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이안의 Reaching Out Tea House를 다녀오다.
여느 도시가 그러하듯, 호이안의 중심지 '올드타운'도 온갖 소리로 가득합니다.
올드타운을 담는 사진기 소리,
서로 다른 국적의 언어들,
자전거 벨소리,
손님을 부르는 인력거꾼의 목소리.
이끼가 낀 검붉은 기와 지붕 밑 색바랜 검은 기둥을 지나면, 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과 함께 귓가에 울리던 소리들이 어렴풋이 멀어집니다.
어둡고 고요한 이 공간에서 들리는 것은 조근조근 속삭이는 목소리와 기분 좋게 울리는 찻잔소리가 전부입니다.
고요함을 즐기는 찻집,
이곳의 이름은
Reaching Out Teahous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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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고요함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한 여인은 크게 뚫린 창가에 앉아 노트에 무언가 적으며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다른 한 쪽에서는 백발의 백인 노부부가 마주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생기발랄한 소녀 세 명은 조용히 차 마시고 머물다가, 조금 지루해졌는지 이내 자리를 비웠습니다.
구석 창가 앞에는 햇살을 맞으며 호이안 거리를 구경하다 낮잠이 들어버린 남자도 있습니다.
할 이야기가 많은 손님들도 이 찻집에서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소근거리며 대화를 나눕니다.
이곳의 종업원들은 말을 하지 못하거나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손님들이 이 가게에 들어와 가장 처음 하는 일은 종이에 쓰거나 손동작, 표정, 눈빛을 통해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조용함은 이 공간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익숙치 않을만도 한데, 참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이곳의 고요함을 곧잘 즐깁니다.
말소리를 줄이는 배려 또한 이곳에서는 어색하거나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종업원들이 만들어준 선물을 대하는, 그리고 다른 이들을 위한 당연한 행동입니다.
고요함 속에서 따뜻한 차, 담백한 다과와 함께
창밖으로 펼쳐지는 올드타운의 풍경까지 천천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
하나라도 놓칠까 눈을 빛내며 둘러보는 여행자들,
그들의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살,
볕이 잘 드는 자리에 누워 낮잠 자는 눈썹 진한 강아지,
이 모든 것들이 일상인 현지인들.
오직 Teahouse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올드타운의 매력입니다.
이 공간에서 올드타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한발짝 뒤에서 올드타운을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호이안의 올드타운 같지 않을까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한걸음 물러서서 잠시 멈추어 바라보면,
나의 일상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겁니다.
The Beauty of Silence
Reaching Out Vietnam : http://www.reachingoutvietnam.com
Warml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