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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Jan 11. 2017

[오후 4시] 삶에 대한 고민, '어떻게 살 것인가'

흙건축 전문가 황혜주 교수와 나누는 집과 삶에 대한 대화


연말연시,

으레 올 한해 계획을 세우는 시기입니다.



금연, 다이어트, 독서, 일기쓰기, 운동, 일찍 일어나기, 저축하기...

이런 세세한 실천들은 스스로가 원하는 삶에 한발짝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일겁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담겼을테니 말이죠.


해가 바뀌고 벌써 열흘이 흘렀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고자 하시나요?



LETTER가 이번에 만난 사람은 20여년간 흙건축을 연구해 온 목포대 황혜주 교수입니다. 따스한 흙내음이 물씬 풍기는 대화였습니다:)



이 페이지의 글을 읽는 동안은 '어떤 집에 살 것인가', 나아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교수님의 집에 대한 철학을 먼저 듣고 싶어요. 집이나 건축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집과 건축은 조금 다른데, 둘 다 고려했을 때 필요한 건 돈(웃음). 돈이 되게 중요해요. 땅도 사야 하고, 그 땅에 건물을 지어야 하잖아요. 그걸 할 수 있는 첫번째 조건은 물리적인 재료들인데, 결국 그게 돈이라는 것으로 환산되니까요.

    질문의 의도를 고려해서 조금 얘기해보자면, 사람들이 집에 대해서 굉장히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집에 대한 낭만과 현실적인 것이 자주 부딪히죠.

    산업화가 되면서 사람들이 도시로 올라왔어요. 사람들이 몰리니까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가 집이에요. 저도 대학 다니면서 서울에 처음 올라왔는데, 등산하러 북한산 올라가면 '아, 이 많은 집들 중에 내 집 하나 없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문제들을 경험하다 보니까 집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렬한 로망이 생기는거예요. 가질 수 없으니까 강렬하게 갖고 싶어하죠.


-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원하고, 그래서 필수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소 허구적인 내용이 따라오게 되는 것일 수 있겠네요. 혹시 그 외에 로망을 만드는 다른 요인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집'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요. 누군가 얘기하기를, 주말에 길이 막히는데도 사람들이 외곽으로 나가는 이유가 집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외곽으로 나가면 주로 하는 일이 친구네 가족 만나서 어른들은 고기 굽고, 아이들은 가든(Garden, 정원)에서 뛰어노는거죠. 그래서 한때 고깃집은 전부 다 가든이라는 이름이 붙었었어요. 마당 같이 넓게 펼쳐진 곳에서 있고 싶었던 거죠. 집이 갖는 기능 중 하나인데 우리가 요새 사는 아파트는 한옥을 많이 닮긴 했지만 그런 기능까지는 제대로 못하거든요.

    가끔은 사람에게 건축 본능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사람들은 뭔가를 되게 짓고 싶어해요. 애기들도 보면 어릴 때 막 무언가를 만드려고 하고. 흙건축학교에서도 보면 연세 많으신 분들도 굉장히 많으세요. 70대 80대 분들도 오셔서 배우시고 그러세요. 솔직한 마음으로 궁금하죠. 그 연세에 집 짓는 거 배우셔서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나. 차마 말씀은 못 드리지만(웃음). 그러면 그분들이 어느날 눈치를 채시고 말씀을 하세요. "황교수, 나는 말이에요, 그냥 이렇게 와서 배우고 짓고 하는게 너무 좋아요. 그 자체로 좋아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아, 그 자체로 좋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누군가 '쓸모 없는 공간은 삶을 윤택하게 한다'고 했었죠. 한옥 말씀을 하셨는데, 한옥이 '집'으로서 갖는 기능 중 가장 특색있는게 그런 부분일까요? 아파트에는 없는 그 특성에 대한 향수 때문에 평수를 아무리 늘려도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런 것 같아요. 대표적인 특징이 되는게 마당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건축 용어 중 한글로 된 게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마당 하나는 온돌이에요. 다른 나라에는 없는 특색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는 잘 몰라요. 마당이 뭐 그냥 마당이지. 그렇지만 건축에 대해서 아무리 문외한이어도 정원하고 마당이 어떻게 다를 것 같은지 물어보면, "뭔가 좀 다를 것 같은데.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그런데 뭔가 다르긴 한 것 같아"라고 해요.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지는 얘기하지 못하지만 막연하게 다르다고 느끼죠. 실제로 다른거고요.

