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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Feb 26. 2024

아직 너를 못 믿겠으면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어

남들 앞에 서는 두려움을 느끼는 당신들에게

"넌 너무 뻔해. 잘할게 눈에 보여. 천천히 올라가서 네가 원하는 걸 가져. 아직 너를 못 믿겠으면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어. 그리고 연습한 그대로만 해."


수료식 공연을 앞둔 공연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부끄러움 총량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한번 왕창 부끄럽고 나면 그 뒤론 부끄러움이 덜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법칙이다. 정말 동의한다. 부끄럽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이 나를 자꾸 부끄럽게 만든다. 한마디로 부끄러움도 스스로 자처한다는 것.


공연 연습 중 살세라는 '엉덩이를 좀 더 섹시하게 흔들라'는 주문을 종종 받는다. 공연의 주인공이 살세라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여자들만 보고, 여자들도 여자들만 본다. 공연에 서는 살세로들은 병풍이란 말이 있을 정도니까. 남자들도 섹시하고 싶지만, 시키면 곧잘 하는 편이지만, 공연의 주인공이 아니니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그냥 넘기게 된다.  


살세라들은 샤인 동작을 처음 배울 때 얼굴에 낯섦과 부끄러움이 한가득 피어오르기 마련이다. 스스로 자신은 섹시와 거리가 멀다고 이야기하는 살세라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연습 횟수가 거듭될수록, 뻣뻣한 동작들에도 춤선이 생기기 시작하고, 낯섦이 익숙함으로 바뀌고, 어느새 부끄러움이 자신감으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


춤과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닮았다. 글쓰기도 처음 시작했을 땐 나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남들 앞에 내놓는 일이 쑥스러워 몸이 굽는다. 쓰고 나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안절부절못한다. 누가 보면 어쩌나, 댓글이 이상하게 달리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글을 쓸 때마다 자기 검열의 연속이었고, 이런 걸 써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꾸준히 쓰고 의견을 냈다. 안 쓰고 안 부끄러운 것보다 쓰고 부끄러운 편을 택했다. 쓰다 보니 점점 더 과감해졌다. 나를 드러낼수록 사람들은 더 나를 좋아했다.


결점 혹은 단점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도망갈 거라 생각했는데, 실은 정반대다. 타인들은 나의 '결점'과 ‘상처’, '실수'에 더 공감했다. 그들도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결점과 상처를 보면 다가가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어 한다. 완벽을 추구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 역시 본능인 것이다. 처음 한 번이 어렵지, 상처를 드러내면 강해진다. 상처 난 곳에 밴드를 붙이는 것보다 붙이지 않는 쪽이 훨씬 상처가 빨리 아무는 것처럼. 그래서 춤도 글쓰기도 부끄러움을 극복하는 쪽은 같다.


수료식과 글쓰기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소설가 김연수는 글 쓰는 일이 "아랫도리 벗고 남들 앞에서 서는 것"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썼는데, 나는 수료식 공연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수료식은 내 몸을 온전히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일과 같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용기가 충만해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글을 써내는 과정에서 용기가 솟는 것처럼, 수료식도 마찬가지다.


"SHOW THEM WHO YOU ARE"

선배 살사인들, 후배 살사인들 앞에서 첫 데뷔 무대를 갖는 123기 & 124기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제 그만 부끄러워하고 당당하게 나가서 당신이 누구인지 보여주라고. 그리고 천천히 올라가서 네가 원하는 걸 가지라고. 만약 아직도 자신을 못 믿겠으면 당신 옆에 있는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으라고. 마지막으로 연습한 그대로만 하라고. 당신들은 결국 잘 해낼 사람들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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