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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잔 Apr 12. 2019

스프링 없는 방방이 연매출 500억을 달성하기까지

Springfree Trampoline, Keith Alexander

How I Built This with Guy Raz- Keith Alexander & Steve Holmes
2019년 4월 1일 에피소드



어렸을 적 뛰어놀던 방방! 나중에 보니 지역마다 다르게 불리더라. 퐁퐁? 콩콩? 어쨌건 이 트램폴린으로 연 5백억 매출을 달성한 회사가 오늘의 에피소드! 생각해보면 방방은 꽤나 위험한 놀이기구였다. 지지대가 금속이라 튕겨서 부딪히기라도 하면 다치는 것이고, 또 너무 세게 구르다 보면 튕겨나갈 수도 있다. 같이 타고 놀던 짓궂은 사촌들이 내가 무서워하자 더 무섭게 하려고 엄청 세게 구르는 바람에 뛰는 것을 포기하고 납작 엎드려 있던 기억도 있다.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은 스프링 없는 트램폴린을 제작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트램폴린을 표방하고 있다.



스프링프리 트램폴린사의 트램폴린/ 일반 트램폴린



제품을 제조하는 사람 중에서 본인이 영업도 잘해서 유통까지 할 수 있는 타입은 극히 드물 것이다. 여기 15년 동안 트램폴린을 발전시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트램폴린을 발명한 Keith Alexander가 있고, 그의 발명품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판매해 트램폴린 시장을 개척한 Steve Holmes가 있다. 두 사람의 영역은 완벽히 다르고, 또 그러면서 둘은 코파운더는 아닌데, 이상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굉장히 드문 케이스. 어떻게 발전했을까?



Keith Alexander(Inventor of Springfree Trampoline) & Steve Holmes(CEO of Springfree Trampoline)




1. 문제 발견: 딸 핑계로 본인의 로망이었던 트램폴린 구입을 시도

뉴질랜드에 살던 Keith Alexander는 어렸을 적 트램폴린을 무척 좋아했다. 트램폴린에서 점프하면 순간적으로 공중에 떠 있는 그 자체가 재밌었다고. 그때는 집에 트램폴린이 없어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뛸 수 있는 것이 전부였는데, 점프 3번 하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곤 해서 아쉬웠다. Keith는 이후 엔지니어로 박사학위를 받고 컨설팅 업무를 하며 결혼도 하고 첫째 딸을 막 낳았다. 1989년, 아직 딸이 어리지만 일찍 시작하면 좋지 하면서 본인도 같이 뛰어놀 생각으로 어렸을 적 로망이었던 트램폴린을 구입해 마당에 놓자고 아내에게 얘기한다. 아내는 트램폴린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반대를 했고, Keith는 그럴 리 없다고 응수하지만 곧 아내의 말이 맞다는 것을 발견한다. 문제를 발견한 Keith는 본인의 전공을 살려 안전한 트램폴린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2. 문제 해결: 15년 동안의 끈질긴 연구 끝에 나온 제품

기존의 트램폴린의 금속들이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생각한 Keith는 처음에 공기를 넣어서 부풀리는 형태로 트램폴린 제작을 해본다. 이는 가장 안전한 트램폴린은 맞지만, 충분히 잘 튕기는 맛이 없었고, 또 바늘이나 뾰족한 물건에 찔리면 안 되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Keith가 강의를 나가던 대학의 학생들과 지역의 트램폴린 셀러와 함께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트램폴린에 관한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수정을 거듭한 결과, 스프링 대신에 낛싯대같이 잘 휘어지는 종류의 막대를 기본 골조삼아 만든 프로토 타입이 지금의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의 원형이 됐다. 이 제품을 토대로 5개의 고객용 시제품을 만들어 막 시장에 나가려고 하던 찰나, 대학에서 Keith가 만든 이 트램폴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3. 우여곡절 끝 제품의 데뷔: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를 갖게 된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

