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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호사 Jun 09. 2020

번외편) "대구 내 간호사 코로나 수당 0원"

'영웅'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나는 보통 식사시간에 뉴스를 보는 편이다. 동거인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같이 저녁을 먹는 시각이 딱 그  쯔음이다. 저번엔 식탁에 수저를 놓고 있는데, 뉴스에서 시작부터 '간호사'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들리길래 직업 본능상 하던 일을 멈추고 볼륨을 높여봤다.




JTBC는 어제(1일) 영웅이란 찬사 뒤에 가려진 간호사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도했습니다. 오늘도 이어가겠습니다. 오늘은 대구에 있는 병원에 소속돼 방역과 치료의 최전선에 섰던 간호사들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감염 걱정을 무릅쓰고 코로나19와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온 3천여 명의 간호사들은 원래부터 대구의 병원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코로나 수당을 하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기사의 골자는, 코로나 19 환자들을 간호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대구로 파견 온 간호사들에게는 지급된 위험수당이, 본래 대구에서 근무해오던 간호사들에겐 '0원'이였다는 것. 물론 이들은 코로나 환자들을 간호하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기술업무수당', 즉 '전문직 수당'에도 차이가 있어서(파견 온 이들에게는 처음 일 시작시 15만원, 이후 하루에 5만원씩 추가 지급되나, 대구 병원 소속 간호사들은 이전에 받던 대로 한 달에 1만 5천원 지급됨) 해당 두가지 수당만으로도 월급은 수백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는 내용이였다.



학생 간호사 시절, 서울의 내로라하는 빅5병원 중 한 곳에서 처음 실습일정이 잡혔을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는 '원내감염'이였다. 특별한 감염병이 돌지 않던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이라는 환경 특성상 다양한 감염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즐비하였고, 그 중 MRSA나 VRE, 심지어 AIDS나 C형 간염 바이러스 환자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런 연유로, 간호사 업무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으로 주기적으로 원내에서 모니터링을 하며 점수화까지해서 관리했던 부분도 '감염관리', 그 중에서도 '손씻기'였다. '손씻기'는 비단 나를 보호하기위해서만이 아니라, 내가 전파경로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원을 전달하지 않도록 고리를 끊어주는 매우 중요한 간호 업무의 시작이다. 


그 외에 다양한 감염관리 주의사항과 대처방법이 매뉴얼화되어 인증때마다 달달 외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실제 업무를 하다보면 감염과 관련된 사고가 은근히 많이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needle injury라고 해서 환자에게 사용했던 바늘을 제거하는 등 과정에서 찔리는 것인데 _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방법들이 강구되어 있어 예전보다는 그 빈도가 훨씬 줄어가는 추세로 알고 있다_나 역시 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할 때 환자에게 사용했던 바늘에 찔려본 경험이 있다. 또한 환자 라인 처치 중 여러이유로 제대로 혈관 컨트롤이 안되서 손에 피칠갑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럴때에는 재빨리 EMR 앞으로 달려가서 환자의 씨롤로지를 열어보면서 특별한 감염질환이 없나 확인하며 마음 졸였었다. 한번은 환자 혈당체크를 하기 위해서 혈당용 니들통에서 니들 하나를 꺼내는데 무슨 연유인지 개봉이 되어 있던 니들 하나가 있어서 손에 찔렸다. 정상적이라면 라킹이 되어 있었어야 하는데 개봉이 왜 되어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이게 새 니들인지, 아니면 누가 실수로 사용을 했으면서 여기에 넣어둔건지 몰라 너무 찝찝해하다가 별일 없겠지 하며 넘어갔었던 기억도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간호하는 업무를 시작함과 동시에, 이미 감염의 위험을 안고 있다. 지금 꺼질듯 말듯 하면서 정신 못차리게 번지고 있는 '코로나 19'때문에, 간호사들의 업무로딩이 더 심해졌음을 이전 메르스때를 떠올려보니 너무나 쉽게 예상이 된다. 

위 뉴스처럼 감염 전파력과 위험성이 높은 '코로나 19' 확진 환자들을 돌보는 격무를 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이 '위험수당'이 대구 간호사들에게는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들 역시 자신이 언제 감염이 될지 모른다는 위험을 무릎쓰고 코로나 19환자들을 간호하고 있기때문이다.


어제 JTBC 뉴스룸에서 '대구 코로나 위험수당 0원' 뉴스의 말미에 대구의 한 간호사를 연결하여 인터뷰를 했었다. 담담하게 시작되던 목소리가 도중 떨리는가 싶더니 결국은 울먹거리는데,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병동 내 코로나 환자의 면회는 절대 불가하다. 코로나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져서 임종에 이르더라도, '전화통화'정도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환자의 문병 한 번 가보지 못하는 보호자들은 환자에 대한 걱정이 더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것은 어제 대구의 한 간호사의 인터뷰처럼, 자연스럽게 간호사들이 '코로나 환자'뿐만이 아니라 '코로나 환자의 보호자'들의 불안감까지 케어하도록 한다. 또한 환자의 곁에는 보호자는 물론이며 병동 내 보조인력도 없거나 최소화시켰기 때문에 환자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의 일들도  간호사가 전부 도맡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미 병동에는 간호사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는게 문제이다. 이렇게 저렇게 업무가 과중되면 몸이 지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병실이 부족하여 중환자실에 가야하는 상태의 환자를 일반 병실에서 케어했다는데 말만 들어도 업무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또한 내가 코로나 환자들을 간호하는 과정에서 보호장구를 아무리 철저히 하고 있더라도,혹시나하는 불안감으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던 병원 동기는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고향에 단 한번도 내려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고통은 '임상 간호사'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면 어느정도 감내하고 버텨내면서 업무를 해내야 하는 부분도 물론 있을 것이다. '임상 간호사' 업무는 급여를 떠나서 '사명감'이 있지 않고서는 지속하기 힘든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대형병원 간호사의 1년 내 사직률은 절반을 크게 웃돌았다. 이렇게 척박한 근무환경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최선을 다해 맡은 업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선생님들은 정말 박수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호사는 '영웅'이전에 '사람'이다.

뉴스 기사처럼, 간호사들의 고충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적절한 보상체계를 만들어내서 업무를 하는 최소한의 보람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을 기점으로 간호사의 근무환경의 개선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B씨/대구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 :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게 끝이 이렇게 되니까. 응원들로 힘을 내면서 버텨왔는데 소모품이 아니었나…]


적어도 저런 마음이 들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 대구시는 명확한 대책을 만들어 하루 빨리 적용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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