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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ang khong May 24. 2022

다이어트 6

열폭

어제 치료후 얼음찜질을 하고 유튜브를 뒤져 무릎강화운동을 했지만

왠지 자고 일어나니 더 아픈 느낌이다.


나는 좀 미련하게 참는 스타일이라 병을 키운다.

재작년에도 족저근막염을 온갖 민간요법으로 버티다 한의원을 거쳐 정형외과를 가고서야 나았다.


"많이 아팠겠네요. 여기 돌기 같은게 보이시죠? 심합니다. 왜 이제야 오셨어요?"

5번의 지옥같은 체외충격파치료와 함께 집에서 온갖 종류의 찜질, 수시로 하는 종아리마사지, 신발 한사이즈

큰거 사서 깔창을 4개깔고 다니기등등...... 온갖 노력을 기울여 1년여만에 겨우 나았다.

(하지만 무리하면 며칠 다시 고생한다. 족저근막염에 완치란 없는 걸까.....)


어제 슬개골염이란 진단을 받자마자 덜컥 겁이 났다.

이번에는 그래도 족저근막염의 교훈을 잊지 않고 일찍 갔으니 체외충격파 치료는 면했다.

다행이다.


그래서 오늘은 만보채우기도 하지 않았다.

한달동안 구청에서 함께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운동선생님께도 메세지를 보냈다.

구구절절 장문의 메세지였다.


갑자기 등산이다 뭐다 해서 무릎에 슬개골염이 왔다. 해서 이번주 목요일 단체운동은 못하게 되었다.


혹시나 단체운동이나 홈트 빼먹으려고 핑계대는것처럼 보일까봐 안쓰려다 그래도 사실은 알려야 할것 같아 써 보냈다. 사실 나를 위해 계속 운동을 하라고 해주는거 참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나도 나름 노력하고 있다. 걷고 꿈적꿈적 홈트도 따라하고 그 싫어하는 등산도 했으며 요가나 필라테스에 틈틈히 꼬꾸라지듯 달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더더더! 왜 단음식을 먹느냐. 왜 운동을 많이 안하느냐 하고 압박이 가해지자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던 터였다.


만화 다이어터를 보면서 나도 서찬희 같은 사람이 옆에 딱 붙어서 코치해주면 좋겠다, 그럼 쭉쭉 빠지겠네 라는 마음이 들었던걸 후회했다. 막상 그런 사람이 둘이 옆에서 붙어 코치를 해주니 마음이 계속해서 답답해지기만 했다. 그분들이야 왜 덜먹고 더운동하는 이 쉬운걸 못따라 하십니까 하고 가슴을 치시겠지만 말이다.


몸이 마음을 못따라 간다.

먹는게 유일한 낙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는데 못먹으니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어쩌면 무릎이 내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때마침 고장이 나준걸수도 있겠다.

(고맙다고 해야하나.......)


내 구질구질한 메세지에 운동 선생님은 무릎이 안아픈 운동을 가르쳐 주시겠단다. 그리고 마지막에 ㅎㅎㅎ 를 붙이셨다. ㅎㅎㅎ. ㅎㅎㅎ. ㅎㅎㅎ.

그냥 습관처럼 붙히셨을 ㅎㅎㅎ 에 나는 그게 왠지 서운했다. 나같으면 아 괜찮으시냐, 그럼 몸조리 잘 하셔라, 건강이 우선이다 라는 말을 먼저 했을텐데 대뜸 무릎이 안아픈 운동을 가르쳐주겠다 ㅎㅎㅎ 하고 쓴 문장을 보니 그 속에서 (삐용삐용삐용! 피해의식 발동!) 니가 운동하기 싫어서 핑계대는거 다안다, 그깟 슬개골염따위 별거 아니다, 무릎만 피해서 운동하면 되는거 아니냐 라는 마음이 읽혔다.


득달같이 ㅎㅎㅎ에 대해서 마음 아팠다고 적어보냈다.

나도 20대때는 40대 되는 사람들이 살을 못빼는건 다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했다고도 썼다.

그러다 왠지 아픈 화풀이를 애먼 사람한테 하는것 같아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걸 고맙다고쓰며 서둘러 마무리했다.


슬펐다. 내가 뚱뚱한건 내가 제일 잘 안다. 옷들이 하나둘씩 맞지 않고 끼고 고무줄 바지나 투엑스라지 티셔츠만 입게되는 작금의 현실은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래서 남들의 눈초리나 그냥 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너무 아프다. 그 ㅎㅎㅎ가 자꾸만 히히히로 읽혔다.


그러자 깜짝 놀란 운동 선생님이 부랴부랴 몸조리 잘하라는 식의 답문을 보내왔다.

속으로 뭐야 이여자는! 했을것이다. 여지껏 열심히 도와줬는데 왜 나한테? 했을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한번 내가 싫어지고 미워졌다.

(이뾰족뾰족한 마음 구구콘 한개 씻은듯 날아갈텐데......ㅠㅠ.)


좀 뚱뚱해도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아. 옷으로 잘 가리고 다니면 그럭저럭 괜찮아.

어머님이란 소리 좀 들으면 어때? 가족이나 친구의 타박도 이젠 익숙해졌는걸.


자꾸만 이런 마음이 드는 하루였다.


그래도 오늘은 한끼는 야채비빔밥을 한끼는 샐러드와 두부조림을 먹었다.

녹차라떼도 한번 참았고 초코맛 아이스크림도 한번 참았고......


어쨌든 건강을 위해 노력은 해보자.

또 자꾸만 좁아지는 마음 넓히자.


(선생님 죄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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