일이던가? 막내 국이는 나랑 같아. 수요일!"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나는 다소 놀라고 궁금하긴 했지만 엄마에게 왜 꼭 요일을 정해두고 전화를 하는지 묻지를 않는 건  짐작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몇십 년째 자식들에게 전화를 거는 동안 부재와 통화를 반복하며 자식들마다의 통화 성공률이 높은 요일과 시간대를 알게 되셨기 때문이리라.


자식들에게 전화기 너머 전하는 소리는 같으셨다.


잘 있나?
난 괜찮다. 너희들만 잘 있으면 돼...



괜찮긴...

사실 우리 엄마는 괜찮지 않다.

아직 내가 모르는 줄 알고 계시지만 고속도로에서 낡고 고장 난 차가 말썽을 부려 갓길에 세우고 내렸더니 갑자기 내리막길을 타고 차가 움직여  잡고 끌려가며 온몸에 상처를 입은 것도,

오랜 노동으로 인해 뼈마디는 굽어가는 것도 알고 있다.


엄마는 우리를 공부시키기 위해 스카프를 만드는 회사를 다니셨다. 야근을 자처하며 거의 열 시간을 꼬박 쪼그리고 앉아 스카프를 다리미로 다리셨는데 다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던 그 고단한 나날들은 십 년을 채웠다.


이후, 스카프 회사가 폐업을 하고 좀 쉬시나 했지만 엄마는 아버지와의 노후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노라며 이모네 가게에서 일을 하셨고 또 꼬박 십 년이 되어 간다.


그렇게 엄마는 시장 안, 이모네 가게 한 구석에서 매일매일 요일을 오늘은 첫째 딸에게 전화하는 날, 오늘은 셋째 딸, 막내아들에게, 토요일은 둘째 딸...로 세고 계신다.


2년 전쯤 나는 엄마가 전화를 걸어오기 전 내가 먼저 전화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토요일이 되면 '사랑하는 엄마'라고 되어 있는 버튼을 눌렀었다.


그런데 엄마는 다급히 전화를 받으시며 무슨 일이 있는 거냐며 놀래시곤 하셨다.

워낙, 전화를 잘 하지 않는 딸의 연락은 그렇게 부모님의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그 후론 엄마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지금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식이 되었다.


토요일 오후, 어김없이 걸려 온 전화의 여운으로 엄마의 얘기를 쓰는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가장 아픈 자식은 누구일까...

어떤 요일에 거는 전화가 가장 가슴이 아릴까...


그것은 토요일이 되면 전화를 거는 딸,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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