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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행 Dec 31. 2020

우리 남편들을 죽일 계획을 세웠어   <와이우먼 킬>

서양판 부부의 세계? 치정극의 끝판왕! 왓챠 드라마 추천!    



세 부부가 한 저택에서 차례로 머물렀다. 언뜻 보기에는 행복해 보이는 부부들의 모습. 하지만 그들이 머무른 1963년, 1984년, 2019년, 그 저택에서는 세 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세 부부의 결혼생활은 배경도, 성격도, 스타일도 달랐지만 언제나 그 끝은 경찰이 몰려와 흰 천에 덮힌 누군가를 발견하며 막을 내렸다. 부부 중 한 명이 상대방을 살해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흰 천에 덮여 퇴장했던 그들은 남편일까? 그렇다면 용의자는 부인? 그 저택의 세 부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저택의 부인들 / 와이우먼 킬 공식 포스터 


올해 5월 드라마 ‘와이 우먼 킬’은 왓챠에서 독점으로 개봉됐다. 이전 왓챠 독점 개봉작인 ‘이어즈 앤 이어즈’와 ‘나의 눈부신 친구’가 호평을 받으며 막을 내린 후, 그 뒤를 이은 작품이다. 특히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집필한 작가 마크 체리와 영화 ‘500일간의 썸머’를 연출한 감독 마크 웹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은밀하고, 추한 스캔들인 불륜. 그 속에서 깨져버린 부부의 관계와 신뢰는 작품의 제목, 와이 우먼 킬, '왜 여자는 죽이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의 답이다. 작가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빠르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탄탄한 개연성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선명한 색감이 돋보이는 감독의 연출은 시각적인 자극까지 만족시킨다. 자극적이고, 상상을 뛰어 넘는 막장 스토리, 하지만 그 속의 부서진 아내의 배신감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부부라는 질긴 관계를 여성의 목소리로 보여주는 현실 속 스릴러. 이제 파스텔 톤의 배경 속에서 각자의 칼을 갈고 있는 세 여자의 사연을 알아보자 



▶그들이 사는 세상, 드라마 속 세 부부의 이야기


#1963년 첫 번째 살인사건, 베스와 롭 부부


베스와 롭 부부는 ‘누가 봐도’ 더할 나위 없이 화목했다. 베스는 가정주부가 꿈이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편에게 맞췄다. 남편 롭은 이를 자연스럽게, 또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헌신적인 그녀의 노력이 화목한 부부생활을 흔들림 없이 지켰다. 장을 보고, 집 청소를 한 뒤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을 만드는 것은 베스의 전부였다. 남편에게 그런 베스는 그저 그의 자랑 중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베스는 롭이 음식점 웨이트리스와 외도하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떻게든 가정을 유지하고 싶던 그녀는 외도 정황을 파헤치기 위해 내연녀와 친분을 쌓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그간 부부생활과 관련된 또 다른 비밀을 알게 된다.



#1984년 두 번째 살인 사건, 시몬과 칼 부부

시몬과 칼은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교계 인싸 부부이다. 유머러스한 남편 칼은 자존심 강한 아내, 시몬의 기분을 맞춰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시몬이 힘들어 할 때 칼이 다정하게 그녀를 위로하는 자상한 사람이었다. 부부가 여느 때처럼 집에서 파티를 열던 중, 시몬은 발신인을 알 수 없는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그 안에는 칼과 그의 과거 연인이 함께 찍은 커플 사진이 있었다. 지나간 과거 연인 사진이 대수인가 싶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사진 속 다정한 커플은 두 명의 남자였으니 말이다. 그렇다. 칼은 게이였다.



#2019년 세 번째 살인 사건. 테일러와 일라이 부부

▲ 왼쪽부터 아내 ‘테일러’, ‘일라이’, 테일러의 연인 ‘제이드’

아내 테일러와 남편 일라이는 자유로운 결혼생활 이른바 ‘개방혼’을 약속했다. 개방혼이란 배우자 외에 ‘데이트 상대를 두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다만 데이트 상대에게 ‘마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지킨다는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개방혼은 양성애자인 테일러를 존중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잘나가는 변호사 테일러와 몇 년째 글을 쓰지 못하는 극작가 일라이, 둘의 관계가 아슬아슬하게 기울어진지 오래였다. 그러던 중 테일러의 연인 ‘제이드’가 그들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다. 그런 ‘제이드’에게 일라이는 한눈에 반하게 되고, 일라이와 제이드, 테일러 사이의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세 부부의 결말, 그리고 우리의 결말은?

줄거리만 봐도 내가 아내였다면 남편을 죽여도 모자랄듯 싶다. 당장 이혼하자고 소리치며 집을 뛰쳐나오는 장면이 그려지지만 세 아내의 이혼은 쉽지 않다. 베스는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더 노력하면 화목한 부부로 되돌릴 수 있다며 남편을 끈질기게 붙잡는다. 자존심 강한 시몬은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두려워서, 사랑했던 남편이 애틋해서 이혼을 보류한다. 희생을 감내하고, 남편의 무책임을 묵묵히 기다리는 것을 답으로 여겼던 테일러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들이 칼을 들기로 마음먹는 순간 알게 된다. 그동안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에 중요한 가치를 포기했다는 것을. 시대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세 여성이 부부라는 관계에서 한편으로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혼의 문제는 물질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여성에게 더 무겁게 부과되는 것이다. 세 여성이 노력한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전부 자신을 희생하며 가정을 지켰고, 이에 남편은 무관심했다는 사실이 시대를 예리하게 관통한다. 결국 드라마 속에서 불편하고 답답한 상황에 여성들의 직설적인 대사로 보여주는 ‘사이다’는 어쩌면 부부의 관계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우리의 숙제임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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