    정원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려고 하는 구조예요. 그런데 마당은 아니죠. 마당이 있을 때 보면, 거기서 혼례도 치르고, 장례도 치르고, 아무것도 없을 땐 고추도 널어 말리고, 구슬치기 하고 비석치기 하고 놀았단 말이에요. 그리고 사랑채, 안채, 건너채를 이어주는 역할까지 하죠.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여러 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게 마당이에요.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이런 마당의 기능을 하는 공간이 사라졌죠. 요즘은 아파트 평면 자체가 한옥의 평면 모양하고 굉장히 많이 닮아있지만요. 그래도 여전히 나만의 보석함 같은 걸 숨겨둘 공간은 없어요.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공간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아파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의 풍요를 제공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없는 공간에 대한 향수가 생기게 되기도 해요.




집은 무언가를 선도하지 않아요. 시대를 반영할 뿐이죠.



- 그렇다면 사람들이 꿈꾸는 '집'에 사는 일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저는 아파트에 집이라는 표현보다는 주거라는 표현을 써요. 르 코르뷔지에가 아파트를 만든 이래로 아파트는 집의 핵심만 뽑아 놓은 주거로 자리잡았어요. 현대인들은 대부분 그런 아파트에 살고 있죠. 그럼 집에 살려면 어떤게 필요한가. 아파트에 안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잖아요. 지금 지방에는 땅이 남아 돌아가요. 그 말은 아파트가 없어도 되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거예요. 사회경제적인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가 모여서 살게 된 건 산업경제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달라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람이 모여야만 공장이나 회사가 돌아갔는데, 이제는 재택근무도 하고 공장에 가면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다 관리하고 있어요. 변화의 단초들이 조금씩 보여요. IT 혁명은 이미 일어났고, 앞으로 모여서 일해야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면 인구가 분산되는 시대가 올거예요. 그래야 되고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시스템이 갖춰져서 집이 만들어질 수 있으면, 집은 그걸 따라갈거예요. 집은 무언가를 선도하지 않아요. 시대를 반영할 뿐이죠.


주거의 핵심 기능만 모아 놓은 형태인 오늘날의 아파트는 프랑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에 의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파리는 심각한 도시 주택 문제를 겪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르 코르뷔지에에게 의뢰해서 지어진 것이 바로 현대 아파트의 시초로 여겨지는 '유니테 다비타시옹'이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듈러라고 할 수 있다. 모듈러란 인간의 신체를 바탕으로 황금 비율을 찾아내 수치화한 것을 말하는데, 이런 원칙은 사람에게 불편함이 없는 최소한의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 한옥과 흙이 연결되고 아파트와 콘크리트가 이어지는 것 같아요. 원래는 콘크리트를 연구를 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흙건축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건축 재료에 대해 공부했던 사람이었어요. 건축 재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게 콘트리트라 당연하게 콘크리트 연구를 했던 것 같아요. 학부 다닐 때, 분당 신도시 만드는 데 바닷모래가 들어가서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그 때 참여한 게 성과가 좋았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들어가게 됐고. 그 때만 해도 저는 제가 콘크리트를 위해 태어난 천재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죠(웃음). 굉장히 으쓱해져 있어서 한 치 의심도 없이 콘크리트 공부를 하고 장학금도 받으면서 다녔죠.

    박사 1학년 들어가면서 첫 아이를 낳았어요. 첫 아이를 낳으면서 초보 아빠들이 하는 생각이 있잖아요. 같이 공부하러 다니고, 놀러 다니고, 대학생 되면 같이 소주 한 잔 하고(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꼬맹이가 아장아장 내 연구실에 들어오면 어떡하지?' 그러면 제가 '어서 와!'가 아니라 '에비, 여기 위험하니까 오지마!' 이래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거예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거 좀 이상하다 싶었어요. '내가 이런거 해도 되나? 우리 애가 와서 보지 못하는 연구를 해도 되는걸까? 건축을 배워갈 때는 인류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 건축을 한다고 배웠는데, 나는 우리 애가 와서 보면 안 되는 그런 건축을 하고 있네. 이건 아니다. 접어야겠다.'

