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훌륭한 대통령이었을까?
영조는 오래 살았다. 조선 왕 중 재위 기간이 가장 길었다. 그가 고희가 되었을 때 세손인 정조는 기념 잔치를 열자고 제안했다. 정조뿐만 아니라 모든 신하들이 그렇게 하자고 했지만 영조는 뿌리쳤다. 뿌리친 정도가 아니라 세손이 단식까지 하면서 몇 번이나 상소를 올려도 요지부동이었다. 백성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나이 들었다고 성대한 잔치를 열 수 없다는 이유였다. 영조에 대한 이런 기록은 참 많다. 조선에 이런 왕도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영조는 훌륭한 왕인가?
영조가 남긴 기록들을 보면 왕은 백성을 섬기고, 백성들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자라고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고희 잔치를 물리며 한 말처럼 당시 백성은 굶주리고 있었고 영조도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렇다면 그는 좋은 왕인가? 정조는 어떤가. 정조는 조선 후기 성군으로 세종대왕과 더불어 가장 높게 평가받는 왕이다. 그는 외척들의 정치 개입을 봉쇄하고 당파 싸움의 폐해를 줄이고자 당시 주류인 노론을 견제하고 정약용과 같은 남인을 중용했다. 정조는 정약용과 함께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정조의 신임을 받던 정약용은 암행어사로 임명되기도 했고 지방의 장으로 발령받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백성들이 고생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글을 남겼다. 그렇다면 정조는 훌륭한 왕인가?
영조와 정조가 좋은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그때도 백성들은 굶고 있었다. 그렇다고 백성의 처지를 순전히 왕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조선은 처음부터 왕 혼자만의 나라가 아니라 유림의 나라였으니 말이다. 모든 평가는 상대적이어야 한다. 영조와 정조의 때에 백성들의 처지가 어려웠다고 하나 정조가 승하한 뒤 정순왕후의 섭정 시대는 더 비참했으니 말이다. 영조 전의 왕들도 그 사정이 썩 좋지 못했다. 영조와 정조 시대에 그나마 백성의 처지가 조금 더 나았으니 그 둘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못한 평가다.
문재인은 좋은 대통령이었을까? 이 질문은 영조와 정조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쉽지 않은 고민을 요구하는 질문이다. 잘한 것과 못한 것을 모두 나열하고 실사구시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명망 높은 학자들 중에서도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학자라는 자들도 정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그의 비전과 그에 따른 정책들을 하나하나 뜯어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진보할 것인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질문을 했는데 쉬운 답을 내렸다면 틀릴 가능성이 9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