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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go Feb 05. 2017

다큐 3일, 용산 인쇄소 골목 이야기

창업을 선택한 청년들

다큐3일, 용산 인쇄소 골목의 청년들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이야기. 출연자 대부분이 평균 27세, 용산 인쇄소 골목은 예전에 윤락업소들이 많았었다. 그 옆으로는 높은 빌딩이 서있고 30년을 훌쩍 넘긴 양옥집들도 더러 있다.

등뒤로 살짝 소름이 돋았다. 허름한 골목, 치솟은 부동산 가격, 대기업 프렌차이즈의 확장으로 많은 곳이 망가져 간다. 아픈 흔적이기도 하고 개발이란 그림자의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스로 놀랐다는 점은 나이 좀 먹고 사회물 좀 먹고서 유명하고 알려지고 드러난 곳만을 한동안 질펀하게 돌아다닌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대중들이 많이 찾는 곳이 나쁜 것만은 아닐 테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적 현상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변해버린, 잠시 인지하지 못했던 내 시선의 편견을 느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개인이 퇴직금을 털어서 사업을 할라치면 연남동이나 홍대 그리고 가로수길과 같은 장소에서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 모든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

문제는 이런 외적인 요소 보다도 더 큰 것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지닌 편견이다. 허름하니까 맛이 없다, 외진 곳이라서 저 주인장이 돈이 없다, 직원들 태도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장사가 잘 안될 것이다, 기껏 사업가 한다더니 골목길에서 치킨을 굽고 있나, 이런 보이지 않는 말들을 우리들 스스로 자주 내뱉어 오지 않았었는지.

어쩌다 우리는 어른이 되었고, 어쩌다 우리는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청년들의 창업을 열정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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