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여름으로 태어난 사람은 바다의 윤슬처럼 반짝이는 삶을 산다고 해.
어제 밤 꿈에서 본 끝없는 백사장을 떠올려.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 위에 실컷 발자국을 남기고, 단내 가득한 과일을 베어 물며 웃었어. 발갛게 타버린 콧잔등을 보며 킥킥 웃곤 얕은 바다 어딘가에 풍덩 빠졌어. 파라솔 그늘에 걸터앉아 아무 말 없이 웃고 있는 눈동자를 보았어. 부서진 조개껍데기를 집어 들고 어느새 훌쩍 와버린 여름에 감탄하며 눈을 감았지. 이제 너의 꿈을 꾸는 건지, 여름을 꿈꾸는 건지 알 수 없는 계절이 와버렸네.
우리 태양 아래 과일들처럼 서로의 마음을 붉게 물들이며 무더운 사랑을 하자. 쏟아지는 장마 비 아래에선 서로에게 기대어 아픈 것들을 흘려보내고 푹 젖은 마음에 고개를 묻고 입을 맞추자. 여름의 한복판에 피어난 마음을 끌어안고 힘껏 사랑할게. 그렇게 계절이 끝나갈 때 즈음에 우리는 물비늘이 되어 죽자.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 펼쳐진 바다에 잠겨 언젠가 다시 찾아올 여름에 윤슬이 되어 어딘가로 떠밀려 가길 바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