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마, 틀려도 아무도 몰라
'큰일 큰일.. 뒤돌면 까먹는다는. 수료식 잘할 수 있을는지요..'
수료식 D-7. 수료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단톡방에 걱정의 그림자가 넘쳐난다. 대표적인 걱정 중 하나가 바로 안무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어제 보니따 메인홀에서 무대 의상을 입고 다 같이 연습을 진행했다. 여태까지 연습 공간에는 앞에 거울이 있어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안무를 잊어버릴 시 커닝을 할 수 있었다면, 보니따 메인홀은 상황이 다르다. 앞에 거울이 하나도 없기에 오롯이 기억과 음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옆 사람을 순간적으로 흘깃 보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런 걱정이 눈에 훤히 보인다는 듯, 자신 또한 여러 경험으로 안다는 듯, 지나쌤(123기 쌤)이 걱정을 잠시 잊게 해 줄 배려의 말을 건넨다. 쑤리쌤(124기 쌤)이 헤어/메이크업 도와주실 분 2명 섭외했다고 들어서 자신까지 끼어들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필요할 경우 대기실 장소와/시간 알려주시면 화장품 챙겨 들고 오겠다는 말이었다. 지나쌤의 따스한 배려 때문일까, 하나 둘 감동과 걱정을 담아서 안부를 전한다.
단톡방에 걱정에 걱정이 쌓여갈 때쯤, 단호박 같은 지나쌤의 발언이 또 이어진다.
'연습량이 해결해 줄 것~ 공연은 연습량에서 오는 관성대로 하는 거라. 그리고 일단 화장발과 의상 빨로 커버 치면 8할은 메꿔진다는. 그러니 쫄지 말고 틀려도 자신감 있게!! 틀리면 시치미 떼고 다음 구간에 집중. 한 마디로 공연의 완성은 의상과 눈썹 그리고 자신감과 개신난 표정!'
'관중에 대해선 나 이렇게 예쁜데, 네가 날 안 본다니,,, 제정신이니? 이런 마인드 필요.'
'무대도 시간도 다 여러분 거! 주어진 3분의 주인답게 압도적 자신감으로 주인 행세 하시고, 즐기세요~~'
'틀려도 뻔뻔하게 하면, 아무도 틀린 줄 모름.'
'실제로 공연팀에서는 거울 앞에 쭉 둘러앉아, 공연곡 틀어놓고 음악에 맞춰서, 얼굴로 감정 표현하는 연기 트레이닝을 시켜요. 거울 보고 표정 연습! 그리고 마음가짐 연습!'
여태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곧 제자를 품에서 떠나보내는 스승의 마음이란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조언이다. 단 몇 문장에 꼭 필요한 것들이 차고 넘친다. 몇몇 사람들에겐 이번 수료식 데뷔 무대가 유튜브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최초의 사건이 될 수 있으니, 다들 최선을 다해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길 기대한다며 용기 멘트도 잊지 않으신다.
표정과 마음가짐도 연습에서 오는 것이었다니. 새롭게 안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최종 리허설 영상을 확인해 보니 수료식 인원 중 단 한 명도 웃고 있지 않았다. 다들 얼굴에는 '심각'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표정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마음가짐도 마찬가지란 것을.
수료식 당일날, 실수가 생긴다면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실수가 생길 걱정 말고 대신 다른 걱정을 해보는 건 어떨까? 사람들의 돌고래 함성과 박수를 너무 많이 받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 같은 것 말이다. 틀릴 걱정 말고 행복할 걱정을 하는 것이다.
여태 잘했고, 잘해왔고, 당연히 수료식도 잘할 것임이 분명한 123 & 124기 연합 수료식반의 6주 수업이 끝났다. 앞으로 남은 7일간 배운 것들을 복습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