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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전파 Apr 15. 2022

죽음으로 완성되는 예술들에 관하여

- Juice WRLD의 <Already Dead>를 들으며


https://youtu.be/EAfckg0ORS4


<Juice WRLD - Already Dead>








 죽음은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오래된 원초적인 공포의 대상이었다. 많은 예술가들이 죽음이란 주제에 천착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한국 현대 문학사에서 죽음을 주제로 다루는데 있어서 일가를 이룬 작가를 찾으라면, '故 기형도'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기형도가 써내렸던 '죽음을 유예한 언어'들은 주옥같은 문학 작품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의 죽음으로 인하여 때때로 그는 '요절한 천재' 반열에 이름이 오르내리곤 한다. 마치 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과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27세에 요절한 사실을 묶어서 그들을 '27 클럽'이라고 부르며 추앙하는 것과 유사하다. 


 특히나 한국은 죽음이라는 마지막 여행에 있어서 한없이 관대해지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기에, 한국에서 요절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생전보다 후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고자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때로는 죽음으로 누군가의 예술이 완성된다'는 말에 관하여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형도가 '죽음을 유예한 삶'을 시로 써내려갔고, 늦은 밤 극장에서 돌연 세상을 떠난 것, 한국 대중음악사에 주옥 같은 명곡들을 남긴 '故 김광석'이 다시 오지 못할 길을 떠난 것, 어린 시절 음악 뿐만이 아니라 나의 가치관 형성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마왕 신해철'이 불의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 여기에 더해 2017년 12월 18일 밝게 빛나기만 할 줄 알았던 젊은 예술가가 스스로 먼 곳으로 떠난 것처럼 멀지 않은 곳들에 여러 사례들이 놓여져 있다.


 내가 이러한 사례들을 굳이 들추게 된 것은 Juice WRLD의 'Already Dead' 때문이다. 미국을 넘어 세계 힙합 씬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예였던 주스월드는 2019년 12월, 약물과다 복용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의 사후, 미공개곡이었던 'Already Dead'가 발표되었는데, 이 음악은 그가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관해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물론, 죽음으로 예술이 완성된다는 사실이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예술가의 모든 작품들을 예술가 개인의 사례에 결부시키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주스월드의 유작의 제목과 가사는 그의 죽음과 묘하게 어울려서, 그의 죽음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된다. 이미 몇 년간을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채로 살아있던 그에게 죽음은 안식이었을까. 


 



 나는 그의 음악을 사랑했다. 앞서 언급했던 예술가들 역시 내가 흠모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의 죽음으로 인하여, 설사 그들의 예술이 완성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언정, 나는 그들이 살아서 더 좋은 작품을 세상에 선물하는 것을 오래 지켜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부질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없을테니, 내가 겨우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남긴 작품들을 반복해서 되새기는 일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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