    그 길로 교수님한테 가서 안 하겠다고 했어요. 교수님은 황당하시죠. 박사까지 왔는데 안 한다고 하니까. 그럼 뭐하겠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재료를 전공했던 사람이니까. 건축 재료 중에 할 수 있는 건 흙, 돌, 나무 이런거죠. 나무는 다른 전공에서 워낙 많이 하는 것 같고, 돌은 차가워서 맘에 안 와닿았어요. 흙은 아무도 안하는 것 같더라구요. 찾아보니 논문 쓴 사람도 아무도 없고, 논문 쓰기 참 쉽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그래서 교수님께 흙으로 하겠다 말씀드렸죠. 교수님께서 한참 말리시다가, 나중에는 젊으셨을 때 일본에서 하시다 실패했던 연구의 보고서를 주셨어요. 그러면서 '아마 평생을 걸어야만 가능할거다' 하셨던 게 기억나요. 그 때부터 시작이 된거죠.


- 어떻게 보면 도전 같은 거였네요 :)

    뭐, 그 때는 정확히 보면 도전은 아니고, 연구가 안 되어 있는 분야니까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던거죠. 사실 그 때는 이렇게 오래 할 생각도 아니었어요. 이 논문 쓰고 취업 안 되면 강사 하고, 그러다가 교수 자리 나면 적당히 해야지 생각했었죠. 그랬었는데, 흙은 늪 같아요. 한번 발을 들이면 못 빠져나와요. 흙건축학교에 배우고 가신 분들은 지금도 하세요. 친근감 같은 게 있어요.





- 흙에 대한 친근감은 본능적인걸까요?

    그런 것 같아요. 누구나 어려워하지 않아요.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어려워하지 않고 좋아요. 그래서 흙건축학교 분위기가 가족 같은 거 아닐까요?(웃음)



- 흙이 가진 다른 장점들로는 뭐가 있을까요?

    흙이 좋은 이유 12가지를 이번 개정판 서문에 썼는데(웃음) 몇 가지만 말하자면, 일단 지구 환경에 좋은거죠. 이 지구가 가진 자원을 덜 망가뜨리는 거니까. 다른 재료들은 지구로부터 자원을 가져와 변형시켜 만들어지고 사용되는데, 다 쓴 재료들은 다시 지구의 자원으로 돌아가지 못해요. 시멘트만 해도 만들어서 수명이 다 하고 나면 철거하면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 거잖아요. 흙집은 부수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시멘트 1톤을 만들고 나면 1톤(0.8~1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을 해요. 시멘트 자체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CO2는 문제인거죠. 우리나라는 시멘트 생산량에서 전 세계 5위권 안에 항상 있어요. 부동의 1등이 하나 있는데,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이에요. 통계를 보면 한 사람당 1톤을 쓴다고 그래요. 그 말은 곧 한 사람당 시멘트 생산으로 인한 CO2 발생량이 1톤이라는 말이고요. 1톤의 CO2를 감축하려면 소나무 200그루를 심어야 해요. 다시 말해, 전 국민이 한 사람당 소나무 200그루씩 심어야한다는 거죠.

    사람들이 친환경 건축 이야기를 많이 해요. CO2 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시멘트 건축을 줄여야 한다는거죠. 그럼 시멘트 대신 무엇을 쓸 것이냐. 유럽은 2050년까지 시멘트 사용량을 80% 감축한다고 했어요. 20%만 쓰겠다는 거예요. 이 말은 항만, 도로, 댐 이런 것들만 쓰고 나머지는 안 쓰겠다는 거죠. 그럼 그 대체제로 무엇이 있을까. 유럽 흙건축 위원장이 하는 말이, '흙 아니면 무엇이 있을까'였어요. 흙은 어디에나 있어요. 나무 없는 나라는 있어도 흙 없는 나라는 없어요.


- 환경을 고려했을 때 흙건축이 확산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고 또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멘트를 쓰는 건 역시 가격 때문인가요?

    규모의 경제죠.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재료들은 싸게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흙을 많이 쓰게 돼서 시스템이 갖춰지면 마찬가지인거예요. 가격이 훨씬 싸질 수밖에 없어요. 원에너지라고 하는 개념이 있는데,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들을 칼로리로 환산한 수치예요. 시멘트는 3000, 4000 칼로리 정도 돼요. 흙은 8 칼로리예요. 지금 흙이 비싼 건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지 않아서예요.



    가격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탈취도 시켜주니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해주는 것이 있고,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돕는 원적외선도 많이 나와요. 황토는 자체 습도 조절 능력도 있어요. 다른 재료들은 기계 장치를 이용해서 습도 조절을 해야 하는데 흙은 그러지 않아도 되구요, 다른 건축 재료에 비해 에너지 소비율면에서도 좋아요.


- 고정관념 때문인지 흙으로 집을 지으면 견고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조금 들어요.

