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전파 Apr 08. 2022

질투는 나의 힘

- 신형철의 최근 인터뷰를 읽고


 “클래식이 원래 함대라는 뜻이잖아요. 두 분 책을 읽고 있으면 거대한 함대가 몰려오는 것을 보듯 압도돼요. 질투는 오히려 방해되기 때문에 질투조차 할 수 없는 대상이 필요하죠.”

 신형철, 사랑으로 읽고, 정확하게 쓰기 [21WRITERS②] 中




 학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우연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단순히 흘러가는 대로 둔 탓일 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성적에 맞추어 대학교와 학과를 결정한 탓이었다. 그렇게 국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정확한 표현은, '국어국문학과'이겠으나 부끄럽게도 어문학과 수업은 도통 적성에 맞질 않아 몇 개 듣질 못하고 졸업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냥 남들에게 국문학을 전공했다고 하곤 한다. 


 그러던 와중, '신형철'이라는 작가를 접하게 되었다. 꽤 오래 전 기억인지라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도대체 그를 마주한 첫 만남이 무엇이었는지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국문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방대한 양의 문헌을 접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 인상 깊은 몇몇의 작가들은 수업 외적으로도 작품을 찾아 읽어보기도 했다. 아마 신형철을 접한 계기도 그런 경로가 아니었을까 추측은 하지만 도무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강렬했던 첫' 독서의 기억은 없지만, 신형철의 글들은 그 시기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전범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나오는 영화 GV에 찾아가 그의 저서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사인을 받기도 할 정도로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두번째 평론집을 오랫동안 기다리는 와중에 새로운 인터뷰가 올라와 시간을 내어 읽었다. 장인과 같은 자세로 글을 빚어내는 그의 태도는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심이 되지만, 외려 우려스러운 것은 그럴수록 그의 새로운 평론집을 보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언젠가 신형철은 영화 평론가 김혜리의 책 『나를 바라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에 이런 추천사를 적었다. 




세상에는 객관적으로 잘 쓴 글들이 많지만 김혜리의 글이 내게는 주관적으로도 그렇다. 그의 어휘, 수사, 리듬 등에서 나는 나를 거슬리게 하는 그 어떤 것도 발견해내지 못한다. 그는 나의 전범 중 하나다. 나는 그냥 잘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사람처럼’ 잘 쓰고 싶다.



 이 글에서 '김혜리'를 '신형철'로 바꾼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써둔 졸고(감히 '졸고'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도 고백했듯이 나 같은 사람에게 여전히 신형철의 글은 필요하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그의 글을 원껏 볼 수 없게 만드는 그의 장인 정신이 종종 원망스러워지기도 하는데, 그 기다림이 있어야만 그의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재주가 없으므로, 신형철의 말을 빌려와 비틀며 끝을 맺자. 


 질투는 그의 글을 읽는데 방해되지 않는다. 질투는 그의 글을 읽게 만드는 이유이자 힘이다. 얼른 그의 새로운 집을 만나고 싶다. 






신형철, 정확한 문장으로 대상을 생포하기 [21WRITERS①]


신형철, 사랑으로 읽고, 정확하게 쓰기 [21WRITERS②]





매거진의 이전글 부단한 거인은 잠들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