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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Apr 02. 2023

올드 트램(Old Tram)

크로키 001


Old Tram(2023.04.02), charcoal pencil on paper

재주랄 것 없는 취미 생활로 크로키를 시작한 지 반년 정도 됐다. 반년 정도 됐다기에는 스무 장도 그리지 않은 것이 민망한 현실이다. 그러다가, 일정한 주기로 그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업무 시작 5분 전을 크로키 시간으로 정했다.


바쁜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기 전, 목탄 연필을 뾰족하게 다듬고 스케치북을 편다. 핀터레스트에 올라오는 사진을 돌돌 거리며 마우스의 휠을 내려보다가 맘에 드는 사진이 있으면 클릭해서 확대한다. 그리고 연필을 손에 든다. 모니터와 하얀 스케치북을 번갈아 보며 조심스럽게 구도를 잡는다. 목탄 연필은 지우개로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더욱 신중해진다. 


5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 시간 동안 슥슥 그리는 크로키. 아무것도 아니었던 선과 선이 만나 면을 만들고 힘을 주어 긋는 선들이 그림자가 되고 원근을 만든다. 색칠하지 않아도 되기에 더 좋다. 집중하며 5분 여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을 가득 채운 그림 하나가 남는다. 




오늘은 올드 트램을 그렸다. 처음 사진을 마주했을 때는 구조의 복잡함에 겁이 좀 났지만, 왼쪽의 열차 머리 부분부터 조심스럽게 기준 선을 그리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멀어지며 작아지는 몸집에 집중했다. 올드 트램답게 아기자기한 몸체의 기계들을 잘 드러내기 위해 신경 썼다. 전기선은 단숨에 그려내었다. 도중에 멈추면 매끄러운 곡선이 거칠어질 것 같았다.


트램의 번호는 10번이다. 언젠가는 도심을 달렸을 트램에 타고 있는 내 모습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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