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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Aug 14. 2016

Day 65

You've gotta be shitting me...

You've gotta be shitting me. 콜로라도에서 만난 Ryan(Day 23)이 내 여행이야기를 듣고 책을 만약 쓴다면 그 제목으로 하라고 말해주었다. 그 이후로는 사람들이랑 우스개소리로 맨날 내 책 제목이 될거라면서 농담을 한다.

어제 음주가무를 한 뒤 머리가 좀 아프다. 손목도 아직 아프다. 몸상태도 안 좋은데다가 Collin과 말이 너무 잘 통하고 같이 미술관을 가자는 소리에 호스텔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어차피 거의 다 왔으니 급한 마음 없다.

아침을 먹은 뒤 같이 자전거를 타고 미술관에 갔다. 미대를 나온 사람이라 그런지 그림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특히 회화에 대해 되게 세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미술사를 읽고 난 뒤 그림 그리고 구경하는 재미에 빠진 나로서는 감사할 따름. 덕분에 미술관에만 7시간 있었는데 전체 그림 중 1/5 밖에 못 봤다.

미대생 아저씨 따라서 미술관 구경하러 가는 중~


맥주를 사들고 돌아와 방에서 또 얘기를 하다 보니 호스텔 투숙객들이 우리 방으로 하나 둘 씩 들어왔다. 그 중 한 명은 한국 사람 같기에 말을 걸어보니 대학교 동문이었다. 참 좁은 세상이다. 근데 재수없게 들리겠지만 계속 영어만 쓰다가 엄청 오랜만에 한국말을 하려니 혀가 계속 꼬이더라. 나도 말하면서 놀랬다. 

맥주 마시다가 배고파서 저녁을 만들러 왔다.
정체 불명의 닭 요리. 호스텔에 널부러져있는 소스란 소스는 다 넣었는데 맛있다.


맥주가 떨어지니까 Collin이 불금인데 라이브 클럽에 가서 밴드 구경이나 하자고 했다. 마침 두 시간 내내 음악 얘기를 하면서 서로 취향이 엄청 비슷한 걸 깨달은 차였기에 바로 나가자고 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가지러 가니...

You have got to be shitting me. 여행중 수도 없이 한 말이지만 이만큼 진심을 담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자전거가 없어졌다. 두 개 다. 처음에는 내가 맥주를 많이 마셔서 취했나 싶었다. 아니다. 분명 자전거 보관소에 잠가놨는데 없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아무날 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가족이나 친구가 죽으면 처음에는 그 사실 자체를 알면서도 인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말을 나누던 사이였는데 갑자기 사라지니 현실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 딱 그렇다. 

일단 진정하고 호스텔 직원과 경찰에 신고를 했다. CCTV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니까  호스텔 직원은 지금 알바생만 있는 관계로 내일 매니저가 오면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답답한 소리를 한다. 지금 이 호스텔 안에 도둑이 묵고 있을 수도 있는데.

경찰을 또 보고싶지는 않았는데...


다행히 경찰관들은 생각 보다 좀 더 협조적이었다. 물론 우리도 그들도 자전거가 없어진 이상 다시 되찾을 확률은 사실상 없다는 것을 안다.

경찰에 신고를 한 뒤 Collin과 혹시나 도둑이 타고 돌아다니지 않을까 해서 동네 주변을 맴돌았지만 도둑도 그정도로 바보일리는 없다. 그렇게 한시에 다시 방에 들어와서 누웠다.

이제 어째야 하는 걸까. 자전거 여행인데 자전거가 없다. 그냥 여행을 해야하는 건지 그냥 집에 가야 하는건지... 이젠 진짜 집에 가라는 신호인거 같기도 하다.


(낮에는 그림 구경하느라 사진을 못 찍고 밤에는 멘탈이 무너져서 사진을 못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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