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창업자의 모습에 대해서
지난주 15년 가까이 만난 친구와 밥을 한 끼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반년 전까지 창업을 준비하다 잘 안돼서 취업을 결심한 친구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막연하게 창업으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친구의 모습을 보여 응원보다는 말리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그 녀석을 말릴만한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직접 해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분야가 사업이므로 어쩌면 직접 부딪혀 보고 쉽지 않음을 느끼는 게 가장 좋은 조언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취업을 하려니까 해 놓은 게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아
실제로 친구는 대학 졸업장 말고는 취업을 위해 준비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 흔한 어학 시험 점수도 없었다. 이제 막 취업시장에 뛰어든 친구에게 토익 9xx점, 학점 4.xx , 자격증 xx개 소위 말하는 이런 스펙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옆에서 봐왔던 친구의 모습은 이런 스펙 따위에 기죽지 않는 추진력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창업을 준비하며 가지고 있던 생각들은 현실적인 이력서 앞에서 마치 신기루였다는 듯 바람에 흩날리며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너무 안타까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나도 취업에 대해서 가끔 생각해 보곤 한다. 이렇다 할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칭할 정도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취업을 못할 것 같진 않다. 어디서 오는 자신감인지 궁금하지만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신은 항상 있다. 핵심은 '일'이다. 창업을 해서 대표의 자리에있건, 취업을 해서 대리의 자리에 있건 내가 하는 '일'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그 일에 대해서 지금처럼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한 군데쯤은 있지 않을까?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위험한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대표라는 직함이 있어 보이기에 명목상으로만 사업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사업의 본질을 고민하기 보다는 겉으로 있어 보이기 위해 쓸데없는 체계를 만들고 소위 '회사 놀이'를 한다. 사업이 잘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자기가 더 노력하지 않은 것을 탓하기보다는 아랫사람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이런 사람들은 고집이 세기 때문에 회사의 문제 상황을 정확히 짚어 주는 사람들의 조언은 귀담아듣지 않고 자기 식대로 회사를 운영하고자 한다. 결과론적으로 성과만 잘 낸다면 과정들이 중요하진 않겠지만 이것이 제대로 사업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창업멘토 랍시고 조언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기업 입장에서 창업자 출신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자기 고집이 세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창업을 '제대로' 해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창업 팀을 잘 이끌었던 사람이라면 구성원들과 협업하는 법과 공감하는 법을 터득했을 것이며, 기본적으로 인내와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제대로 창업을 해 보았던 사람이라면 '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겸손한 리더의 인품을 도로 갖춘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아닐까? 혹은 내가 되고자 하는 이상적인 사람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