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6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지난주 금요일에 이미 한 번 크리스마스 홈파티를 가졌다.
지금 나와 같이 가톨릭인 엄마, 아빠는 내가 어릴 때에는 종교를 지니지도 않았는데도, 특히 아빠가 결혼 전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좋아했고 즐기셨다고 한다. 부모님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 때는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길 일은 없었고, 연인이던 엄마와 밖에서 함께했다.
그러다 아빠가 20살 신입생 연극 동아리에서 첫눈에 반한 엄마와 결혼 후에는 첫 크리스마스부터 홈파티를 매년 해왔다. 아빠가 크리스마스의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데 더해, 집을 너무나 좋아하는 집돌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크고 나서는 개인 일정과 아빠와는 달리 밖순이던 때문에 크리스마스 당일을 가족과 보내지 않은 적이 많지만, 아빠는 계속 홈파티를 하셨고, 나는 당일 저녁과 밤을 함께하지는 않아도 나중에 그 분위기를 즐기곤 했다. 습관처럼 이어지던 가족 전통이 크리스마스를 좀 더 길고 즐겁게 대할 수 있게 해줬다.
아빠의 영향 때문인지, 아빠의 유전자를 받아 천생 그런 기질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홈파티를 즐긴다. 독립하고 집을 다녀간 친구도 꽤 된다. 내가 독립한 게 신기하고 기특하다며 오는 친구들에, 코로나19 시국까지 겹쳐 밖에서 놀지 못할 때는 나의 집에서 모이곤 하다 보니 홈파티가 더 종종 있곤 하다.
이번 크리스마스의 콘셉트는 핑크! 핑크크리스마스.
우리 집에 커튼이며 패브릭 액자며 핑크색 소품이 많아서, 핑크 톤으로 맞추면 예쁘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콘셉트를 핑크크리스마스로 정했다. 그런데 크리마스트리는 그나마 핑크색 나무를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다른 소품은 찾기 힘들었다.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메인 컬러가 레드와 그린이라서 그런 컬러의 소품이 98%였다. 그래도 적절히 찾고, 조합하여 핑크크리스마스로 꾸며봤다.
핑크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트리 밑에는 선물을 두었다. 집에서 어려서 받던 대로 꾸민 것인데, 친구들에게도 즐거운 경험을 주고 싶었다. 친구들이 이렇게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있는 선물을 받는 게 처음이라며 놀라고 좋아하는 데 다행이었고, 뿌듯함도 느꼈다.
핑크와 어울리는 색감의 솔방울 가지도, 대형 핑크샴페인 풍선과 귀여운 루돌프 풍선도, 조명도 장식했다.
음식은 각자 포트럭 파티의 형태로 사 오거나 주문했다. 샴페인은 준비해두었지만 열심히 힘을 들여 따는 것은 친구가. 식사를 하고서는 미리 연희동에서 유명한 베이커리 <피터팬 1978>에서 사둔 슈톨렌을 디저트로 먹었다.
슈톨렌(stollen)은 말린 과일과 설탕에 절인 과일 껍질, 아몬드, 향신료를 넣고 버터를 발라 구운 빵에 슈거파우더를 뿌린 독일 크리스마스 디저트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슈톨렌을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고 한다. 어느 베이커리의 슈톨렌이 맛날까 검색하는 것도 즐거웠다. 맛으로도 유명하고 연희동에 있어 집에서 가까운 <피터팬 1978>에서 샀는데, 친구들이 너무 맛있다며 계속 먹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즐거웠다.
유럽에서 슈톨렌을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준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행 그중에서도 해외 여행이 너무도 힘들어진 코로나 시대에 할 수 없는 것을 그리워만 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다른 것을 모색해보는 것도 즐겁다고 생각한다.
대학원 기말시험이 시작되기 직전, 그런데 놀고는 싶고. 그래서 조금 당겨서 동기들과 핑크 크리스마스 홈파티를 하며, 사랑스러운 친구들의 웃음과 이야깃 소리로 포근하게 깊어가던 밤이 기억에 남는다. 나와 내 주변을 위한 노력하는 순간, 그 삶도 일상도 특별함을 입는다. 앞으로도 이런 특별함과 다정함이 머무는 순간을 더욱 많이 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