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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OB Kim Apr 21. 2016

5년, 스타트업이 가르쳐준 것들(2)

#2. 사업 아이템과 린 스타트업

스타트업 입문과 지원사업에 관한 글을 작성하며 어떻게 하면 더 생생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머리 속 기억으로만 글을 쓰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지난 과거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클라우드 앨범을 뒤지면서 글을 쓰기로 했다. 이 글이 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예비창업자나 청년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 2012년

당시 여러 박람회와 전시회 참가를 통해서 아이템의 사업성이 검증되었다고 판단한 우리는 시 금형 제작에 노력을 기울였다. 겁도 없이 제조업에 뛰어든 22살 두 청년에게 금형을 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선 금형의 가격과 품질이 업체마다 천차만별 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어느 치과에서는 충치가 6개나 있어서 당장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고 하는 반면에 옆 치과에서는 치료할 충치는 없으니 이나 잘 닦으라는 경우와 같았다. 더군다나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학생들이 와서 "정부지원금으로 금형을 제작하겠습니다." 하니 늑대 같은 어른들에게는 얼마나 좋은 먹잇감이었을까. 그렇게 10여 곳의 금형 업체를 찾아다닌 끝에 우리를 기특하게 보고 진솔하게 대해 주시는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출한 사업비 중 가장 큰 돈을 들였던 것이 금형이었던 만큼 좋은 거래처 사장님과 진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1년간 고생한 결과물이지만 당장이라도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다.


금형 제작은 원래의 계획보다 약 2배가량 딜레이가 되어 3개월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수율과 색 조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진행한 금형제작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금형 제작 전 시장 테스트를 통해서 최적의 형태와 색상을 조합해 보았지만 자금과 시간 그리고 금형제작 프로세스 상 수정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결국에는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제품의 형태와 다소 다른 모양의 제품이 나왔다. 하지만 그때서는 더 이상 수정할 수 없었고 정부지원사업 기간에 맞추어 시 금형 제작을 완성했다는 표면적인 목표 달성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제조 금형-양산에 대한 실제적인 사례는 '스위처'가 잘 정리해 주었다.
링크- http://www.slideshare.net/ssuser9b5e7c3/1700-4-61072083



Q. 어떤 아이템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해야 할까?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을 할까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하늘에서 좋은 사업 아이템이 딱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렇게 아이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나 요즘 청년창업을 유도하며 대학생들도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는데, 대학생 신분으로 5년 이상 이 바닥에 있으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사업화시키는 데에는 수많은 변수와 시행착오가 뒤따른다. 또한 사업이라는 것은 계속 경영을 전제로 깔고 진행하는 것이기에 아이템 혹은 시장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한다.


모든 제품은 제품 수명주기(PLC)를 가지고 있다.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메가 비즈니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남들(대기업)이 하지 않는 작은 파이의 블루오션을 공략하며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 파이의 크기만큼 초기 스타트업의 아이템은 제품 수명주기도 짧을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변화를 통한 제품의 질적 향상 혹은 제품군의 확장과 같은 후속타를 통해 제품 수명주기를 점점 늘려가는 동시에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한 가지 제품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다간 도태되기 십상이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좋은 아이템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추천하는 것은 내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부분에서부터 고민한 다음 점차 사회적인 범위로 넓혀 나가는 것이다. 가령 내 생활패턴을 쭉 적어 놓고 각 단계마다 어떠한 불편함이 있는지 그리고 이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산업 트렌드와 엮어서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몇 가지 사례 중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낸다면 사업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 중 혁신할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쭉 나열하고 그 옆에 각 단계에서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적어보려고 만든 사내 교육 자료




여차저차 제품이 나오자 지상파 방송사 몇 곳에서 취재요청이 들어왔다. 우리가 입주해 있던 곳에서도 실적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일단 제품이 나온 몇 업체를 추천했었을 것이다. 좋은 마케팅 기회라 여긴 우리는 취재 일정을 잡고 근처의 어린이집을 섭외해서 준비를 했다. 설렘을 가득 안고 시작한 촬영은 사무실에서부터 출발해서 제조업체, 거래업체, 어린이집까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진행되었다. 정말 되게 오래 촬영하는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방송될 때 보니 다 편집되고 3분 정도만 나왔다.


