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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시 Jun 22. 2023

6월 어느 날




01. 퍽 떠들썩한 하루 끝입니다.  오늘은 생일파티가 있었거든요. 태어난 것이 다들 그리 즐겁다면 과연 누군가 죽은 날에도 즐거울까요. 생을 시작한 것이 제 뜻이 아니라면 부디 마감하는 그 순간만큼은 제 뜻이길 바랍니다.


02. 삶의 외각에서 더딘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점점 좁아지던 그 골목 끝에 서서 킥킥 웃었던 그때처럼요. 우리 겨우 기대어 숨을 내쉬던 모습이 떠올라요. 무엇이 그리 무거워 그랬나요. 이제는 조금 누워도 되지 않을까요? 잠시 이대로 잠들어도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03. 따듯한 꿈 속에서 한껏 부유하고 싶습니다. 아슬히 고개 내민 저편에 보이던 그 따스한 빛을 따라 주억거리던 당신처럼. 제 손을 잡고 조금만 더 걸어주세요. 우리 이제 긴 터널 끝에 다 왔어요.


부디 이런 제 삶을 가여워하지 말아 주세요.


04. 날이 저물던 언덕에 누워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을 보아요. 못다 한 말과 따스한 단어를 따라 도착한 그 언덕 끝에서. 이제 쉬고 싶어요. 아주 조금만요. 짓이겨진 마음의 반쪽을 떼어 이곳에 놓습니다. 어느 여름밤 당신의 마음과 스치길 바라며.


역시 사랑은 저에겐 어울리지 않는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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