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 Voices, Tyler Haney
How I built this with Guy Raz- Tyler Haney
2019년 11월 25일 에피소드
Use your library voice!
백화점 푸드코트에 가면 부모들이 소리지르며 다니는 아이들에게 조용한 소리로 이야기한다고 주의주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쉿-! 여긴 실내니까 조용히 해야지." 실내에선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밖에서는 마음껏 소리지르고 뛰어놀 수 있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 Outdoor Voices라는 직관적인 브랜드명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고 움직인만큼 즐거운 마음이 들게 만드는 회사가 있다. 88년생의 Tyler Haney가 만든 운동복 브랜드로 2013년에 설립되었다. 이제 350명 가까이 직원들이 있고, 누적 투자액 600억원이다. 룰루레몬같은 기존 시장의 강자가 있음에도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학생시절 스카웃 제의를 받는 육상부 선수였던 Tyler Haney- 그러나 평생을 두고 운동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 확실히 인지했고, 고민 끝에 뉴욕의 파슨스 경영학부로 진학했다. 학부 3학년까지는 정확히 무엇을 할지 몰라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파슨스에서의 몇년동안 타일러는 완전히 운동을 접었다. 어느 날 운동복을 입고 나가서 가볍게 뛰었고, 그동안 잊고 있던 운동의 상쾌함을 약간의 땀을 흘리며 오랜만에 느꼈다. 그러다 문득 타일러가 입고 있는 나이키의 탑과 레깅스가 강도높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타일러가 바라는 일상의 가벼운 운동이나 레크레이션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이키, 룰루레몬, 언더아머 등 기존 액티브웨어는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의 기조 아래 경쟁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샤이니한 스판덱스 운동복들이었다. 타일러는 기능은 같을지라도, 목적이 다르다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의 갭이 있다고 판단했고, 직접 스케치를 시작하며 프로토 타입을 제작했다.
이 부분에서 굉장히 놀랐는데, Tyler는 운동복의 기능이 같아도 목적이 다르면 결과물이 다르다는, 쉽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을 체화하고 있다. 위의 사진이 초창기에 나왔던 배색 레깅스인데- 타일러가 말한 갭이 무엇인지 바로 보여서- 디자이너 출신이 아닌데 단번에 시각화한 능력도 놀랍다.
노트에 펜으로 직접 스케치를 했다. 크롭탑과 투톤 레깅스가 처음의 아이템이었고, 여전히 OV의 베스트셀러라고. 기존 시장에 나온 운동복들이 샤이니하고 스판재질로 되어 있어, 타일러는 내추럴하고 촉감이 좋은 소재로 만들고 싶어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 구글로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가 유타에서 열리는 아웃도어 관련 트레이드 쇼에 가게 됐다. 스테판이라는 친절한 도매상을 운좋게 만나 다양한 패브릭에 대한 샘플들을 받아 원하는 타입의 소재를 구매했다.
이제 스케치와 원단이 있으니 제작할 공장을 찾아야 하는데 아는 게 없으니 파슨스에 패션을 전공하는 친구들에게 연락했다고. Garment District에 공장들이 모여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수많은 거절 끝에 선샤인 프로덕션이라는 곳에서 제작하기로 하고, 2-3주가 걸려 받은 프로토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했지만, 막상 입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여기저기 터져서 시제품으로 쓸 수가 없었다.
원단을 구매했던 스테판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하고- 운동복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엘 몬테에 있는 공장을 소개받는다. 스케치와 여기저기 터진 시제품을 가져가서 문제를 설명하고, 맞는 제작 공장을 드디어 찾은 타일러는 완성된 제품들을 가지고 뉴욕으로 돌아간다.
