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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중얼 Dec 21. 2020

<사피엔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동생이 사놓고, 책꽂이에만 고이 모셔둔 책.

계속 읽어보고 싶긴 했지만, 제목도 두께도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모두의 유행에 따라가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이 있었다.

나 혼자만 좋아하던 배우가 모두의 배우가 되었을 때, 관심이 다소 작아지는 건 나뿐일까.

<사피엔스>를 좋아한 적은 없지만, 괜히 그랬다.


'올해는 꼭 독서모임을 해봐야지!'

했던 결심이 무색하게,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구립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됐는데, 어머나 이게 왠일, 온라인 독서회를 모집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우리집 책꽂이에 고이 모셔져 있는 <사피엔스>가 다음 달의 책으로 빛나고 있었고 어느새 전화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온라인 독서회 신청하려구요."


혼자 읽었으면 못 읽었을수도 있지만, 뭔가 강제하는 게 있으면 어떻게라도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근대는 마음으로 1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펼쳐본 <사피엔스>.

그날부터 나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만나지 않고 카톡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에게도 


"<사피엔스> 읽어보셨어요? 최고최고"


누가 보면 영업사원인가 싶을 정도로 말하고 다녔다.


책을 펴보기 전에 제목이나 두께로 느낀 책의 첫인상은,

아.. 뭔가 어려운 얘기.. 

네.. 알면 좋겠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 언젠간 읽어보겠슴다.


이런 정도였다면


책을 펼쳐서 만난 서문에서부터 빠져들었다.

- 책 읽은 첫 날 다이어리에 남겼던 감상중 일부


온라인독서회로 감상을 공유하다보니, 매일 매일 읽은 부분에 대한 생각을 써내려갔었다.

굉장히 좋은 시간, 경험이었다. 

일부러 시간 내서 독후감을 쓰려고 하면 안 쓰게 되는데, 조금씩 쓰는 것이 모이니 오히려 긴 이야기가 되었다.

 

학교를 다니며 쌓았던 오래된 나의 지식 중의 일부는 이제 더이상 사실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고대인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도 깰 수 있었다. 


<사피엔스>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유발하라리의 방대한 지식에도 놀랐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필력이었다.

함께 고대부터 차근차근 현재까지 걸어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좋았던 점은,

인류의 역사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유발하라리와 함께 걸어오면서 내 삶과 우리의 삶,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해주는 책이었다는 점이다.


영화도 보고 난 뒤에 생각하고 곱씹어보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이 책도 그랬다.


책은 읽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기분이 드는 그런 책이었다.

읽으면서는 유발하라리와 그리고 나 자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 

책을 읽은 뒤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었다는게 무엇보다 좋았다.



좋은 기회로 올해라도 이렇게 <사피엔스>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

좋은 책을 읽는 시간은 아깝지 않다.

코로나도 삭막한 한 해를 보냈지만, 그래도 이런 좋은 책을 만나 조금이나마 풍성하고 여러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 


2020년을 마무리하며, 

많이 늦었지만 나의 올해의 책은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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