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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Jan 18. 2017

[11:00pm] 고요함을 향유한다는 것

베트남 호이안의 Reaching Out Tea House를 다녀오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 꼽히는 호이안.



여느 도시가 그러하듯, 호이안의 중심지 '올드타운'도 온갖 소리로 가득합니다.

올드타운을 담는 사진기 소리,

서로 다른 국적의 언어들,

자전거 벨소리,

손님을 부르는 인력거꾼의 목소리.




올드타운 한 가운데서 만난 이 찻집은 그래서 더 특별했습니다.




이끼가 낀 검붉은 기와 지붕 밑 색바랜 검은 기둥을 지나면, 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과 함께 귓가에 울리던 소리들이 어렴풋이 멀어집니다.

어둡고 고요한 이 공간에서 들리는 것은 조근조근 속삭이는 목소리와 기분 좋게 울리는 찻잔소리가 전부입니다.







고요함을 즐기는 찻집,

이곳의 이름은

Reaching Out Teahouse입니다.







찻집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고요함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한 여인은 크게 뚫린 창가에 앉아 노트에 무언가 적으며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다른 한 쪽에서는 백발의 백인 노부부가 마주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생기발랄한 소녀 세 명은 조용히 차 마시고 머물다가, 조금 지루해졌는지 이내 자리를 비웠습니다.

구석 창가 앞에는 햇살을 맞으며 호이안 거리를 구경하다 낮잠이 들어버린 남자도 있습니다.

할 이야기가 많은 손님들도 이 찻집에서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소근거리며 대화를 나눕니다.





이곳의 종업원들은 말을 하지 못하거나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손님들이 이 가게에 들어와 가장 처음 하는 일은 종이에 쓰거나 손동작, 표정, 눈빛을 통해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조용함은 이 공간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익숙치 않을만도 한데, 참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이곳의 고요함을 곧잘 즐깁니다.

말소리를 줄이는 배려 또한 이곳에서는 어색하거나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종업원들이 만들어준 선물을 대하는, 그리고 다른 이들을 위한 당연한 행동입니다.








Teahouse의 창가 자리에 앉는 건 더 없이 큰 행운입니다.


고요함 속에서 따뜻한 차, 담백한 다과와 함께

창밖으로 펼쳐지는 올드타운의 풍경까지 천천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

하나라도 놓칠까 눈을 빛내며 둘러보는 여행자들,

그들의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살,

볕이 잘 드는 자리에 누워 낮잠 자는 눈썹 진한 강아지,

이 모든 것들이 일상인 현지인들.

오직 Teahouse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올드타운의 매력입니다.



이 공간에서 올드타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한발짝 뒤에서 올드타운을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호이안의 올드타운 같지 않을까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한걸음 물러서서 잠시 멈추어 바라보면,

나의 일상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겁니다.






오늘 잠들기 전,

은은한 불빛 딱 하나만 남겨두고,

모든 소리를 지우고,

고요함 속에 머무르는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요?


그 안에서 바라보는 것이

책이든, 지난 하루든, 혹은 나 자신이든,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겁니다.






The Beauty of Silence



Reaching Out Vietnam : http://www.reachingoutvietnam.com



Warmly,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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