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네이버에서 오늘의 운세를 검색해 보는데, 대부분의 사주쟁이들의 화법이 그렇듯 오늘의 운세 역시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한 문장들로 쓰여 있다. 나는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중의적인 문장들은 내가 좋을 대로 해석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 번씩 정말 여지없이, 닫힌 결말처럼 불길한 운세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방법이 또 있다. '토당토당'이라는 토정비결 운세 어플에 접속하는 것이다. (무료 사이트다.) 아무튼 토당토당 어플에서는 오늘의 귀인과 신살도 적어주는데, 원고 쓰는 날 '문창귀인'이 적혀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고 원고가 잘 써지는 것만 같다... 아무튼 네이버 운세가 좋지 않은 날엔 '토당토당'에서 아주 조그마한 행운의 단서라도 찾은 뒤 '뭐야, 네이버랑 토당토당이랑 다르잖아!' 하면서 오늘 본 오늘의 운세를 모두 무효화시켜 버린다. 그렇다. 나는 사실 오늘의 운세가 내 운을 얼마나 잘 점치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고, 그냥 그 운세를 읽는 행위 자체로부터 마음의 안정감을 얻곤 했다.
굳이 두 개를 비교하면서까지 오늘의 운세의 무용함을 증명할 바엔, 아무것도 안 보고 시간을 아끼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구태여 마음을 가다듬어야 시작할 용기가 나는 날들이 있었다.
여수에선 운세를 확인하지 않았다. 여수에서는 어떻게 살더라도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졌던 참이었다. 여행이 아니라 '2주 살기'를 택한 것 역시 여행지에서 이것저것 다 보고 돌아와야 한다는 조급함이 싫었기 때문이다. 대신 나에겐 행운 요정들이 있었다! 가족과 친구들은 여수에서 잘 지내고 있냐고, 수시로 물어왔다. (나 외국에 있냐...? 싶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때아닌 호의들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5월 13일의 운세는 어땠을까?
그날은 비가 왔다. 모처럼 이모와 오동도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오동도로 들어가기 위해선 걸어서 들어가는 방법과 동백 열차를 타는 방법으로 크게 나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마침 점심시간이라 열차가 중단됐다. 하는 수 없이 걷는 방법을 택했다. 빗줄기는 잦아들 생각이 없었지만, 이모의 포토 열정은 비를 이겼다. 틈만 나면 여기 서보라고, 저기 서보라고 주문하던 그녀... 안경알에 빗방울이 튀어 앞은 뵈지도 않는 채로 열심히 허공에 브이를 만들었다. '머리 다 풀렸겠다... 다이슨으로 세팅한 건데...'
오동도는 멀리서 보면 오동잎을 닮아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본래는 오동나무가 많았다지만 이제는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가득하다. 아마도 여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그곳엔,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동백꽃이 없는 5월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나름 관광지에서 자란 나에게는 일종의 '관광지 홍대병(?)'이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유명한 관광지엔 볼 것이 없다는 게 내 지론인데, 게다가 (내가 싫어하는) 비가 오고 동백꽃 없는 동백섬이라...
... 뭐야 왜 좋아? 숲에 들어서자 비는 금방 그쳤고, 비 오고 난 뒤의 숲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쾌함이 있었다. 꽤 따뜻하게 입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가만 서 있으면 한기가 스밀 정도의 시원함. 마치 동굴에 들어갔을 때의 시원함을 닮아 있었다. 동백굴이군, 동백굴. 동백꽃이 없으니 나무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동백나무가 이렇게 클 수도 있구나, 이렇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 수도 있는 거였구나, 감탄한다. 이모는 이 정도라면 동백의 왕좌(?)는 여수에 넘겨줄 수 있겠다고 했다.
보물찾기 하듯 아직 지지 않은 동백꽃을 찾기도 한다. 어째서 아직까지 지지 않는 것인지, 쟤들은 끈기 있다고 해야 할지 미련이 많다 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한다. 평소에는 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생각해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여행의 존재 이유겠지.
이게 방송이었다면? 짧은 RT(러닝타임)에서 이런 잡념들은 쳐내야 할 것, 편집되어야 할 것들이 되어버릴 것이다. (나는 전 프로그램에서 유독 여행 코너를 많이 맡으며 일종의 한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구례 여행기를 쓰면서 자세히 써보겠다.) 하지만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이런 것 아닌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은 작고 바보 같은 깨달음들.
오동도에서 반나절은 보낼 줄 알았더니, 천천히 걷고 여유롭게 커피도 마셨는데, 겨우 한 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너무 대책 없이 나온 거 아닌가. 그런데 언제 비가 왔냐는 듯 깨끗한 하늘은 우리를 자꾸만 등 떠밀었다. 혼자선 할 수 없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레일바이크를 떠올렸다.
고백하건대 난 레일바이크를 좋아한다. (관광지 홍대병이라 했지만 그 흔한 레일바이크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주도엔 레일바이크를 타는 곳이 한 군데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내가 서울로 상경한 2013년에 생겼다.) 게다가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처음이었단 말이다.
그날의 바다는 조금은 개구진 표정이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을 피워내는 날씨하며, 원래 잔잔했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는 바다는 아무래도 뻔뻔 2인조였다.
그러고 보면 여름은 참 뻔뻔한 계절 아닌가? 더운 주제에 청량한 느낌을 주다니. 자연의 눈속임에 기꺼이 속아주며, 인중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때까지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그렇다. 레일바이크에도 속았다. 내려갈 땐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잘만 굴러가던 레일바이크는 유턴한 뒤에 수동으로 바뀌었다. 내가 여기서 유산소 운동을 할 줄은 몰랐지... 하지만 오히려 좋다. 갯장어 샤부샤부를 먹을 수 있는 완벽한 빌드업이 되었다.
5월 13일은 역사적인 날. 바로, 고대하고 고대하던 갯장어 샤부샤부를 먹는 날이었다. 갯장어 샤부샤부는 여수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이었지만, 기본 2인분부터 판매하고, 그 가격은 10만 원(*가게마다 상이함)을 호가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절대 못 먹기 때문에 그 갈증은 날로 더해갔다. 어떤 맛인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 미지의 음식. 너는 왜 아는 맛도 아닌데 내 애간장을 태우고 그러는 거냐!!!
다음 편에 계속...
재미로 보는 오늘의 운세
06월 20일의 운세 총운은 “오리무중” 입니다.
여기 저기서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 하루입니다. 당신의 몸이 바쁜 만큼 보람된 하루가 되기 쉽습니다. 당신의 능력이 인정하기에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그만큼 많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오늘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모습이 많이 바뀔 수 있으므로 신중하면서도 결단력 있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지요. 자신이 도와줄 상황에서는 앞뒤 상황을 모두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도와줘야 하며 도움이 필요한 경우 편한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