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냄새

코끝 한 끼

by 수요일

물냄새



물냄새가 난다. 밤하늘을 보니 구름이 먼지 사이로 몰려있고 나머지는 뿌연 하늘에서 물냄새가 난다. 내일 비가 오나.

물비린내가 아닌 물냄새를 맡는 일은 드물다. 비가 가득 쏟아지는 날에도 물냄새는 나지 않는다. 오히려 냄새가 사라져버린다. 소리만이 남으니까.

오늘 같은 날은 왜 과거로 들어가는 걸까. 지금 있는 이곳에서 먼지냄새라면 모를까 물냄새는 어울리지 않는다. 물냄새가 나는 일은 묘하게 즐겁다.

아득해서이지. 물냄새를 맡으며 즐거운 건. 참 오래인 추억이다. 그 세월동안 무척 행복했던가. 돌이켜보건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밋밋했거나 오히려 슬펐을 것이다. 장작 타오른 재가 후두둑 솟구치는 걸 따라 보다가 안개 자욱히 피어오르는 강을 보았을 때, 스팀이 들어오기 시작한 쇳덩이 파이프처럼 뽀얗게 솟아오른 물냄새에 나도 모르게 코가 반응을 했겠다.

몇 해나 지난 일인가. 30년은 지난 일을 왜 이 물냄새 하나로 어제처럼 떠올린 것일까. 그리운 건 물냄새가 아니라 30년 전의 그 어느 날처럼 내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오늘을 허비해버리던, 젊음이라 부르던 철없음.

10초나 눈을 감았을 것인데 그 사이 30년이 다녀갔다. 지금도 철은 없는데, 철 없는 여름이 문득 시간의 강을 건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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