    그래서 흙은 두 가지로 사용해요. 하나는 흙 그 자체로 사용하는 방법. 물만 넣고 반죽해서 쓰는거죠.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이 쓰고 있어요. 그게 제일 좋기도 하구요. 하지만 건축을 하다 보면 강도를 아주 높게 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다른 방법을 쓰죠.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건물 뒤쪽에 있는 보도블럭이 그렇게 만들어진거예요.


- 견고하기까지 하다니, 흙집에 대한 관심이 더 생기네요.

    집 지으실 때 꼭 연락하세요(웃음). 요즘은 예전이랑 달라서 배우지 않고는 집을 못 지어요. 예전에는 동네에서 집을 지으니까 어깨너머로 배워서 지었거든요. 대체로 50대 이상이신 분들은 지어보세요 하면 지어요. 50대 이하로는 좀 달라요. 사람이 집 짓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손수 집을 짓고 싶은 분들을 위해 흙건축학교가 있는거예요. 유네스코랑 함께 흙건축 전통을 살려가자는 목적 아래 하는거죠. 와서 한번만 지어 보면 할 수 있어요.


- 만약 흙건축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면 기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기본적으로 집을 짓는 건 일주일이에요. 집 짓기 전에 이론교육 하고, 집 짓고 마무리 공사까지 하면 달 수로는 세 달이긴 해요. 한국흙건축학교 웹사이트에 가면 학기별 일정도 자세히 나와 있어요.

    오래 전에 방송 출연을 했었는데 그거 보고 배우고 싶다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 때는 장난스럽게 목포대 편입하시라고 얘기했었는데,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셨던 거죠. 그래서 처음엔 여름 방학 때 캠프를 열었어요. 1년에 한번 밖에 없다보니 더 열어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그래서 상시 하는 학교를 열게 된거죠.




경쟁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는다.
드러내지 않는다.




- 흙건축을 가르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무엇일지 궁금해요.

    흙건축에서 이야기하는 세 가지 기준이 있어요. '경쟁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는다', '드러내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 때문에 모든 문제가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서두르게 되죠. 또, 억지로 드러내려고 하면 굉장히 부자연스러워지는데, 결국 드러날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흙건축 수업하면서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주로 다루는 건 사회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소비예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게 소비잖아요. 써야하니까. 그런데 그 소비가 정말 내가 필요해서 하는 소비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필요해서 한다기 보다는 필요 당해서 하는게 많죠. 소비를 제도적으로 조장하는 사회예요. 돈 많으면 좋다고, 돈 많이 쓰라고 하잖아요. 많이 쓰면 왕, 여왕이 될 것 같이 표현하면서. 반대로 공포를 많이 심어주려고도 하죠. 돈 없으면 죽는다거나 처참해진다거나. 그러니까 계속 돈을 벌고 쓰고, 그러기 위해서 경쟁하고. 우리 사회는 이런 걸 개인이나 시장에 맡겨두고만 있어요.

    그래서 개인이 무얼 할 수 있느냐. 소비에 있어서는 개인이 생각해보면 알 수 있어요. 얼만큼 소비해야 내가 행복한가, 얼만큼이 나에게 적절한 소비인가 생각하는거죠. 그렇게 해서 소비를 줄이면 생산은 줄거예요. 값은 올라가겠죠. 그렇지만 좋은 제품 알뜰하게 쓰고, 공장에서도 필요한만큼만 생산하니 지구에는 더 좋은 일이 될거예요. 소비라는 문제는 그렇게 개인에게서부터 풀어야 하는거죠.


-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 같네요.

    건축을 잘하려고 하는거예요. 다른 것보다도요.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집을 지어야 할까 생각하는건 해결이 잘 되지 않아요.


-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흙건축을 단 하나의 형용사만으로 표현하신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세요?

    이런 질문은 항상 받는데, 참 어렵더라고요(웃음). 저는 흙건축은 우리 생래적인 것이라고 봐요. 태생적이면서 근원적인 것 말이죠. 생래적인 것들은 대체로 흔한 것들이에요. 바람이나 햇빛 같은 것. 흔해서 중요한데도 놓치고 살게 되죠. 흙도 마찬가지로 흙퍼서 장사한다는 말이 있듯이 흙은 너무나 흔한거잖아요. 정말 귀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 정도가 되면 삶도 품격있고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인터뷰 후, LETTER는 초대를 받아 목포에 있는 교수님의 집에 가게 됐습니다. 흙에 대한 고민이 가득 담긴 집에 머무는 것은 굉장히 진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래 사진들을 통해, 그 날 LETTER가 느꼈던 것이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랍니다.




Warmly,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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