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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젠틀리 Sep 28. 2024

오프라 윈프리가 25년 만에 알게 된 것

Breakfast in New York



드디어 뉴욕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평소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햄버거를 먹고 조식을 먹으러 호텔에 가는 나는 여기 숙소엔 어떤 메뉴가 있나 종종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이제 막 음식 세팅을 마친 직원이 보이고 1등으로 도착한 남편과 나 둘 뿐이다.



미국에서 조식이 포함된 숙소에 간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천천히 둘러보다 보니 이 숙소 조식엔 뭔가 특별함이 있었다. 기본 소스는 물론 국적이 다양한 소스들까지 병으로 또 일회용 소분 포장으로 구비되어 있다.


병에 든 우유도 일반, 저지방, 락토프리, 초콜릿맛까지 다양하다. 미국엔 다양성의 존중과 알레르기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가 높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은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섬세함이다.


이런 숨은 정성을 그도 알아챘을까, 이제 막 시리얼을 한입 떠먹은 남편에게 관찰한 내용을 종알 종알 보고하자 웃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자기 그거 알아? 이 우유 한 병을 시리얼 그릇에 부으니까 양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딱 맞아!"


평소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남편다운 대답이다.


우리가 식사를 마쳐갈 때쯤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 차 활기를 더해가고 있었고 멋진 모자를 쓴 한 여인이 우리 옆자리로 와 앉았다.


그녀는 꼭 가봐야 할 뉴욕여행지 정보를 점검하며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조식 바에서 소분포장된 먹거리들을 이것저것 챙겨 와 작은 가방에 채워 넣었다. 미친 물가의 뉴욕에서 오늘 한 끼의 경비를 아낄 수 있을 테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컵에 따라 넣은 따뜻한 차가 새거나 식지 않도록 비치된 뚜껑을 씌워 이동용 트레이에 담고 오늘의 목적지로 출발했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만난적도 없는 조식 담당자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진다. 여행지에서의 필요를 반영해 서비스에 차이를 만든 담당자의 사려 깊음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I've talked to nearly 30,000 people on this show, and all 30,000 had one thing in common:
They all wanted validation."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25년간 진행했던 토크쇼가 막을 내리던 날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30,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배운 교훈이 무엇이었는지.


그녀는 모든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통된 소망을 품고 있단 걸 알게 되었다 했다.


그녀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대통령부터 전과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그녀에게 같은 질문을 건넸다.


"나 어땠어요?"


우리 모두는 피드백을 원한다. 나의 존재와 노력을 누군가 알아주길, 인정받길 원한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든지 당신의 언어, 눈빛과 행동 모든 것을 동원해서 이 메시지를 전해주라 했다.


 "I see you.
I hear you.
And what you say matters."


나에겐 당신이 보이고 들리며

당신이 전하는 말은 공중에 흩어지는 의미 없는 소음이 아니라 내게 중요하다고.




호텔에서 퇴실하던 날 내 마음속에 남는 아쉬움이 있었으니 "How was your stay?" 이곳에서 지내는 게 어땠는지 묻직원에게 '굿'이라고 너무 단순하게 대답한 것이다.


하지만 이 후회가 나쁘지만은 않은 건 기억 속에 각인되어 다음을 잘 준비하게 도와줄 것이다.

미래에 또 누군가의 감동적인 노력을 알아본다면 놓치지 않고 격려해 주리라.


잘하고 있는 사람이 지치지 않게 '나 잘하고 있구나' 확인하게 해 주고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건 구체적인 칭찬과 인정의 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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