2012년 방송출연 당시... 잠도 잘 못자고 그럴때라 상태가 안좋다.


사업단계에 맞춰서 적절하게 전시회와 방송 같은 채널을 이용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점이 아쉽다. 아무런 준비 없이 PR을 하는 것은 시간이 소중한 자원인 스타트업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나 제대로 된 제품이 아니라면 더더욱. 처음 시제품이 나왔을 때 스타트업이 해야 하는 것은 고객 테스트를 통해서 제품을 수정하고 제대로 된 제품으로 다듬어 가는 것이다. 요즘과 같은 고객중심의 시장구조에서 어설픈 제품을 선보였다가는 순식간에 회사가 없어져 버리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세스에 적합한 것이 '린' 스타트업 방법론이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

'린(lean)'이란 '기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이것은 도요타의 JIT(Just In Time) 적시생산방식에서 쓰이게 된 말로 자원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일컫는다.  스타트업은 인적, 물적 자원이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최소의 자원으로 최적의 효율을 내는 개발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아래는 'The lean startup', 'Runnig Lean'과 같은 책을 읽으며 내가 정리해 놓은 린스타트업의 주요 개념과 방법들이다.



린 방법론의 첫 번째는 최초의 아이디어를 문서화하는 것이다. 이때 사업획서를 작성하듯  거창하게 적는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핵심적인 내용들만 정리해 놓으면 된다. 싸이월드 창업자인 이동형 대표가 제안한 서바이벌 캔버스(위의 표)를 추천한다. 그리고 이것을 5명 이상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각 항목에 대한 객관성을 검증한다.



최초의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았다면 스크리닝(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는 3단계로 나누어 우선 시장의 문제와 솔루션이 적합한지 검증하고, 통과가 되면 우리가 만들려는 제품과 시장이 적합한지 평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규모면에서 확장이 가능한 것인지 확인한다. 제품과 시장의 적합성은 전략에 따라서 바뀔 수 있다. 이것을 린 스타트업 용어로 피봇(PIVOT)이라고 한다. 사업의 목적과 비전은 변하지 않지만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전략, 제품)는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스크리닝 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핵심기능만 구현하는 프로토타입(MVP-Minimul Viable Product)을 만든다.  



이 MVP를 가지고 고객 테스트를 통해 우리가 검증하고자 했던 유의미한 데이터를 뽑아낸다. 그리고 가설 검증을 통하여 우리가 생각한 대로 제품과 서비스가 구현되는지 학습한다. 학습한 내용을 반영하여 다시 제품/서비스 개발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최적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린 스타트업이다. 린 스타트업에서는 처음부터 금형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제품 테스트를 통해서 최적의 제품이 검증되면 그 이후에 양산체제를 갖추면 된다. IT서비스도 랜딩페이지와 같은 가벼운 툴을 통해서 고객에게 먼저 콘셉트와 기능에 대해 피드백(베타 서비스)을 받은 후 수정하여 정식 서비스를 론칭하면 된다. 개념적으로는 당연하게 여겨질지 몰라도 실제로 이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실행력과 분석력을 수반한다.



결국 1년간의 정부지원 사업으로 만든 우리의 제품은 완벽한 제품도 아니었고, 이것을 팔만한 마케팅 능력도 없었다. 정부지원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사무실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수 많은 문제들이 터져나왔다. 우리는 제품을 판 수익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생각만큼 제품을 파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온라인 오픈마켓, 오프라인 도매점 등 백방으로 발품을 팔며 영업을 했지만 교육용 완구 시장의 특성상 브랜드 없는 제품을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았다. 배타적인 산업의 유통구조를 모르고 무작정 덤빈 우리의 잘못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 제품은 재고가 쌓여만 갔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생활을 견디다 못한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의 첫 사업이 망했다.


사무실 한켠에 쌓여있던 제고. 결국 다 버릴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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