엘 몬테에서 가져온 샘플을 친구와 가족들에게 나눠주고 피드백을 받았는데 모두 엄청 좋아했다. 그 후 라스베가스에 있는 스타트업 트레이드 쇼에 제품들을 가지고 나갔는데- 런던에 부티크 샵을 가진 이안이라는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첫 오더를 함. 50장의 제품 주문을 받았는데, 이 매장에서 제이크루 헌터가 OV를 발견하고 제품을 판매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마침, 제이크루에서는 신상 제품들을 발견하고 프로모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여기에 아웃도어 보이스가 눈에 든 것. 제이크루로부터 11,000 세트의 주문을 받게 되고, 5개월의 시간이 주어진 50만 달러의 오더건이었다. 이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타일러는 본격적으로 지인, 친구와 가족들에게 돈을 빌린다. 여기까지만 봐도 타일러가 얼마나 끊임없이 시도했는지 보인다. 아주 짧게 축약해서 그렇지 중간에 사연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렇게 2달 반 동안 무려 4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을 주변에서 모아서 무사히 제작하고, 첫 주에 준비한 재고의 50% 이상을 판매했다고. 타일러는 이 때가 투자를 받고 사업에 시동을 걸어야 할 타이밍이라고 판단해 본격 투자 피칭을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나온 패션 산업 투자자들에게 콜드메일을 보냈고, 25통 중 19통의 답장이 오고 미팅을 했다. 높은 답장률과는 다르게 결과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았다고 함. 언더아머와 나이키가 있는데 왜 다른게 필요하겠어? 만났던 모든 투자자들이 같은 생각을 했고, 타일러는 이런 남성 투자자들의 기본 신조가 언더아머나 나이키의 사명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과연 Outdoor Voices가 말하는 일상적 즐거움이 담긴 운동복에 대해 공명하려면 어떻게 전달해야할까? 고민끝에, 투자와 관련한 피칭을 먼저하지 않고 우선 사무실로 제품들을 보내 내부에 있는 다른 여자 직원들이 경험해보고 판단하게 했다.
이런 예상과 판단은 적중했다. General Catalyst사의 Peter Boyce라는 VC와 컨택했는데, Peter Voyce는 여자친구 나탈리아가 OV제품과 컨셉이 좋다는 피드백을 듣고 씨드를 진행했다고. 투자사의 스토리 중에 투자자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카테고리의 서비스일 경우 여자친구, 부인, 자식 등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고 들어가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1.1million의 투자금을 유치한 OV는 본격적으로 커머스 페이지도 제작하고, 세일즈와 고객관리에 전문한 사람도 뽑는다. 텍사스 오스틴에 첫번째 매장도 오픈한다.
Man Repeller라는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는 Leandra Medine과 OV의 콜라보레이션 키트를 출시했다. 이 키트를 평소 Man Repeller의 팬이었던 Lena Dunham이 눈여겨보고 Girls의 한 에피소드에서 입고 촬영을 했다.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었던 해나가 운동하고 땀을 흘리는 경험의 멋짐에 대한 서술은 아웃도어 보이스가 추구했던 방향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경쟁적으로 운동하고 더 나아지기 위한 것이 아닌 일상적으로 몸을 움직이는데 편안함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즐거움을 찾는 일! 운동과 멀어보이는 체형의 Lena Dunham이 아웃도어 보이스의 간판 역할을 제대로 해준 것이다. 레나 던햄은 전통적인 액티브 웨어 브랜드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델상이 아니지만, 아웃도어 보이스와는 충분히 맥락이 맞다. 이 부분이 애초에 타일러가 생각한 시장의 틈이라고. 이 외에도 반려견들과 함께 하는 산책같은 이벤트들을 열어 사람들이 꾸준히 일상에서 움직이고 즐거움을 얻는 액티비티가 OV와 연결이 되게 만들었다. 해시태그 #Doing Things 가 OV의 만트라.
타일러가 OV에서 본인의 역할을 앞장서서 독려하는 '제인 폰다'같은 캠페이너라고 설명했다. 또 해시태그 #Doing Things로 액티브한 일상들을 전파하는 OV의 팬들이 브랜드의 단단함이 된다고 봤다. 브랜드가 전달하는 가치와 본인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OV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이유다.
역대 팟캐스트 인터뷰한 인물들 중 손에 꼽게 친화력 있는 성격이다. 진행자와의 티키타카가 아주 자연스러웠다.
보면 모든 단계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도들을 했고, 실패도 많이 했다. 좌절을 할 법하지만- 실패로 사건을 규정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것이 타일러의 성공 이유다. 그런데 여기에 타일러가 어렸을 때 트랙 스타였던 것과 부모님이 의류매장을 운영한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 운이 좋게 혹은 통찰력 있게, 본인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해서 0에서 100을 만들었다.
이제 투자 라운드 진행도 제법 쌓였고, 훈수 두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을 텐데 여기까지 정직하게 와서 얻은 인사이트들로 타일러가 적당히 쳐내면서 운영 잘할 듯. 미국 가면 꼭 매장에 들러서 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