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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Aug 14. 2016

Day 62

사진빨 잘 받는 빡치는 길


오늘 탄 거리: 144km (Little Orleans ~ Harpers Ferry)

총 이동 거리: 5455km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하루였다. 원래는 워싱턴 DC까지 가야하나 어제 목적지에 못 도달한 관계로 오늘 역시 그보다 훨씬 전인 곳에서 자야했다. 마침 워싱턴 100km 전 지점에 호스텔이 하나 있길래 거기로 향했다.

길은 역시나 진흙밭. 비가 왔던 어제보다는 낫지만 그리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중간에 한 10km 정도 포장된 도로를 달릴 때는 마치 모래주머니를 달다가 푼 기분이었다.

사진으론 아름답게 보이지만 길 상태가 영 아니다.
지나가면서 자주 본 보.


진흙을 달리는 것 중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게 자전거 브레이크 사이에 진흙이 쌓여서 바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워낙 두꺼운 진흙이다 보니 이럴 때마다 일일이 자전거에 내려서 떼어 주어야한다. 안 그러면 굴러가지를 않는다.

하지만 나중이 되니 계속 때주는 것이 짜증나서 그냥 달렸다. 타이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어차피 일주일 뒤면 여행이 끝이니 그때까지만 버텨주길. 죽이되든 밥이되든 그냥 이 진흙밭을 떠나고 싶다.

희안하게 사진빨을 엄청 잘 받는 길... 타던 당시 내 기분과는 완전 반대다.
아무리 펌프질 해도 나오지를 않는 물... 아래 적신건 나오는 줄 알고 원래 내 물통에 들어있던 물을 버린 것이다.


한 70km 쯤 가서 Williamsport라는 곳에서 간식을 먹고 그 마을에서 그냥 잘까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런데 여기 있는 Bed&Breakfast에 전화해보니 하루에 75달러... 그냥 80km 더 타고 호스텔에서 자기로.

그래도 간식을 먹고 카페인을 섭취하니 한결 몸이 가벼웠다. 도로는 그닥 나아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주변 풍경이 좀 더 다채로워져서 갈만했다. 물론 다시 또 사타구니가 쓸리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15km는 고통 그자체였다. 게다가 빠져야 하는 길을 지나쳐버려 한 참 돌아가야 했다.

기분은 잡쳤어도 아름답긴 아름답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ㅠㅠ


언덕 하나를 덕분에 오르면서 온갖 욕을 다했다. 날은 어둡고 엉덩이랑 사타구니는 쓰라리는데 쓸때없이 언덕까지 오르게 됐으니... 게다가 리쿼 스토어에 가서 맥주를 사려했으나 닫았다. 후... 옆에 편의점에서 그냥 쓰레기같은 먹을거리를 산 후 호스텔에 도착.

도착하니 현재 호스텔 빌딩을 누군가가 통째로 빌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당에서 텐트치고는 잘 수가 있다고. 진짜 장난하나... 화장실도 못 쓰게한다. 열 받을대로 열 받았지만 그 어두운데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기에 그냥 거기서 자기로. 화장실도 눈치보면서 쓰고 샤워는 야외에 있고... 혈압 오른다. 빨리 워싱턴에 가야지...


빡치는데 짠거 먹어서 더 빡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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