Keith는 특허권 일부가 대학의 소유로 넘어갔지만, 자신의 제품의 시장 데뷔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국내외로 투자자를 물색한다. 뉴질랜드를 넘어 캐나다에서 찾은 Steve는 Keith와의 첫 통화에서 10,000불을 송금하며 프로토타입의 트램폴린을 보내달라고 한다. 힘들게 받은 트램폴린을 낑낑대며 조립한 Steve는 자신의 딸아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제품을 시장에서 테스트해보고자 한다. 제품 출시 쇼케이스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본 Steve는 100만 달러 근처의 금액으로 특허권을 캔터버리 대학으로부터 사들인다. 이 금액은 대학과 Keith가 나눠서 갖고, 이걸로 Keith의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에 대한 소유권은 끝이 났다. 이때가 2003년경, 공식적으로 Steve는 스프링프리 트램폴린의 CEO가 된다. 여기서 내가 Keith라면 엄청난 심적 요동이 있었을 것 같은데, 대학으로부터 일부 금액을 지불받아 기뻤고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고. 


Keith는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을 품 안에서 떠나 보냈으니 다른 아이디어를 연구해볼 수 있겠다 했는데, Steve로부터 트램폴린에 대한 엔지니어링 컨설팅 요청을 받는다. 여기서 또 인상 깊었던 것이 Steve가 Keith에게 컨설팅을 요청하면서 Keith가 짊어질 수 있는 재무적인 리스크와 회사가 잘 되었을 때 받고자 하는 보상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Keith는 I don't want any risk라고 답했다고. Steve입장에서는 Keith가 제품을 만든 사람이니 코파운더 개념으로 리스크와 보상을 물어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리스크는 사절한다는 확고한 Keith의 입장 표명으로 각자 행복한 선에서 협업을 하며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은 제품적으로 점점 더 완벽해진다.




4. 셀링 포인트 발견, 제품의 성공: 가장 좋은 스토리텔링은 제품이 만들어진 이유로부터

Steve는 코스트코에서 제품을 판매하면서 확장을 계획하는데, 코스트코의 CEO 짐 세네갈이 직접 전화로 코스트코에서 트램폴린 판매는 더 이상 안된다고 전화가 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Steve는 직접 매장을 오픈하고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의 Inventor인 Keith를 전면에 내세워 적극 홍보한다. 이는 실제로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의 판매율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고. Keith 자체가 처음 딸을 위해 안전한 트램폴린을 만들고자 했고, 이런 부분이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과 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래 제품의 취지에 걸맞게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은 트램폴린 제품을 이유로 발생되는 90%의 사고를 줄였다고 고객 리서치를 통해 밝혔다. 현재는 더 이상 자신이 만든 제품의 지분 1도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회사의 Frontman이 되어서 기꺼이 본인이 발명한 제품의 판매를 돕고, CEO인 Steve의 성취를 기뻐하고 치켜세워주는 Keith의 모습에서 내가 정의하는 행복의 실루엣을 다시 그려보게 되었다.


https://youtu.be/DtXc3fyPxFo




Insights

많은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이 제품이 시장에 먹힐 거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한다. 사람들이 제품을 접했을 때의 즉각적인 표정과 리액션에서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세상에는 다양한 타입의 사람들이 있지만, 창업을 하는 데는 두 타입의 사람이 필요하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과 전달하는 사람, 즉 메이커와 셀러. 양쪽의 성격이 본인에게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드물다. 본인이 메이커라면 셀러를 찾고, 셀러라면 메이커를 찾아보자.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본인이 발명한 제품으로 연매출 500억을 올리는 회사가 됐다고 하면, 그 특허권을 애초에 매각한 창업자 탓을 하며 기회를 놓친 불행한 사람으로 조명할 확률이 높다. Keith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현명한데, 본인이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을 판매했으면 연 40개 정도 팔았을 거라며, 지금의 협업 위치에서 만족스러워한다. 
창업자들의 인사이트는 언제나 본인이 가진 불편을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Make something people want는 I로 바꿔 쓸 수 있다. 
스프링 프리 트램폴린은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본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는 Steve의 말을 곱씹어 본다. 모든 회사는 제품을 열렬히 사랑해주는 고객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내 제품을 미지근하게 좋아하는 100명의 고객보다 엄청난 팬인 10명의 고객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런 의미에서 제품과 마케팅은 당연히 제품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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